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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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업의 ‘제로섬 게임’ 진위는?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 재등장 … 한나라당, 검사출신 의원 전진배치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0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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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업의 ‘제로섬 게임’ 진위는?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이 검찰수사로 넘어감으로써 대선정국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역사’를 뒤바꿀 수도 있는 ‘초특급 명예훼손 소송사건’의 쟁점 사안을 간추렸다.

    검찰 수사의 형식은 김대업-한나라당 간 명예훼손 맞고소 건이지만, 수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연씨의 불법 군 면제, 신검부표 파기 등 은폐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다. 둘째는 수사 결과를 언제 내놓느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통상적 명예훼손 사건 처리 수순을 밟는다면)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김대업씨의 명예 회복은 이회창 후보의 후보직 사퇴 위기로 직결되며, 반대로 한나라당측의 명예 회복은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의 종식과 민주당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절충이 어려운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수사 결과 발표 시기도 대선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시민단체에선 “정치권의 극심한 소모적 공방과 정국 파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검찰 수사는 빨리 결론이 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김경수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는 여름 휴가 도중 사건 배당을 받았다. 김 부부장검사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사는 두어 달쯤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9월 말에서 10월 초쯤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대업씨는 정연씨 불법 군면제 의혹사건을 재점화해 상황을 현재에까지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전과 경력을 문제 삼아 김대업씨 언행을 평가절하하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김대업씨가 지난 5월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후 보인 행적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물증을 곧 제시할 듯 긴장감만 높이고 실제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의혹의 수위만 ‘에스컬레이트’하는 방법을 취했다.



    다음은 시간 경과 순으로 나열한 그의 발언이다. 이정연씨 병역 면제는 불법이었다.→국군춘천병원에서 체중 조작한 것이다. 그 이후 신한국당측이 은폐대책회의를 해서 물증인 춘천병원의 신검부표를 파기했다.→나중에 물증·증인 공개하겠다.→한인옥 여사도 관여했다. 녹취록이 있다.→한인옥 여사가 1000만원 이상 뇌물 줬다. 녹음테이프도 4개 있다.→테이프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공개하겠다 등이다.

    대선 뇌관 ‘병역비리’ 칼자루는 검찰로

    김씨는 5월 기자에게 (자신의 신뢰성을 강조하기 위해) “참여연대와 연대해 병역면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참여연대는 그와 연대하지 않고 있다. 김대업씨는 녹음테이프에 대해 “99년 병역비리 수사 때 말이 앞뒤가 맞지 않고 자꾸 말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99년 병역비리 수사 당시 중대한 물증이 될 수 있는 공적인 군 검찰 수사 자료가 민간인 개인에게 유출됐다는 의미가 된다.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다. 김대업씨는 또 7월31일엔 ‘녹취록’이 있다고 말해놓고, 이틀 뒤(8월2일)엔 증거물의 가치를 ‘녹음테이프’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도 “녹음테이프를 갖고는 있는데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업씨가 혹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물증을 제시하는 ‘타이밍’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일 수 있다. 김씨는 “관련자들의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 본인은 물론, 김씨가 갖고 있다는 물증의 신뢰도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은 김씨가 유념해야 할 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 검사 출신 의원들이 보인 행태도 문제였다. 한나라당 내 검사 출신 의원들은 강재섭, 김기춘, 박희태, 안상수, 원희룡, 정형근, 최병국, 최연희, 홍준표 의원 등 9명에 이른다. 이 밖에 엄호성 의원은 사시 출신 경찰, 임인배 의원은 검찰수사관 출신이다. 이들은 최근 당내 각종 비리조사특위 위원장에 잇따라 임명되는 등 활발한 대(對) 여권 공격수 활동을 펴고 있다. 검사 출신 원외 인사인 김영일씨는 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검사 출신 5명의 의원 중 함승희 의원만 ‘이회창 저격수’로 활동하는 민주당과 대비된다. 한나라당은 검사 출신 의원들을 ‘전진 배치’해 ‘공격적’ 방식으로 대선을 치른다는 전략을 마련한 듯하다. 그러나 검사 출신 의원들이 이명재 검찰총장을 집단 방문해,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대검 중수부 배당을 요구한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냉철한 검사 출신들이 정연씨 사건에 유독 ‘평상심’을 잃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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