인기 TV 외화 시리즈물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을 배경으로 잘나가는 4명의 커리어 우먼들이 매주 요가센터에 모여 몸을 꼬며 수다를 떠는 장면을 보여준다. 가슴선을 최대한 드러낸 톱에 헐렁하거나 꽉 조이는 요가 팬츠를 입고 스트레칭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명상적이라기보다 육감적으로 보인다. 요가 패션이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도 기능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적인 매력을 자연스럽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육감적인 여성미 자연스레 강조
우리나라에서도 올여름 거의 모든 내셔널 브랜드가 요가 열풍을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했고, 스포츠 라인을 가진 브랜드들은 올가을과 겨울부터 본격적인 요가 비즈니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요가 붐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현에 따르면 ‘요기(yogi·요가 수행자) 있는 곳에 요가 비즈니스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가 인구가 하루에 5000명씩 늘고 있다고 해요. 성장 가능성이 너무나 큰 시장이죠.”
올봄과 여름 시즌부터 요가 웨어를 내놓고, 인기 요가 강사 원정혜 박사와 탤런트 최윤영 등을 내세운 스타마케팅으로 유명해진 ‘MF’ 조진형 마케팅 팀장의 말이다.
피트니스를 위한 기능성을 기본으로 섹시함을 강조한 디자인의 톱과 팬츠로 사랑받는 ‘MF’는 요가를 하지 않는 여성들도 패셔너블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올가을 요가와 댄스 전문 웨어로 새롭게 런칭하는 ‘레노마 짐(gym)’은 정통 피트니스 웨어란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며 요가 신발과 요가 매트 등 요가 용품 일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요가 패션은 표면적인 유행만을 반영한 요가 액세서리라고 봅니다. 요가도 스포츠이므로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 필요한 기능이 디자인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몸과 정신을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요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지요.”
“나도 요가한다.” 짧은 톱이나 셔츠, 편안한 팬츠가 주종인 요가 웨어는 패셔너블한 여름 일상복으로도 인기가 높다.
요가 비즈니스 시장이 커지면서 토털 스포츠 전문 브랜드 푸마가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과 손잡고 런칭해 화제가 된 요가 브랜드 ‘누알라’도 올가을부터 면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크리스티 털링턴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요가 붐을 일으킨 ‘요가 전도사’로 그의 요가 비디오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나이키, 필라, 아디다스 같은 토털 스포츠 전문 브랜드도 요가가 불경기를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판단해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요가 아이템들을 내놓고 있다.
필라 코리아 홍보팀 김세레나씨는 “여자 스포츠웨어 시장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어 요즘처럼 새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클 때는 피트니스 웨어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요가 전문가들은 신체구조상 서양인들은 배꼽을 노출한 요가복을 입어도 상관없지만 동양인의 경우 배꼽을 가리는 디자인이 요가복으로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잘 먹고 잘 살기, 즉 ‘웰빙(well being)’은 보통사람들이 점점 더 따라잡기 어려운 이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화한 요가는 전형적인 ‘웰빙’ 비즈니스 중 하나다. 따라서 트렌드로서 섹시함을 강조한 요가 웨어는 어쩌면 바로 다음 시즌에 사라질 수도 있지만, 건강한 몸과 정신을 보여주기 위한 요가 웨어는 점점 더 많은 추종자를 낳을 것이다. ‘패션이 다른 계급과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부르디외)이라면, 요가 웨어가 아니라 요가와 피트니스로 다져진 아름다운 몸이야말로 명품이나 모피 코트로는 흉내낼 수 없는 경제적이고 정신적인 상류계층의 ‘패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