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장수가 비가 오자 옹기를 엎어놓았다. 그때 마침 옹기를 사러 온 사람이 ‘왜 옹기에 아가리가 없느냐’고 묻자 옹기장수가 ‘무슨 소리냐’며 옹기를 원래대로 뒤집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니, 밑 빠진 옹기도 파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착시 현상’으로 빚어진 해프닝이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 석상에서 전개한 소위 ‘옹기론’이다. 최근 ‘최규선 게이트’ 관련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무혐의가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는 ‘호소’가 담긴 얘기다.
유회장은 2000년 7월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를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돼, 최규선씨 권유로 작년 4월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사들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고가로 매입하는 데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회장의 이런 ‘옹기론’은 최근 상황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회장은 98년 3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강력한 ‘후견인’이었던 포스코 명예회장 박태준 전 총리의 신임마저 잃게 된 것. 유회장은 98년 현 정권 초기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체제의 한 축이었던 박태준씨의 ‘추천’으로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다.
유상부 회장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이후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은 일제히 박 전 총리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그런데 5월17일 오후, 요양중이던 일본에서 귀국한 박씨는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황경로 전 회장, 안병화 전 사장 등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 경영진의 비리 연루에 대해 “포스코 34년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찍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박씨가 유회장 등 현 경영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질책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박씨와 유회장 사이에 ‘이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조율이 잘 됐기 때문에 밖으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올 3월 주총만 해도 그렇다. 유회장은 주총에서 임원들을 대폭 물갈이하려고 했으나 박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모 부사장만 내보내는 선에서 끝냈다는 얘기가 있다.
포스코측은 박씨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전직 임원들이 박 전 총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입력시킨 결과”라며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박씨의 귀국을 앞두고 서둘러 에쿠스 리무진을 마련, 인천공항에 내보내는 등 예우에 신경 썼음에도 이런 질책을 받자 포스코 주변에서는 “유회장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틈새를 비집고 ‘박태준 사단’ 중 일부 인사들이 유회장 후임을 노리고 뛰는 움직임도 있다.
물론 민영화 3년째를 맞은 포스코의 경영진 선임권은 어디까지나 주주에게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 지분 구조를 보면 ‘무늬만’ 민영화됐지 속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아직도 정부 의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현 정부가 아직도 특별히 예우하고 있는 박태준씨의 의향이 포스코 경영진 선임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회장이 넘어야 할 고비는 또 있다. 검찰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회장은 작년 4월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사들이 TPI 주식 20만주를 당시 시세보다 비싼 주당 3만5000원씩에 산 경위와 관련해 검찰에 비밀리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유회장과 홍걸씨, 최규선씨가 직접 만난 사실이 확인된 이후 검찰은 또다시 유회장을 부른다는 방침이어서 “유회장의 운명은 홍걸씨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사들의 TPI 주식 매입 과정에 유회장이 ‘개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회장이 좋은 투자처를 추천해 주었다고 생각해 TPI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는 한 계열사 사장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유회장은 ‘최규선 게이트’ 연루 사실이 불거진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한 후로는 점심도 배달시켜 먹는 등 하루종일 회장실을 떠나지 않고 있는 상태. 그러나 포스코 직원들은 유회장의 이런 ‘불행’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한 간부는 “유회장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앞장서서 ‘유회장이 억울하다’고 두둔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원들의 이런 태도는 유회장의 ‘긴축경영’ 방침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은 “유회장 취임 이후 실질적인 임금인상이 없었는데, 이 때문인지 2000년 회사측에서 직원들에게 2주씩 주식을 나눠주었다. 그러자 이를 유회장의 성(姓)과 합성, 질펀한 술자리에서나 거론되는 ‘유두주’로 비아냥거린 일도 있다. 최근에는 사내 통신망 ‘포스비’ 자유게시판에 ‘임금 수준이 형편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 회사측이 5월2일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본봉의 100%를 지급한 것은 직원들의 반발심만 촉발한 계기가 됐다. 한 부장은 “유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0%의 특별보너스를 받아서인지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던 직원들이 유회장의 비리 연루 의혹이 알려지자 포스비 자유게시판에 ‘직원들 입막음용으로 미리 보너스를 준 것 아니냐’ ‘격려금을 반환하자’는 내용의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유회장 측근들은 “유회장이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유회장의 뜻을 너무 몰라준다”고 하소연한다. “외환위기 이후 취임한 유회장은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여겨 임금인상 등을 억제해 왔고, 이런 방침이 성과를 거둬 직원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사태는 막았는데 이런 공로는 평가하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직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임원들에게는 스톡옵션(정해진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면서 직원들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작년 7월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포함, 전체 임원 38명에게 총 49만8000주(0.52%)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유회장은 1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과거 임원들도 불만이 많다. 한 전직 임원은 “아무리 스톡옵션 제도가 과거에는 없었다고 해도 포스코를 건설할 때 피땀 흘린 사람 따로 있고, 과실 따먹는 사람 따로 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최근 포스코그룹 일부 임원들이 ‘특혜분양’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파크뷰 아파트도 사전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험악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회장 측근들의 주장대로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런 불만은 유회장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한, 단순한 감정적 반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유회장이 ‘내부의 고객’ 만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고 있고, 이런 상황이 외부 요인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회장 자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 석상에서 전개한 소위 ‘옹기론’이다. 최근 ‘최규선 게이트’ 관련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무혐의가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는 ‘호소’가 담긴 얘기다.
