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9단의 국내 무대 컴백보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이창호 9단의 눈에 띄는 패점이다. ‘번기(番棋) 불패’로 통하는 그가 5번기에서 영봉당한 것은 1989년과 93년, 스승 조훈현 9단에게 진 이후 세 번째다. 유창혁 9단에게 타이틀전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98년 말 배달왕기전에서 3대 2로 패한 이후 6년 반 만이다. 이창호 독주시대가 슬슬 막을 내리는가.
는 끝내기 장면이다. 수순만 놓고 보면 흑이 이창호 9단이어야 맞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만큼은 유창혁 9단이 ‘끝내기의 달인’이었다. 흑1은 백의 기세를 한껏 누그러뜨리면서 A의 단점을 교묘하게 방비하는 멋진 수. 먼저 흑13에 두거나 처럼 하변을 넘어가다가는 덤을 얻어내기 어렵다. 이러한 추격에 힘입어 바둑의 결과는 흑의 반 집 승. 이창호 9단이 반 집 패를 당했다는 것도, 끝내기에서 역전패했다는 것도 뭔가 뒤바뀐 것만 같은 느낌이다. 251수 끝, 흑 반 집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