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취업난’. 지난 1997년 IMF 관리체제 이후 이 표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지 않은 해는 99년 한 해뿐이다. 취업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박람회에 늘어선 대학생 구직자들의 행렬과 넘쳐나는 청년실업자 문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엄연히 ‘학벌 카스트’가 존재하는 2001년 한국의 구직전쟁에서 지방대생들이 서울지역 대학생들보다 불리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다면 이 어려운 현실을 뚫고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지방대생들은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올해 국내 3대 재벌그룹 삼성, LG, SK에 입사한 네 명의 ‘행운아’들에게 취업 성공 노하우를 물었다.
‘톡톡튀는 신세대만 좋아한다?‘
울산대를 졸업하고 올해 SK C&C에 입사한 박승래씨(27)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자신은 ‘고전적인 모범사원 이미지’로 취업문을 뚫었다는 것. “지방대 출신이라는 걸 극복하려면 다른 덕목에서 남보다 월등해야죠. 저는 ‘근면 성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씨가 ‘성실성 입증’의 징표로 삼았던 학점은 4.5만점에 4.2점. 한 학기에 B학점이 하나를 넘지 않은 셈이다.
박씨는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라남도 여수의 시골 마을이 고향이다. “대학 입학 때까지는 아예 컴맹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객지 나와 장학금 타가며 공부했다는 사실을 면접관들이 대견하게 생각한 것 아니었을까요?” 아들이 합격한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순박한 산골 아낙인 어머니는 박씨가 첫 월급으로 사드린 내복을 보며 “이젠 고생 끝났다”고 대견해했다고. 이만하면 ‘성공시대’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만 한 ‘범생이’를 자처한 것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본인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화력. “컴퓨터 동아리에서 회장으로 활동한 점도 놓치지 않고 자기소개서에 썼죠. 생활 태도는 ‘교과서적’이지만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과에서 가장 성공적인 취업 케이스라는 박씨는 요즘 비결을 알려달라는 친구나 후배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널리 알려진 것, 사람들이 인정하는 게 정답이라고 얘기합니다. 회사의 눈은 결국 어른들의 눈이니까요.”
㈜LG-EDS시스템의 입사 면접을 본 후, 불합격되는 꿈을 네 번이나 꿨다는 권태근씨(25·경북대 경영학부 4학년)는 지난 11월15일 기다리던 합격 메일을 받았다. 신체검사가 남아 있지만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전공과 거리가 있는 정보통신업체에 관리직도 아닌 정보기술(IT) 컨설팅 부문으로 취업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기자 질문에, 권씨는 이미 3학년 초에 이 분야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한다. 우연히 오라클(Oracle·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관련 과목을 수강하다 매력을 느낀 후, 준비하고 있던 회계사 시험을 그만두고 방향을 바꿨다는 것. “같이 수업 듣던 공대·상대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죠. 서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며 얻은 시너지 효과 덕분에 오라클 공인전문가 자격증도 딸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같은 과 친구들이 낙방해 축하받기보다 위로하기에 더욱 바빴다는 권씨는 자신의 합격 이유를 이렇게 자평한다. “저는 ‘준비된 수험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하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파트의 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히 파악했으니까요.”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결정적인 정보들은 널려 있다는 것이 세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첫발을 디딘 ‘햇병아리 IT 컨설턴트’의 자신만만한 취업 후기다.
지난 11월1일 LG텔레콤에 최종 합격한 신경래씨(24·전북대 경영학과 4학년)의 비결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떨어진 입사시험의 경험들이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죠.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는 걸 보고 기도 죽었고요.” 지난 4월에 취업준비를 시작해 2학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험을 봤지만 그 기간에 쓴 원서만 모두 15장. 한두 번 떨어지다 보니 면접관들이 원하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신씨는 말한다.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계속 떨어진다고 실망하는 대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전문가가 된 거죠.”
