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룹 개발부 백승철 팀장(38)은 며칠 전 술자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저녁식사도 생략한 채 신입사원 환영회에 참석한 그는 여느 때처럼 폭탄주를 돌리는 의식으로 환영회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그날 따라 회식은 ‘속도전’ 양상. 연거푸 술잔을 비우던 그는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서 시작한 구역질은 ‘토혈’로 이어졌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고서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회식 뒤 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직장인들 사이에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 하지만 구역질을 하면서 피까지 쏟아낸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가 파열된 증거이기 때문. 말로리웨이즈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과음 뒤 좁은 식도로 한꺼번에 위 내용물이 몰려 식도 하부나 위의 상부 점막이 찢어지면서 출혈이 생긴 것이다. 드물게는 식도 점막 손상에 국한되지 않고 식도 벽 전체가 찢어지면서(보아하브 증후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돌연사의 대부분은 소위 ‘필름이 끊어진’ 상태에서 구토한 내용물이 기도를 막으면서 일어난다. 이 경우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호흡곤란으로 100% 사망한다. 내과 전문의 김태호 박사(지디스 내과 원장)는 “과음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눕힌 뒤 손가락을 넣어 토하게 하고, 고개를 젖혀 호흡이 잘 되도록 응급조치를 취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백팀장은 ‘토혈사건’을 계기로 인생의 동반자이자 유일한 취미인 술과의 영원한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의 권고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GOT, GPT 등 간 수치가 500U/L 이상으로 측정된 때문. 정상인의 그것과 비교해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에 그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사람이면 황달 증상이 생기고 간염이나 간경변 등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려 있어야 할 상황. 다행히 백팀장은 아직 그 단계는 아니었다.
김원장은 “일반적으로 간 수치 검사 결과가 정상치의 2, 3배를 넘는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질환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10배 더 높아진다”고 충고했다.
독한 술 원샷 땐 위염 등 가능성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직장인에게 술의 폐해는 비단 위와 간에 그치지 않는다. 회식 다음날이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갔다 와서도 계속 복통에 시달린다면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장질환 중에도 직장인에게 가장 많은 질환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이는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10%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장항문과 전문의 양형규 박사(양병원 원장)는 “알코올은 대장에서 수분과 전해질의 흡수를 방해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적은 양이라도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장을 지속적으로 자극시킴으로써 잦은 배변과 함께 만성 복통, 잔변감, 항문 주변의 불쾌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증상은 금주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으므로 회식자리가 있더라도 당분간 냉정하게 술을 끊는 것이 병을 키우지 않는 최선책.
그렇다면 ‘숙명적’으로 술을 마셔야 하는 우리의 ‘직딩’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킬 것인가. 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술을 도저히 끊지 못하겠다면 ‘요령껏’, 그리고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을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알코올 도수 20%가 넘는 소주, 위스키 등은 위장에 부담을 많이 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 또 음주 전 반드시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술 실력을 과시한답시고 공복에 위스키를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그것도 스트레이트로, 한 번에 모두 들이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는 자칫 위점막을 손상시켜 위염이나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위천공까지 일으킬 수 있다. 또 술은 되도록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천천히 마실수록 뇌세포로 유입되는 알코올의 양이 줄어들고 간에서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까닭이다.
아울러 널리 알려진 것처럼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담배는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촉진하고 알코올은 니코틴을 빠르게 흡수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 또한 만약 주변에 위를 보호한다며 술과 함께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리고 볼 일이다. 우유의 위점막 보호 효과는 그 순간에 그칠 뿐, 위를 더욱 산성화하고 심하면 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녹차·과일 주스 숙취 해소에 도움
부득이하게 연일 술을 마셔야 할 경우는 맥주는 2000cc, 소주는 한 병, 위스키는 200cc, 청주는 500cc 이하로 그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므로 남성의 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적절한 안주를 섭취해 위벽을 보호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름진 안주는 곧 비만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신선한 채소나 과일 안주를 선택한다. 주의할 점은 가끔의 폭음보다 소량이라도 매일 마시는 것이 훨씬 해롭다는 사실. 술의 양과 관계없이 체내의 알코올이 분해되려면 48시간에서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술을 어떻게 마시는가도 중요하지만 과음한 다음날의 숙취 해소도 직장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 이 숙제를 푸는 열쇠는 체내에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알코올 부산물)을 어떻게 제거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며칠 동안 술을 마시지 말고 푹 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물, 녹차, 옥수수차, 과일 주스 등을 충분히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좀처럼 숙취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위 속에 남아 있는 알코올 찌꺼기를 토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 하지만 숙취의 고통을 줄인다고 일명 ‘해장술’을 마시는 것은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 숙취 해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시적으로 두통과 속쓰림이 가시는 것 같지만 이는 일순간 찾아오는 마비증상일 뿐이다.
