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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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100%’ 미니대학 4년 만의 기적

한국산업기술대 첫 졸업생 227명 전원 취업 … 산학협동 통한 철저한 현장실습 결실

  • < 안산=정호재 기자 > demian@donga.com

    입력2004-10-29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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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률 100%’ 미니대학 4년 만의 기적
    ‘졸업생 전원 취업!’취업에 목마른 청년 실업자들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리다. 그것도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이 아닌, 설립된 지 갓 4년에 올해 첫회 졸업생을 배출한 전교생 3000여명 남짓의 자그마한 대학이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더욱 놀라게 마련. 바로 경기도 시화공단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학(총장 최홍건)이 취업률 100%라는 신화를 달성한 주인공이다.

    지난 98년 개교한 이 대학은 450명의 첫 입학생 중 올해 졸업한 227명 전원을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입생 모집인원은 어느새 1380명으로 늘었고 주변의 입선전에 힘입어 경쟁률도 주야간 가리지 않고 10대 1 이상을 기록했다. 이 ‘미니대학’의 교수 1인당 연구비는 전국 5위. 뿐만 아니라 시화공단 내 중소기업들이 줄지어 교수연구실로 찾아오면서 경기도 내 산학협력의 성공적 모델로까지 인정받게 되었다.

    방학인데도 수업이 진행중인 기계설계학과의 3차원 측정실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3학점의 ‘정밀측정 실무’ 수업시간. 학생들은 시화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가져온 부속품을 측정해 주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던 양해정 교수는 “일반 중소기업들은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습시간에 학생과 함께 설계와 도면화를 공동 프로젝트로 수행하고 납품에 필요한 검사성적서 업무까지 돕는다”며 수업과 산학협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업에 참여한 2학년생 조환영군도 “현장과 조화를 이룬 대학교육을 통해 전문 기술자로서의 자신감이 생겨 일제 기계류를 국산화하는 데 평생을 바칠 각오”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공단 내에 캠퍼스 ‘기대 이상의 효과’

    ‘취업률 100%’ 미니대학 4년 만의 기적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취업률 100% 신화 달성에는 애초 이 대학이 내세운 공단 내 입지 전략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 대학은 다른 대학이 ‘산 좋고 물 좋은’ 캠퍼스를 찾아 헤맬 때 오히려 공단 한복판에 캠퍼스 부지를 마련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른바 청개구리 전략. 실제 산업기술대학 캠퍼스 앞으로는 시화공단이 펼쳐져 있고 옆으로는 반월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3500여개의 중소기업이 바로 이 대학의 실습현장이 된 것이다. 대학 캠퍼스 앞에는 그 흔한 술집이나 당구장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요즘 대학가의 일반적 풍경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성공에는 가족회사제도와 겸임교수제도가 중요한 뒷받침이 되었다. 여타 대학들은 학생들이 실습 현장을 찾아 헤맸지만 공장을 가진 업체들이 풋내기 학생들에게 장소를 제공해 줄 리 만무했다. 이 때문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가족회사. 기계설계학과 김영일 교수는 “산업대학인 우리는 주변의 중소기업들과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족회사제도만이 우리의 살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대학 설립 초기 마치 영업사원처럼 기업체들을 돌아다니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실과 장비를 제공하겠으니 학생실습과 연구개발을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대학이 주변의 중소기업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대학측의 확고한 의지가 전달되자 가족회사제도는 빠르게 정착돼 갔다. 시행 4년이 지난 지금 가족회사제도는 공단 내 840여개 중소기업을 대학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 대학과 함께 크롬 휠 연마기 자동화 공정을 공동으로 프로젝트한 ㈜엠아이텍 김성진 사장은 “산학연의 핵심은 바로 ‘근거리’에 있다”며 “중소기업은 대학 문턱을 넘기조차 힘들었는데 내가 원하는 기술과 인력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학이 생기기 전에는 많은 업체들이 부품 하나를 측정하는 데도 서울을 몇 차례씩 오가야 했다.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든든한 힘이 되었다. 그동안 노동부나 중소기업청은 공단 입주업체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가족회사제도는 대학의 학과를 중심으로 기계, 화학, 전자 등의 분과모임과 세미나를 개최하여 정보와 전문지식에 목마른 중소기업인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산학협동의 위력을 실감한 지난 4년이었다.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국내에서 사업하는 게 너무 어려워 이민할 생각까지 했지만 산업기술대학을 통해 이웃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그런 생각을 접었다”며 학교측에 고마워하기도 했다.

    ‘취업률 100%’ 미니대학 4년 만의 기적
    산학연계를 중요시하는 만큼 공과대학 수업과정 역시 철저하게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산업대학의 취지를 살려 실습 비중은 40%를 차지한다. 전공별 방학실습을 포함해 4년간 기업체 현장 실습만 1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철저하게 현장을 중시하는 학풍인 것이다.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성공에 ‘씨줄’ 구실을 한 것이 가족회사제도였다면 실질적인 산학연계를 가능하게 한 겸임교수제도는 ‘날줄’ 구실을 했다. 60여명의 전임교수에게 채용 당시부터 박사학위 이외에도 산업체 근무경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대학은 교수들이 앞장서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온전하게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실질적인 연구가 정착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교수평가도 미국과학논문색인(SCI) 인용 여부만큼이나 현장 프로젝트 참가 정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또한 130명에 이르는 겸임교수들은 산업체 현장에서 직접 ‘모셔오고’ 있다. 5년 이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이 실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직접 업체로 데리고 가 현장에서 중요한 이론을 함께 토론하고 교육하기도 한다. 겸임교수에 대한 대우 또한 최상급을 고집한다. 시간강사의 2배에 이르는 급여를 보장하고 교내 행사에서도 전임교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것. 실제로 올해 졸업한 학생들은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가족회사와 겸임교수들이 당초 요구했던 학생 수는 1000여명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현장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한 교육과 현장밀착 제도가 학생들을 산업체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올해 초 이 학교를 방문한 뒤 독특한 산학연계 등 대학의 성과에 감동받아 대통령 주례보고를 통해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시도를 청년실업 해소 방안과 연계하는 구상을 전달한 바 있다. 이어 2월14일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는 한국산업기술대학의 가족회사제도 등 산학연의 성공적 협력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 산업기술대학 최홍건 총장은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그리고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얼룩진 한국의 대학교육현실에서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시도는 지난 4년보다 미래가 더 희망적”이라며 대학의 발전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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