유회장은 2000년 7월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를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돼, 최규선씨 권유로 작년 4월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사들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고가로 매입하는 데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회장의 이런 ‘옹기론’은 최근 상황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회장은 98년 3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강력한 ‘후견인’이었던 포스코 명예회장 박태준 전 총리의 신임마저 잃게 된 것. 유회장은 98년 현 정권 초기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체제의 한 축이었던 박태준씨의 ‘추천’으로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다.
유상부 회장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이후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은 일제히 박 전 총리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그런데 5월17일 오후, 요양중이던 일본에서 귀국한 박씨는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황경로 전 회장, 안병화 전 사장 등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 경영진의 비리 연루에 대해 “포스코 34년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찍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박씨가 유회장 등 현 경영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질책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박씨와 유회장 사이에 ‘이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조율이 잘 됐기 때문에 밖으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올 3월 주총만 해도 그렇다. 유회장은 주총에서 임원들을 대폭 물갈이하려고 했으나 박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모 부사장만 내보내는 선에서 끝냈다는 얘기가 있다.
포스코측은 박씨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전직 임원들이 박 전 총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입력시킨 결과”라며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박씨의 귀국을 앞두고 서둘러 에쿠스 리무진을 마련, 인천공항에 내보내는 등 예우에 신경 썼음에도 이런 질책을 받자 포스코 주변에서는 “유회장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틈새를 비집고 ‘박태준 사단’ 중 일부 인사들이 유회장 후임을 노리고 뛰는 움직임도 있다.
물론 민영화 3년째를 맞은 포스코의 경영진 선임권은 어디까지나 주주에게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 지분 구조를 보면 ‘무늬만’ 민영화됐지 속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아직도 정부 의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현 정부가 아직도 특별히 예우하고 있는 박태준씨의 의향이 포스코 경영진 선임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회장이 넘어야 할 고비는 또 있다. 검찰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회장은 작년 4월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사들이 TPI 주식 20만주를 당시 시세보다 비싼 주당 3만5000원씩에 산 경위와 관련해 검찰에 비밀리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유회장과 홍걸씨, 최규선씨가 직접 만난 사실이 확인된 이후 검찰은 또다시 유회장을 부른다는 방침이어서 “유회장의 운명은 홍걸씨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사들의 TPI 주식 매입 과정에 유회장이 ‘개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회장이 좋은 투자처를 추천해 주었다고 생각해 TPI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는 한 계열사 사장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유회장은 ‘최규선 게이트’ 연루 사실이 불거진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한 후로는 점심도 배달시켜 먹는 등 하루종일 회장실을 떠나지 않고 있는 상태. 그러나 포스코 직원들은 유회장의 이런 ‘불행’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한 간부는 “유회장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앞장서서 ‘유회장이 억울하다’고 두둔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원들의 이런 태도는 유회장의 ‘긴축경영’ 방침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은 “유회장 취임 이후 실질적인 임금인상이 없었는데, 이 때문인지 2000년 회사측에서 직원들에게 2주씩 주식을 나눠주었다. 그러자 이를 유회장의 성(姓)과 합성, 질펀한 술자리에서나 거론되는 ‘유두주’로 비아냥거린 일도 있다. 최근에는 사내 통신망 ‘포스비’ 자유게시판에 ‘임금 수준이 형편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 회사측이 5월2일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본봉의 100%를 지급한 것은 직원들의 반발심만 촉발한 계기가 됐다. 한 부장은 “유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0%의 특별보너스를 받아서인지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던 직원들이 유회장의 비리 연루 의혹이 알려지자 포스비 자유게시판에 ‘직원들 입막음용으로 미리 보너스를 준 것 아니냐’ ‘격려금을 반환하자’는 내용의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유회장 측근들은 “유회장이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유회장의 뜻을 너무 몰라준다”고 하소연한다. “외환위기 이후 취임한 유회장은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여겨 임금인상 등을 억제해 왔고, 이런 방침이 성과를 거둬 직원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사태는 막았는데 이런 공로는 평가하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직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임원들에게는 스톡옵션(정해진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면서 직원들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작년 7월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포함, 전체 임원 38명에게 총 49만8000주(0.52%)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유회장은 1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과거 임원들도 불만이 많다. 한 전직 임원은 “아무리 스톡옵션 제도가 과거에는 없었다고 해도 포스코를 건설할 때 피땀 흘린 사람 따로 있고, 과실 따먹는 사람 따로 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최근 포스코그룹 일부 임원들이 ‘특혜분양’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파크뷰 아파트도 사전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험악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회장 측근들의 주장대로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런 불만은 유회장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한, 단순한 감정적 반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유회장이 ‘내부의 고객’ 만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고 있고, 이런 상황이 외부 요인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회장 자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