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월2일부터 시작된 월드컵 강화훈련에서 16강 도전을 위한 비책을 가다듬는 중이다. 핵심은 골 결정력 강화. 공격 요원들의 마무리 능력 향상과 세트플레이의 적중도를 높이는 게 골자다. 히딩크 감독은 그중에서도 파주~서귀포 훈련을 거치면서 비공개 훈련을 통해 세트플레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심혈을 쏟았다.
세트플레이는 ‘세트피스’(Set-Piece)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정해진 플레이, 약속된 플레이, 준비된 플레이란 뜻으로 프리킥 코너킥 스로인 등 정지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세계 상위권 팀에 비해 기술이 뒤떨어지는 한국팀으로선 당연히 포커스를 맞춰볼 만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한국이 다섯 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총 11골 중 프리킥 상황에서 수확한 골이 5골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기술적으로 세계 강호에 뒤지는 상황에서 귀중한 프리킥 찬스를 ‘캐넌포’로 살려내 선전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98년 골 중 26%가 세트플레이로 작성
90년대엔 7골 중 5골 모두를 세트플레이 찬스에서 따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황보관이 최순호가 밀어준 프리킥을 시속 114km의 캐넌포로 작렬시킨 데 이어 94년엔 홍명보가 프리킥을 직·간접 슈팅으로 연결해 두 골이나 명중시켰다. 98년에도 하석주가 멕시코전에서 직접 프리킥골을 성공시켰고, 벨기에전에선 하석주의 프리킥 어시스트를 유상철이 슬라이딩해 동점골을 만들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세트플레이를 골로 연결시키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월드컵을 분석해 봐도 알 수 있다. 90년 월드컵에선 총 115골 가운데 23골(20%)이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이었다. 4년 뒤엔 141골 가운데 31골로 21.9%로 높아졌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171골 가운데 45골이 세트플레이에 의해 기록돼 26.3%까지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94년 미국 월드컵에선 15골이 프리킥 직접 슈팅으로 얻어졌다면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프리킥 찬스에서 패턴플레이로 16골이 나왔다는 점. 이는 프리킥 득점도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보다 조직력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골을 성공시키는 조류로 볼 수 있다.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세계 축구 변혁의 분기점이 된 유명한 ‘사건’도 월드컵에서 나왔다. 70년 멕시코 월드컵 체코전에서 브라질의 리벨리노가 9.15m 떨어진 상대 수비벽 왼쪽 끝에 서 있던 동료 자일징요를 겨냥해 직접 왼발 프리킥으로 슈팅을 날렸다. 그 순간 자일징요가 쓱 피해버리자 시야가 막혔던 골키퍼는 무방비 상태에서 왼쪽 모서리에 꽂히는 골을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다.
4년 뒤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동독전에서 이번에 자일징요가 방어벽 사이에 끼여 있다가 리벨리노가 프리킥 슈팅을 날리는 순간 몸을 낮추었고 그 틈으로 번개같은 슛이 날아가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던 것이다.
이렇듯 세트플레이는 탁월한 키커가 있거나, 없더라도 효과적인 패턴를 개발해 반복 훈련한다면 아주 유용한 공격무기가 된다.
불행히도 98년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명장 히딩크 감독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지도자로 남아 있다. 당시 프랑스의 주요 언론들은 네덜란드가 브라질에 승부차기로 패한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12골을 기록했지만 페널티킥까지 포함한 세트플레이에서는 정작 한 골도 뽑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에도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은 히딩크와 먼 얘기였다. 30차례의 A매치에서 34골을 기록했지만 프리킥 찬스에선 한 골도 없이 코너킥 상황에서만 단 4골을 건졌으니 말이다. 지난달 중국전에선 히딩크 부임 이후 한 경기 최다인 12차례의 코너킥을 얻고도 킥의 목표가 부정확하고 세기가 떨어져 불발탄만 날렸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히딩크는 세트플레이 훈련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전문 키커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97년 프랑스전에서 UFO처럼 갑자기 골키퍼 앞에 나타나는 프리킥골을 작렬했던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나, 지난해 예선 마지막 경기 종료 직전의 찬스에서 각도 크게 휘어지는 프리킥으로 본선 직행 티켓을 결정지은 잉글랜드의 베컴, 혹은 89년 대표 데뷔 이후 45개의 페널티킥과 13개의 프리킥 슈팅을 골로 성공시킨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 같은 매직 키커가 없는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 대표팀엔 하석주나 고종수마저 없는 상황이다. 하석주는 90년대 말 ‘하-존(Zone)’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페널티 박스 바깥 언저리에서 고감도의 왼발 프리킥을 폭발시켜 ‘왼발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고종수는 금호고 재학 때 골키퍼를 훈련시키느라 매일 저녁 500개씩 슈팅을 날린 덕에 ‘매직’ 왼발슛을 완성했다.