일단 그가 깨달은 핵심 포인트는 입사시험은 1등부터 줄 세워 머리 좋은 순으로 잘라내는 게 아니라는 점. “회사는 거기서 오랫동안 최선을 다할 사람을 원하더라고요.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봐야 회사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이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거죠.” 특히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나은 조건이 나타나면 떠날 듯한 사람을 원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이것만 몸에 익혀도 취업의 8할은 성공한 셈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몸에 익힐 수 있느냐고? 답은 역시 ‘꾸준한 실전 면접 경험’뿐이라는 것이 신씨의 대답.
삼성카드㈜의 새내기 사원 신동욱씨(26)는 태어나 올 2월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군생활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떠나본 일이 없는 부산내기다. 그 흔한 어학연수도 갔다 온 일 없다는 신씨는 자신의 자산이 부지런한 성격과 패기라고 말한다. 정기 공채가 아닌 수시모집을 통해 취업 관문을 뚫은 그의 경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부지런히 찾아다니기’.
“카드업계나 외국계 제약회사라는 목표를 정해두고 취업설명회, 구직 사이트, 학교 취업보도과 등을 누비며 수시로 확인했죠. 놓치기 쉬운 인터넷 수시채용에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목표가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칼 같은 준비. 신씨는 학과 연구서클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고, 1년간 은행에서 카드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무를 경험해 나갔다.
그가 특히 공들인 부분은 면접 준비였다.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입사 후 더 공부해 말씀드리겠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패기어린 태도가 그의 이미지 만들기 포인트였다. 면접시험의 목적은 결국 ‘긴장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신씨는 반문한다. 반면 꾸준히 쌓은 준비가 없는 공허한 자신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말하나마나다. 면접시험 과제로 주어진 ‘향후 카드업계의 비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었던 것도 2년간 벼려온 관심과 경험 덕분이었다.
인터뷰 자리에 나온 신동욱씨의 손에는 최인호의 소설 ‘상도’가 들려 있었다. 언젠가 최고의 비즈니스맨이 되기 위한 공부라는 것이었다. 기자가 만난 4명의 새내기 사회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기업 입사를 최종 목표가 아닌, 더 나은 장래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전하는 한결같은 충고 역시 ‘취업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위한 중간 과정으로 생각하라’는 것. 글쎄, 오늘도 절박한 심정으로 원서를 쓰고 있을 친구들에게는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
엄연히 ‘학벌 카스트’가 존재하는 2001년 한국의 구직전쟁에서 지방대생들이 서울지역 대학생들보다 불리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다면 이 어려운 현실을 뚫고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지방대생들은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올해 국내 3대 재벌그룹 삼성, LG, SK에 입사한 네 명의 ‘행운아’들에게 취업 성공 노하우를 물었다.
‘톡톡튀는 신세대만 좋아한다?‘
울산대를 졸업하고 올해 SK C&C에 입사한 박승래씨(27)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자신은 ‘고전적인 모범사원 이미지’로 취업문을 뚫었다는 것. “지방대 출신이라는 걸 극복하려면 다른 덕목에서 남보다 월등해야죠. 저는 ‘근면 성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씨가 ‘성실성 입증’의 징표로 삼았던 학점은 4.5만점에 4.2점. 한 학기에 B학점이 하나를 넘지 않은 셈이다.
박씨는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라남도 여수의 시골 마을이 고향이다. “대학 입학 때까지는 아예 컴맹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객지 나와 장학금 타가며 공부했다는 사실을 면접관들이 대견하게 생각한 것 아니었을까요?” 아들이 합격한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순박한 산골 아낙인 어머니는 박씨가 첫 월급으로 사드린 내복을 보며 “이젠 고생 끝났다”고 대견해했다고. 이만하면 ‘성공시대’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만 한 ‘범생이’를 자처한 것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본인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화력. “컴퓨터 동아리에서 회장으로 활동한 점도 놓치지 않고 자기소개서에 썼죠. 생활 태도는 ‘교과서적’이지만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과에서 가장 성공적인 취업 케이스라는 박씨는 요즘 비결을 알려달라는 친구나 후배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널리 알려진 것, 사람들이 인정하는 게 정답이라고 얘기합니다. 회사의 눈은 결국 어른들의 눈이니까요.”
