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접속하면 당근송을 들을 수 있다.
“군대에서 주는 햄버거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아? 헤헤. 닭대가리, 닭눈깔, 닭내장 쪼가리 다 들어간다. 그걸 어떻게 먹냐고? 군대에서 못 먹는 게 어딨어? 주는 대로 묵어야지. 너도 한번 먹어봐. 맛있어.”
요즘 10대 자녀의 휴대전화에 전화했다가 이처럼 독특한 노래나 말소리에 깜짝 놀란 부모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위의 ‘노래’들은 10대들에게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유송’과 ‘김창후 이병 탈영사건’이다.
2001년 KBS 2TV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 ‘아장닷컴’의 주제가인 ‘우유송’은 이 프로그램이 종영된 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김주희씨가 노랫말을 쓰고 조형섭씨가 곡을 붙인 우유송은 지금까지 벨소리로 10만회 이상 다운로드되는 기록을 세웠다. 보통 다운로드 횟수가 3만회 이상이면 ‘히트작’으로 간주하는 벨소리 업계의 관행에 미루어볼 때 큰 히트를 기록한 셈. ‘우유송’과 비슷한 주제인 ‘당근송’ ‘소주송’ 등도 인터넷에서의 인기를 안고 벨소리 업계로 진출한 곡들. 깜찍한 목소리와 단순하고 발랄한 가사가 이들 곡의 특징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대사를 이용해 만든 벨소리, 통화연결음들도 최근 인기를 끄는 추세다. 군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어눌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창후 이병 탈영사건’, 연예인의 병역기피 등을 비꼰 ‘연예인 지옥’, 학원폭력을 소재로 한 ‘폭력교실’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들이 속속 벨소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플래시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오인용’(www.5p.co.kr, 대표 장석조)이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은 6월23일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7월20일에 다운로드 횟수가 5만건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플래시애니메이션들은 게임, 캐릭터 등 시각적인 상품으로 응용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우유송’ ‘김창후 이병 탈영사건’ 등의 인기는 인터넷 히트상품이 오디오 상품으로도 변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또 대중가요, 팝송 등에 그쳤던 휴대전화 벨소리가 발랄한 창작곡이나 독특하고 엽기적인 목소리로 그 경향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업체인 야호커뮤니케이션 송희영 대리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