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문학수첩 출판사가 ‘해리포터’의 대박에 힘입어 문예지 창간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돌 무렵, 확인전화를 건 기자에게 김종철 주간(계간 ‘문학수첩’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은 “기존 문예지와 차별화하려면 편집위원들의 색깔부터 달라야 하는데 인물이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긴 창간 준비 기간 내내 인선작업에 매달렸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자리에 모인 편집위원이 김재홍·김종회(경희대 교수·국문학), 장경렬(서울대 교수·영문학), 최혜실(카이스트 교수·인문사회과학부)씨다. 이들은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독자들의 말초적인 호기심, 진정성을 잃어버린 후기 자본주의 사회 문화 탓으로 돌리기에는 문학의 위기가 너무도 전면적이다”라고 개탄하면서도 문학이 혼돈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는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다. ‘현대시세계’ ‘현대예술비평’ 등 문예지를 창간한 바 있는 시인 장석주씨가 2년 전 잇따른 문예지 창간 작업을 지켜보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문학의 활황기가 가고 불황의 시대, 불모의 시대에 접어들자 젊은 출판인들이 개척정신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문학을 시작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주간동아 310호)
창간을 기념하여 한자리에 모인 '문학수첩' 편집위원들. 최혜실,김재홍,장경령,김종철(발행인),김종회(왼쪽부터)
‘문학과 문화’라는 화두가 어찌 문학수첩만의 고민일까. 신생 문예지가 공개한 답안지-특집 ‘오늘의 우리 문학과 문화-다원적 문학과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와 기획연재 ‘디지털 문화환경과 서사의 새로운 양상’-를 훔쳐보며 한국문학이 위기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