예부터 술 앞에 장사 없다 했다. 잦은 과음으로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싶다면 즐기면서 천천히 술을 마시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야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회식 뒤 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직장인들 사이에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 하지만 구역질을 하면서 피까지 쏟아낸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가 파열된 증거이기 때문. 말로리웨이즈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과음 뒤 좁은 식도로 한꺼번에 위 내용물이 몰려 식도 하부나 위의 상부 점막이 찢어지면서 출혈이 생긴 것이다. 드물게는 식도 점막 손상에 국한되지 않고 식도 벽 전체가 찢어지면서(보아하브 증후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돌연사의 대부분은 소위 ‘필름이 끊어진’ 상태에서 구토한 내용물이 기도를 막으면서 일어난다. 이 경우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호흡곤란으로 100% 사망한다. 내과 전문의 김태호 박사(지디스 내과 원장)는 “과음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눕힌 뒤 손가락을 넣어 토하게 하고, 고개를 젖혀 호흡이 잘 되도록 응급조치를 취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백팀장은 ‘토혈사건’을 계기로 인생의 동반자이자 유일한 취미인 술과의 영원한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의 권고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GOT, GPT 등 간 수치가 500U/L 이상으로 측정된 때문. 정상인의 그것과 비교해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에 그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사람이면 황달 증상이 생기고 간염이나 간경변 등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려 있어야 할 상황. 다행히 백팀장은 아직 그 단계는 아니었다.
김원장은 “일반적으로 간 수치 검사 결과가 정상치의 2, 3배를 넘는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질환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10배 더 높아진다”고 충고했다.
독한 술 원샷 땐 위염 등 가능성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직장인에게 술의 폐해는 비단 위와 간에 그치지 않는다. 회식 다음날이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갔다 와서도 계속 복통에 시달린다면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장질환 중에도 직장인에게 가장 많은 질환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이는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10%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장항문과 전문의 양형규 박사(양병원 원장)는 “알코올은 대장에서 수분과 전해질의 흡수를 방해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적은 양이라도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장을 지속적으로 자극시킴으로써 잦은 배변과 함께 만성 복통, 잔변감, 항문 주변의 불쾌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증상은 금주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으므로 회식자리가 있더라도 당분간 냉정하게 술을 끊는 것이 병을 키우지 않는 최선책.
그렇다면 ‘숙명적’으로 술을 마셔야 하는 우리의 ‘직딩’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킬 것인가. 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술을 도저히 끊지 못하겠다면 ‘요령껏’, 그리고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을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원하지 않아도 참석할 수밖에 없는 회식자리. 술만 마시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널리 알려진 것처럼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담배는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촉진하고 알코올은 니코틴을 빠르게 흡수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 또한 만약 주변에 위를 보호한다며 술과 함께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리고 볼 일이다. 우유의 위점막 보호 효과는 그 순간에 그칠 뿐, 위를 더욱 산성화하고 심하면 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녹차·과일 주스 숙취 해소에 도움
부득이하게 연일 술을 마셔야 할 경우는 맥주는 2000cc, 소주는 한 병, 위스키는 200cc, 청주는 500cc 이하로 그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므로 남성의 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적절한 안주를 섭취해 위벽을 보호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름진 안주는 곧 비만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신선한 채소나 과일 안주를 선택한다. 주의할 점은 가끔의 폭음보다 소량이라도 매일 마시는 것이 훨씬 해롭다는 사실. 술의 양과 관계없이 체내의 알코올이 분해되려면 48시간에서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술을 어떻게 마시는가도 중요하지만 과음한 다음날의 숙취 해소도 직장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 이 숙제를 푸는 열쇠는 체내에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알코올 부산물)을 어떻게 제거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며칠 동안 술을 마시지 말고 푹 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물, 녹차, 옥수수차, 과일 주스 등을 충분히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좀처럼 숙취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위 속에 남아 있는 알코올 찌꺼기를 토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 하지만 숙취의 고통을 줄인다고 일명 ‘해장술’을 마시는 것은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 숙취 해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시적으로 두통과 속쓰림이 가시는 것 같지만 이는 일순간 찾아오는 마비증상일 뿐이다.
예부터 술 앞에 장사 없다 했다. 잦은 과음으로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싶다면 즐기면서 천천히 술을 마시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