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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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의 제왕 ‘달걀’ 무조건 피하면 손해

필수아미노산 등 골고루 포함 ‘영양 만점’… 정상인 하루 1, 2개 섭취 땐 콜레스테롤 영향 없어

  • < 권혜석/ 가정의학과 전문의·베스트클리닉 >

    입력2004-10-13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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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백질의 제왕 ‘달걀’ 무조건 피하면 손해
    옛날부터 달걀은 귀한 식품이었다. 양질의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영양 면에서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어 완전식품이라 불린다. 덕분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능한 한 많이 먹을수록 좋은 식품,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부활절 아침에 달걀을 먹는 풍습이 있다. 새로운 삶의 상징이자, 긴 사순 기간에 결핍된 영양을 달걀을 통해 보충하려는 지혜의 발로다.

    그러나 달걀 건강학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달걀을 많이 먹는 사람이 오히려 체력도 훨씬 약하고 고혈압·당뇨 등 병에 걸리는 비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가 하면, 식품의 독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달걀만 끊어도 웬만한 성인병이나 면역체계 이상증세가 훨씬 완화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근육질 스타로 남성미를 자랑하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달걀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 ‘록키3’ 촬영 도중, 힘을 내기 위해 날달걀 15개를 한꺼번에 풀어 들이켜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찍은 뒤 몸이 아파 2주일 남짓 드러누워야만 했던 것. 촬영이 지연된 것은 물론이다.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 가능하다. 달걀 껍데기에 묻어 있던 살모넬라균이 식중독을 일으켰거나 날달걀에 들어 있는 생물독 탓이다.

    생물독은 생물 자신이나 자손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독으로, ‘천연독’이라 불린다. 닭과 같은 고등조류는 알을 빼앗길 위험이 느껴지면 본능적으로 알 속에 독을 분비한다. 게다가 양계장과 같이 좁은 공간에 같은 종류의 생물이 많이 살고 있을 경우,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저마다 독소를 내뿜는다. 따라서 닭은 서로가 내뿜는 독소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고 전염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져, 사육사로서는 항생제나 살균제 등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료에 포함된 항생제 방부제 성장촉진제 등은 각종 영양성분과 함께 달걀에 농축돼 식탁에 오르게 된다.



    노른자는 혈중 콜레스테롤 분해 효과

    단백질의 제왕 ‘달걀’ 무조건 피하면 손해
    사람들이 달걀을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콜레스테롤 때문. 달걀 한 개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 양은 250mg,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정상인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 300mg에 육박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지나치게 높여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심장질환 걱정에 달걀을 피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의 경우 평균 달걀 섭취량은 하루 한 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걀 노른자에 풍부한 레시틴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레시틴은 필수지방산인 비타민 F와 인, 콜린, 이노시톨이 결합된 복합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때문에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도 막아준다.

    단백질의 제왕 ‘달걀’ 무조건 피하면 손해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라면 하루 한두 개 정도의 달걀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과는 달리 채소를 많이 먹고, 우유 소비량도 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달걀을 많이 먹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건강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유해성 콜레스테롤은 주로 포화지방을 함유한 육류나 튀김에 오히려 더 많다.

    한편 아토피성 체질이거나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흰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걀 흰자에는 신진대사 장애 물질인 ‘아비딘’ ‘안티트립신’이 들어 있어 신경장애와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도 흰자를 가급적 피하고 노른자부터 익혀 먹기 시작해 적응력을 기른다면 상관없다.

    누가 뭐라 해도 달걀은 영양 면에서 완전한 식품이다. 달걀은 단백질의 영양을 비교해 수치로 나타낸 단백가(protein score)가 100에 해당하는 양질의 단백질로 우유(78)나 쇠고기(83)보다 훨씬 고급이다. 라이신, 메티오닌, 트립토판 등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갖고 있다. 특히 흰자의 알부민과 노른자의 비텔린 등은 세포 생성에 중요한 작용을 해 생명 합성의 기본이 된다. 또한 독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음주 후에도 날달걀을 풀어 먹으면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레시틴을 이루는 물질 중 하나인 콜린은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해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노른자에는 지방도 풍부한데 소화율이 98%에 달해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달걀에 다량 들어 있는 비타민 A, B, B6, B12, E와 엽산(folate) 등은 심장질환 위험 인자인 혈중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 농도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 철분 등 미네랄도 우유나 시금치 등의 채소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비타민 C뿐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여성에게도 달걀은 좋은 식품. 삶은 달걀 1개의 열량은 80kcal밖에 안 되지만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3시간 15분이나 된다. 덕분에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날것보다 익혀 먹는 편이 바람직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한두 개 정도가 적당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콜레스테롤이 높은 다른 음식을 피한다는 조건하에 하루 한 개 정도가 적당하다. 생명력이 없는 무정란보다는 유정란이 바람직하다. 가급적이면 날것보다는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완전히 익히면 살모넬라균 등 세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뿐더러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줄어든다. 아기에게 이유식을 할 경우에는 노른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흰자에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

    신선한 달걀은 껍데기가 까칠까칠하고 깨뜨렸을 때 껍데기와 분리도 잘 된다. 노른자가 퍼지지 않고 도톰하게 올라오고 탄력 있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노른자 색이 진할수록 선호하지만 노른자의 색은 영양과 관계없다. 노른자의 색은 단풍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성분인 크산토필 함량과 닭의 건강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에는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크산토필이 많이 들어간 사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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