히딩크호가 서귀포 훈련을 시작하던 5월2일 일본은 온두라스전에서 3골을 내주다 ‘왼발의 마술사’ 나카무라가 프리킥 슈팅에 이어 코너킥을 직접 골로 명중시키는 묘기를 펼쳐 극적으로 3대 3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히딩크로서는, 16강 도전의 믿음직스러운 세트플레이 해결사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이 부럽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묘책은 없는가. 세트플레이는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 히딩크는 5월부터 △직접 슈팅 △옆으로 살짝 패스해 수비벽을 무너뜨린 뒤 뒤에서 달려온 선수가 슈팅 △수비벽을 넘겨 골마우스로 센터링한 뒤 배후 침투에 이은 논스톱 슈팅 △수비벽 끝에 서 있는 동료에게 1차 패스∼반대편으로 돌아 들어가는 다른 동료에게 재연결∼마무리 슈팅 등 대여섯 가지 패턴을 정해놓고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오고 있다. 비공개 훈련이어서 ‘깜짝’ 패턴이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히딩크의 머릿속에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트플레이 패턴은 한 번 써먹으면 상대팀이 전력분석 차원에서 가장 먼저 대비하기 때문에 독창성이 생명이다. 지난해 대륙간컵에서 일본이 페널티 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허리 높이로 아크 쪽으로 슈팅하다시피 강하게 차주자, 달려들며 발리슛으로 벼락같은 골을 명중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은 양발을 잘 쓰는 게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세트플레이 찬스만큼은 왼발 전문 키커가 없어 오른발에 의한 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패턴 개발도 한계가 있고 또 그만큼 상대에게 ‘우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위협을 줄 수 없다는 고민도 있다. 그래도 지난해 이후 코너킥으로만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천수를 비롯해 유상철 송종국 이을용 안정환 윤정환 현영민 등의 키커들에게 거리나 위치에 따라 키커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
단시일 내에 세트플레이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는 없다. 그러나 5월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프리킥 센터링에 이은 헤딩슛으로 A매치 연속 무실점 무패 행진을 5경기에서 마감했기에 대표선수들은 세트플레이의 실체적인 효과를 체감했을 것이다. 중단 없는 반복 훈련, 그리고 집중력을 갖고 약속된 플레이를 만들어 가려는 자세만 있다면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첫 승, 나아가 비원의 16강 진입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트플레이는 ‘세트피스’(Set-Piece)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정해진 플레이, 약속된 플레이, 준비된 플레이란 뜻으로 프리킥 코너킥 스로인 등 정지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세계 상위권 팀에 비해 기술이 뒤떨어지는 한국팀으로선 당연히 포커스를 맞춰볼 만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한국이 다섯 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총 11골 중 프리킥 상황에서 수확한 골이 5골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기술적으로 세계 강호에 뒤지는 상황에서 귀중한 프리킥 찬스를 ‘캐넌포’로 살려내 선전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98년 골 중 26%가 세트플레이로 작성
90년대엔 7골 중 5골 모두를 세트플레이 찬스에서 따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황보관이 최순호가 밀어준 프리킥을 시속 114km의 캐넌포로 작렬시킨 데 이어 94년엔 홍명보가 프리킥을 직·간접 슈팅으로 연결해 두 골이나 명중시켰다. 98년에도 하석주가 멕시코전에서 직접 프리킥골을 성공시켰고, 벨기에전에선 하석주의 프리킥 어시스트를 유상철이 슬라이딩해 동점골을 만들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세트플레이를 골로 연결시키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월드컵을 분석해 봐도 알 수 있다. 90년 월드컵에선 총 115골 가운데 23골(20%)이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이었다. 4년 뒤엔 141골 가운데 31골로 21.9%로 높아졌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171골 가운데 45골이 세트플레이에 의해 기록돼 26.3%까지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94년 미국 월드컵에선 15골이 프리킥 직접 슈팅으로 얻어졌다면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프리킥 찬스에서 패턴플레이로 16골이 나왔다는 점. 이는 프리킥 득점도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보다 조직력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골을 성공시키는 조류로 볼 수 있다.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세계 축구 변혁의 분기점이 된 유명한 ‘사건’도 월드컵에서 나왔다. 70년 멕시코 월드컵 체코전에서 브라질의 리벨리노가 9.15m 떨어진 상대 수비벽 왼쪽 끝에 서 있던 동료 자일징요를 겨냥해 직접 왼발 프리킥으로 슈팅을 날렸다. 그 순간 자일징요가 쓱 피해버리자 시야가 막혔던 골키퍼는 무방비 상태에서 왼쪽 모서리에 꽂히는 골을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다.
