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유럽에 있는 ‘호수와 숲의 나라’ 정도로 알려졌던 핀란드는 최근 가장 ‘뜨는 나라’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산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세계경제포럼 선정) 갖춘 데다 부패가 없고(투명성 지수 1위) 환경 보존이 가장 잘돼(환경지속성 지수 1위) 세계 각국이 다투어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가 남녀평등과 여권(女權) 보장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모범국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핀란드는 역사적으로 1906년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기자는 4월8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의 회견과 IT산업 현장 취재를 위해 6일간 핀란드에 머무는 동안 각계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핀란드의 막강한 여성 파워를 실감했다. 핀란드의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예로, 최근 핀란드를 방문한 어느 사절단이 남핀란드 주지사를 시작으로 수도 헬싱키 시장, 국회의장, 대통령 순으로 주요 지도자를 면담했는데 이들 모두가 여성이었다.
3부 요인 중 할로넨 대통령과 리타 우오수카이넨 국회의장이 여성이다. 각료의 3분의 1이 여성 장관이며 헬싱키의 에바 리타 시토넨 시장도 여성. 민간부문에서도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왕국인 노키아사(社)의 사리 발다우프 네트워크부문 회장 등 여성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는 단순히 고위직에 여성이 많이 진출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곳곳에서 수많은 여성을 만났다. 핀란드 외무부의 공보관 3명 중 2명과 대통령 대변인 노키아와 벤처센터인 인노폴리의 공보 담당자 등. 그만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보편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남녀평등 문제를 페미니즘이나 인권 문제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본다는 점이다. 200명의 의원 중 75명이 여성의원인 국회를 이끌고 있는 우오수카이넨 의장은 “인구가 520만명밖에 안 돼 남녀 구분 없이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로넨 대통령 역시 핀란드의 ‘막강 경쟁력’의 원천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청소년들이 남녀 구분 없이 원하는 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능력을 사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핀란드에는 여성의 권익이나 사회적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할당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회나 공직의 일정한 비율을 여성에게 내주는 것 같은 ‘혜택’이 아예 없는 것이다.
우오수카이넨 의장은 “이미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여성에게 50%의 ‘쿼터’를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핀란드 여성들은 참정권을 갖자마자 실시된 첫 선거에서 200개의 의석 중 19개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여성 의원은 더 늘어났다.
정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핀란드 여성들은 인위적 장치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물론 남성과 대등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주어졌다.
핀란드는 수준 높은 교육으로 국가경쟁력의 기틀을 다졌다. 그런데 교육에서부터 남녀평등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핀란드 교육의 이념은 한마디로 “모든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오수카이넨 의장은 “교육을 통해 남성은 여성의 가치를 알게 되고 여성이 인생에서 좋은 동반자라는 점을 배운다. 남성과 여성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똑같은 비중의 임무를 맡고, 함께 교육받고 일하면서 ‘암탉과 수탉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인들은 ‘남녀 사이의 차이는 신체구조의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결혼하고 남편이 부인의 성(姓)을 따라 성을 바꾸는 것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할로넨 대통령의 남편은 국회 전문위원이고 우오수카이넨 의장의 남편은 육군 중령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부인이 남편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핀란드가 남녀평등과 여권(女權) 보장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모범국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핀란드는 역사적으로 1906년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기자는 4월8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의 회견과 IT산업 현장 취재를 위해 6일간 핀란드에 머무는 동안 각계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핀란드의 막강한 여성 파워를 실감했다. 핀란드의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예로, 최근 핀란드를 방문한 어느 사절단이 남핀란드 주지사를 시작으로 수도 헬싱키 시장, 국회의장, 대통령 순으로 주요 지도자를 면담했는데 이들 모두가 여성이었다.
에바 리타 시토넨 헬싱키 시장
이는 단순히 고위직에 여성이 많이 진출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곳곳에서 수많은 여성을 만났다. 핀란드 외무부의 공보관 3명 중 2명과 대통령 대변인 노키아와 벤처센터인 인노폴리의 공보 담당자 등. 그만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보편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남녀평등 문제를 페미니즘이나 인권 문제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본다는 점이다. 200명의 의원 중 75명이 여성의원인 국회를 이끌고 있는 우오수카이넨 의장은 “인구가 520만명밖에 안 돼 남녀 구분 없이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로넨 대통령 역시 핀란드의 ‘막강 경쟁력’의 원천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청소년들이 남녀 구분 없이 원하는 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능력을 사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핀란드에는 여성의 권익이나 사회적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할당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회나 공직의 일정한 비율을 여성에게 내주는 것 같은 ‘혜택’이 아예 없는 것이다.
사리 발다우프 노카아사(社) 네트워크부문 회장
정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핀란드 여성들은 인위적 장치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물론 남성과 대등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주어졌다.
핀란드는 수준 높은 교육으로 국가경쟁력의 기틀을 다졌다. 그런데 교육에서부터 남녀평등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핀란드 교육의 이념은 한마디로 “모든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오수카이넨 의장은 “교육을 통해 남성은 여성의 가치를 알게 되고 여성이 인생에서 좋은 동반자라는 점을 배운다. 남성과 여성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똑같은 비중의 임무를 맡고, 함께 교육받고 일하면서 ‘암탉과 수탉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인들은 ‘남녀 사이의 차이는 신체구조의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결혼하고 남편이 부인의 성(姓)을 따라 성을 바꾸는 것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할로넨 대통령의 남편은 국회 전문위원이고 우오수카이넨 의장의 남편은 육군 중령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부인이 남편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