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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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새 얼굴 접니다”

서청원, 최병렬, 강재섭, 김덕룡 4인방 주목 … 일부 ‘대표 경선팀’ 가동 물밑 레이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2-20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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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새 얼굴 접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김덕룡, 최병렬, 강재섭, 서청원 의원(왼쪽 부터).

    한나라당 차기 주자를 향한 물밑 레이스가 시작됐다. 정당개혁안이 ‘조정기간’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서청원, 최병렬, 강재섭, 김덕룡 의원 등 당대표 후보군 4인방의 커진 보폭이 주목을 받고 있다. 3월 말 또는 4월 초 전당대회설이 나오고 있어 이들 의원 주변엔 ‘전운’마저 감돈다. 당내 보수-개혁 세력 간 대립과 당대표 선출문제가 겹쳐 한나라당에서 대규모 합종연횡과 치열한 세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대표 후보군에 속하는 일부 의원은 국회 인근에 개인사무실을 마련, ‘대표 경선팀’을 가동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권경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신문이 실명으로 보도한 ‘한나라당 10적 의원 명단’에 최병렬 의원이 포함됐다. 당대표 후보군 중 유일하게 최의원만 포함된 것 때문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발설자로 지목됐던 ‘국민 속으로(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 소속 안영근 의원은 기자에게 “실명을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의원이 일부 보수의원들의 과격한 냉전시대적 발언은 내버려둔 채 당권경쟁만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날을 세웠다. 최의원은 웃어넘기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의원은 기자에게 “최근 개혁파인 김부겸 의원을 만나 ‘나는 수구 원조가 아니라 보수 원조’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최의원은 이어 김영춘 의원도 만났다. 이번 10적 논란은 “개혁세력이 ‘보수의원들의 세 확장을 막자’는 차원에서 중도보수성향의 최의원을 묶어두려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의원 역시 개혁성향 의원들에게 부쩍 다가서는 모습이다.

    2월2일 대표직을 사실상 ‘내던지고’ 미국으로 간 서청원 의원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를 마중했다. 미국에서의 이-서 회동은 한나라당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李心’이 한나라당 의원과 대의원들에게 아직 상당히 작용 하는 것이 사실이고, 서의원의 대표직 사임이 당대표 출마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 실제로 한 소장파 의원은 “민주계로 서울지역구에 충청 출신인 서의원은 당내 개혁성향 의원과 수도권·충청권 의원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의원이 ‘대선패배 책임론’을 들어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그가 가장 강력한 ‘킹 메이커’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김덕룡 의원은 ‘대북송금 특검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개혁세력의 선명성’이 부각될수록 김의원의 당내 입지는 커지는 상황. 김의원에 대한 지지는 호남을 중심으로 수도권으로 북상중이다. 반면 개혁성향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 간 마찰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토론회에 이곳 한나라당 간부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대선 때 대구에서 표 많이 얻어준 것도 죄냐”는 불만만 터져 나왔다. 대구지역 의원들은 ‘국민 속으로’의 ‘인적청산’ 주장이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월12일 낮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박근혜 의원을 제외한 대구 의원 전원이 모였다. 모임 참석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적청산론의 차단에 강재섭 의원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강의원은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강의원으로선 ‘영남주자’로서 영남권 의원들의 지지, ‘차세대 주자’로서 개혁세력의 지지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수-개혁 치열한 세대결 예상



    한나라당 정당개혁은 ‘원내 중심 정당화’ ‘제왕적 당운영 폐지’ 방향으로 논의중이다. 당 대표 권한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당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 ‘한나라당의 얼굴’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자리임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이 기자에게 “당대표 선출방식이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소장파 한 의원은 “정치개혁, 인적청산 작업이 제대로 되기 전에 한나라당이 당권경쟁 국면에 돌입하는 상황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2월18일 한나라당 연찬회는 당권 향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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