㈜LG-EDS시스템의 입사 면접을 본 후, 불합격되는 꿈을 네 번이나 꿨다는 권태근씨(25·경북대 경영학부 4학년)는 지난 11월15일 기다리던 합격 메일을 받았다. 신체검사가 남아 있지만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전공과 거리가 있는 정보통신업체에 관리직도 아닌 정보기술(IT) 컨설팅 부문으로 취업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기자 질문에, 권씨는 이미 3학년 초에 이 분야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한다. 우연히 오라클(Oracle·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관련 과목을 수강하다 매력을 느낀 후, 준비하고 있던 회계사 시험을 그만두고 방향을 바꿨다는 것. “같이 수업 듣던 공대·상대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죠. 서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며 얻은 시너지 효과 덕분에 오라클 공인전문가 자격증도 딸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같은 과 친구들이 낙방해 축하받기보다 위로하기에 더욱 바빴다는 권씨는 자신의 합격 이유를 이렇게 자평한다. “저는 ‘준비된 수험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하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파트의 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히 파악했으니까요.”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결정적인 정보들은 널려 있다는 것이 세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첫발을 디딘 ‘햇병아리 IT 컨설턴트’의 자신만만한 취업 후기다.
지난 11월1일 LG텔레콤에 최종 합격한 신경래씨(24·전북대 경영학과 4학년)의 비결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떨어진 입사시험의 경험들이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죠.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는 걸 보고 기도 죽었고요.” 지난 4월에 취업준비를 시작해 2학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험을 봤지만 그 기간에 쓴 원서만 모두 15장. 한두 번 떨어지다 보니 면접관들이 원하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신씨는 말한다.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계속 떨어진다고 실망하는 대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전문가가 된 거죠.”
일단 그가 깨달은 핵심 포인트는 입사시험은 1등부터 줄 세워 머리 좋은 순으로 잘라내는 게 아니라는 점. “회사는 거기서 오랫동안 최선을 다할 사람을 원하더라고요.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봐야 회사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이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거죠.” 특히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나은 조건이 나타나면 떠날 듯한 사람을 원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이것만 몸에 익혀도 취업의 8할은 성공한 셈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몸에 익힐 수 있느냐고? 답은 역시 ‘꾸준한 실전 면접 경험’뿐이라는 것이 신씨의 대답.
삼성카드㈜의 새내기 사원 신동욱씨(26)는 태어나 올 2월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군생활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떠나본 일이 없는 부산내기다. 그 흔한 어학연수도 갔다 온 일 없다는 신씨는 자신의 자산이 부지런한 성격과 패기라고 말한다. 정기 공채가 아닌 수시모집을 통해 취업 관문을 뚫은 그의 경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부지런히 찾아다니기’.
“카드업계나 외국계 제약회사라는 목표를 정해두고 취업설명회, 구직 사이트, 학교 취업보도과 등을 누비며 수시로 확인했죠. 놓치기 쉬운 인터넷 수시채용에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목표가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칼 같은 준비. 신씨는 학과 연구서클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고, 1년간 은행에서 카드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무를 경험해 나갔다.
그가 특히 공들인 부분은 면접 준비였다.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입사 후 더 공부해 말씀드리겠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패기어린 태도가 그의 이미지 만들기 포인트였다. 면접시험의 목적은 결국 ‘긴장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신씨는 반문한다. 반면 꾸준히 쌓은 준비가 없는 공허한 자신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말하나마나다. 면접시험 과제로 주어진 ‘향후 카드업계의 비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었던 것도 2년간 벼려온 관심과 경험 덕분이었다.
인터뷰 자리에 나온 신동욱씨의 손에는 최인호의 소설 ‘상도’가 들려 있었다. 언젠가 최고의 비즈니스맨이 되기 위한 공부라는 것이었다. 기자가 만난 4명의 새내기 사회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기업 입사를 최종 목표가 아닌, 더 나은 장래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전하는 한결같은 충고 역시 ‘취업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위한 중간 과정으로 생각하라’는 것. 글쎄, 오늘도 절박한 심정으로 원서를 쓰고 있을 친구들에게는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