4년 뒤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동독전에서 이번에 자일징요가 방어벽 사이에 끼여 있다가 리벨리노가 프리킥 슈팅을 날리는 순간 몸을 낮추었고 그 틈으로 번개같은 슛이 날아가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던 것이다.
이렇듯 세트플레이는 탁월한 키커가 있거나, 없더라도 효과적인 패턴를 개발해 반복 훈련한다면 아주 유용한 공격무기가 된다.
불행히도 98년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명장 히딩크 감독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지도자로 남아 있다. 당시 프랑스의 주요 언론들은 네덜란드가 브라질에 승부차기로 패한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12골을 기록했지만 페널티킥까지 포함한 세트플레이에서는 정작 한 골도 뽑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에도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은 히딩크와 먼 얘기였다. 30차례의 A매치에서 34골을 기록했지만 프리킥 찬스에선 한 골도 없이 코너킥 상황에서만 단 4골을 건졌으니 말이다. 지난달 중국전에선 히딩크 부임 이후 한 경기 최다인 12차례의 코너킥을 얻고도 킥의 목표가 부정확하고 세기가 떨어져 불발탄만 날렸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히딩크는 세트플레이 훈련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전문 키커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97년 프랑스전에서 UFO처럼 갑자기 골키퍼 앞에 나타나는 프리킥골을 작렬했던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나, 지난해 예선 마지막 경기 종료 직전의 찬스에서 각도 크게 휘어지는 프리킥으로 본선 직행 티켓을 결정지은 잉글랜드의 베컴, 혹은 89년 대표 데뷔 이후 45개의 페널티킥과 13개의 프리킥 슈팅을 골로 성공시킨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 같은 매직 키커가 없는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 대표팀엔 하석주나 고종수마저 없는 상황이다. 하석주는 90년대 말 ‘하-존(Zone)’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페널티 박스 바깥 언저리에서 고감도의 왼발 프리킥을 폭발시켜 ‘왼발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고종수는 금호고 재학 때 골키퍼를 훈련시키느라 매일 저녁 500개씩 슈팅을 날린 덕에 ‘매직’ 왼발슛을 완성했다.
히딩크호가 서귀포 훈련을 시작하던 5월2일 일본은 온두라스전에서 3골을 내주다 ‘왼발의 마술사’ 나카무라가 프리킥 슈팅에 이어 코너킥을 직접 골로 명중시키는 묘기를 펼쳐 극적으로 3대 3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히딩크로서는, 16강 도전의 믿음직스러운 세트플레이 해결사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이 부럽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묘책은 없는가. 세트플레이는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 히딩크는 5월부터 △직접 슈팅 △옆으로 살짝 패스해 수비벽을 무너뜨린 뒤 뒤에서 달려온 선수가 슈팅 △수비벽을 넘겨 골마우스로 센터링한 뒤 배후 침투에 이은 논스톱 슈팅 △수비벽 끝에 서 있는 동료에게 1차 패스∼반대편으로 돌아 들어가는 다른 동료에게 재연결∼마무리 슈팅 등 대여섯 가지 패턴을 정해놓고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오고 있다. 비공개 훈련이어서 ‘깜짝’ 패턴이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히딩크의 머릿속에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트플레이 패턴은 한 번 써먹으면 상대팀이 전력분석 차원에서 가장 먼저 대비하기 때문에 독창성이 생명이다. 지난해 대륙간컵에서 일본이 페널티 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허리 높이로 아크 쪽으로 슈팅하다시피 강하게 차주자, 달려들며 발리슛으로 벼락같은 골을 명중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은 양발을 잘 쓰는 게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세트플레이 찬스만큼은 왼발 전문 키커가 없어 오른발에 의한 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패턴 개발도 한계가 있고 또 그만큼 상대에게 ‘우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위협을 줄 수 없다는 고민도 있다. 그래도 지난해 이후 코너킥으로만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천수를 비롯해 유상철 송종국 이을용 안정환 윤정환 현영민 등의 키커들에게 거리나 위치에 따라 키커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
단시일 내에 세트플레이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는 없다. 그러나 5월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프리킥 센터링에 이은 헤딩슛으로 A매치 연속 무실점 무패 행진을 5경기에서 마감했기에 대표선수들은 세트플레이의 실체적인 효과를 체감했을 것이다. 중단 없는 반복 훈련, 그리고 집중력을 갖고 약속된 플레이를 만들어 가려는 자세만 있다면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첫 승, 나아가 비원의 16강 진입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