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의 두꺼운 먹구름을 젖히고 한줄기 햇볕이 내비쳤다. 그러나 먹구름이 소멸되고 맑은 날이 오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안정적인 기상예보를 하기에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공에 너무 많은 난기류와 돌발 변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8월4일 끝난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제7차 장관급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합의하고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여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8월12∼14일간 서울에서 열기로 한 장관급 회담에서는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회담, 북측 경제시찰단 파견 등 그동안 중단됐던 거의 모든 남북 현안들이 다뤄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200명 이상 대규모 대표단을 보낸다는 부산 아시안게임 참석 ‘이벤트’까지 마련됐으니 겉으로만 보면 남북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도로 복원된 셈이다.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지난달 25일 이후 불과 열흘 남짓 이처럼 전격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북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남북관계 복원은 7월 이후 추진중인 임금·물가·환율 등 각종 경제변혁을 위한 동력(動力)을 남쪽에게서 수혈받겠다는 것. 이 밖에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합의한 북-미, 북-일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미도 있다.
북미·남북관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북한의 과거 전략은 어느 한쪽을 당기면 다른 쪽은 놓아버리는 식이었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전략은 잘 먹혀들지 않게 됐다. 최근 상황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양쪽을 함께 끌어당기는 쪽으로 전술적 변경을 기하는 첫번째 예라고 할 만하다.
‘이벤트’ 지양하고 실질 협력 논의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편단심이다. 서해교전의 충격에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으나, 햇볕정책의 기본 입장에 추호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상황 진전의 첫 단추가 된 북측의 유감 표명도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강력하게 채근한 덕분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남북 각자의 입장은 그렇다 치고, 큰 구도에서 양쪽의 입장을 함께 바라보는 ‘해석’은 한결 복잡한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최근의 상황 진전에는 남쪽의 차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남북관계를 대폭 진전시키겠다는 북측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건 상식적인 일반론이지만, 그러면 북한이 왜 그동안 딴청을 피우다가 뒤늦게 남북관계 복원을 서두르냐는 의문을 가져볼 법도 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남북관계가 차기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대두된다. 정치권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올 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방북과 관련한 소위 ‘도라산 프로젝트’가 설왕설래하는 것도 ‘북한 변수’가 대선 정국에 끼칠 파괴력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올 하반기 남북관계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섣불리 판단하기엔 역시 변수가 너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산아시안게임이나 남북축구대회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로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쇼 한번 하고 안면 싹 바꾸는 식의 남북관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의 보다 확실한 지표는 경의선 연결과 같은 경협사업들이다. 2000년 6월 이후 말로만 무성했던 이런 사업들이 이번에는 실천에 옮겨질 수 있느냐가 북한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8월 중순 장관급회담을 지켜볼 일이다.
8월4일 끝난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제7차 장관급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합의하고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여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8월12∼14일간 서울에서 열기로 한 장관급 회담에서는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회담, 북측 경제시찰단 파견 등 그동안 중단됐던 거의 모든 남북 현안들이 다뤄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200명 이상 대규모 대표단을 보낸다는 부산 아시안게임 참석 ‘이벤트’까지 마련됐으니 겉으로만 보면 남북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도로 복원된 셈이다.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지난달 25일 이후 불과 열흘 남짓 이처럼 전격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북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남북관계 복원은 7월 이후 추진중인 임금·물가·환율 등 각종 경제변혁을 위한 동력(動力)을 남쪽에게서 수혈받겠다는 것. 이 밖에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합의한 북-미, 북-일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미도 있다.
북미·남북관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북한의 과거 전략은 어느 한쪽을 당기면 다른 쪽은 놓아버리는 식이었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전략은 잘 먹혀들지 않게 됐다. 최근 상황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양쪽을 함께 끌어당기는 쪽으로 전술적 변경을 기하는 첫번째 예라고 할 만하다.
‘이벤트’ 지양하고 실질 협력 논의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편단심이다. 서해교전의 충격에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으나, 햇볕정책의 기본 입장에 추호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상황 진전의 첫 단추가 된 북측의 유감 표명도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강력하게 채근한 덕분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남북 각자의 입장은 그렇다 치고, 큰 구도에서 양쪽의 입장을 함께 바라보는 ‘해석’은 한결 복잡한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최근의 상황 진전에는 남쪽의 차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남북관계를 대폭 진전시키겠다는 북측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건 상식적인 일반론이지만, 그러면 북한이 왜 그동안 딴청을 피우다가 뒤늦게 남북관계 복원을 서두르냐는 의문을 가져볼 법도 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남북관계가 차기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대두된다. 정치권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올 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방북과 관련한 소위 ‘도라산 프로젝트’가 설왕설래하는 것도 ‘북한 변수’가 대선 정국에 끼칠 파괴력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올 하반기 남북관계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섣불리 판단하기엔 역시 변수가 너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산아시안게임이나 남북축구대회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로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쇼 한번 하고 안면 싹 바꾸는 식의 남북관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의 보다 확실한 지표는 경의선 연결과 같은 경협사업들이다. 2000년 6월 이후 말로만 무성했던 이런 사업들이 이번에는 실천에 옮겨질 수 있느냐가 북한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8월 중순 장관급회담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