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승철 의원(38)이 지난 10월25일 서울 구로을 재선거에 당선된 이후에도 그의 학력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간 공방은 곧 법정으로 넘어갈 태세다. 이 때문에 이승철 의원 학위의 진실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학력·경력을 올바로 알리지 않고 시류에 따라 언행을 바꿔 왔는지 여부는 선거철이 지났다고 그냥 덮어둘 사안은 아닌 듯하다. 특히 ‘새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386 정치인’에게 더 엄격한 정직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간동아’는 이의원의 학위 취득과정 전모를 추적했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에 출마한 이승철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후보자등록 신청서, 선거공보(4쪽), 책자형 소형 인쇄물(8쪽)에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졸업(DDP)(1년) △프랑스 HEP대학원 정치실무 전문박사과정(DFS)수료(1년)라고 기록했다.
그가 다닌 곳은 서울과 파리의 공동학위 프로그램이었다. ‘대한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파리 정치대학원 서울사무실은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10층에 있다. 기자는 11월15일 이곳을 찾아 프로그램 설립자 이환식 박사의 동생이면서 실질적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환철 부장을 만났다. 이 사무실에선 이의원과 관련된 기록들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었다.
우선 확인된 것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과 ‘프랑스 HEP대학원’은 같은 학교라는 사실이었다. HEP는 ‘Ecole des Hautes Etudes Politiques’의 약자로, 이 사무실은 이를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0년 4월 총선 당시 구로을 유권자들은 이의원이 서로 다른 프랑스 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 다음은 서울사무실이 밝히는 이의원의 구체적 학업일지다.
이승철 의원은 97년 9월부터 파리 정치대학원과 대한경제연구원이 서울에 마련한 DDP(고위정치전문학위) 과정에 입학했다. 이환철 부장은 “파리 본교에도 DDP과정이 있었지만 서울의 과정은 본교 학생들과 다른 한국인만을 위한 과정이었다. 파리 정치대학원이 아시아에 진출한 첫 사례여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과정은 국내 대학원의 최고위 과정을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내용은 98년 8월까지 1년여 동안 한 달에 1회 토요일 서울대 호암관에 나와 한국인 교수로부터 논문지도를 받는 것.
이의원이 파리 본교에서 교육받은 시기는 98년 6월. 교육기간은 ‘2주일’이었다. 120시간 진행됐다는 수업의 대부분은 프랑스어권 교수가 강의하면 통역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통역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외적으로 일부 수업만 영어로 진행됐다. 시험은 한 번 치러졌는데 문제는 한국어로 통역해 주며 답안지는 한국어로 썼다.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면 탈락이지만 응시생 10여명 중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의원이 낸 논문의 제목은 ‘긴급이행명령제도의 비교정책적 연구’. 이환철 부장에 따르면 수강생들의 논문은 한국대학원 석사논문보다 분량이 적은 60~70쪽 정도. 논문은 한국어로 작성되며 수강생들은 프랑스어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논문 요약본 10여쪽만 프랑스어로 번역해 본교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부장은 “쉽게 말해 이 과정은 영어나 프랑스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프랑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는 매우 이례적 과정”이라고 밝혔다.
논문 탈락자는 한 명도 없어 전원 DDP학위를 받았다. 이부장은 “논문심사는 까다롭지 않았다. 각주, 참고문헌 등 양식에 맞게 제출한 논문은 모두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의원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도 받은 것이다. 그가 지출한 금액은 950만원쯤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의원은 DDP학위를 받자마자 다음달인 98년 9월, 같은 대학이 서울에 개설한 DFS(정치실무 전문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수업은 DDP과정과 유사했다.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한국인 교수로부터 논문지도를 받는 방식이었다. 파리 본교 교육은 99년 5, 6월께 ‘3주간’ 실시됐다. 현지 수업·시험은 모두 한국어 통역으로 진행됐다. 이의원을 포함한 응시자는 모두 시험에 통과돼 수료증을 받았다. 이의원이 DFS를 수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대략 1100만원 선이라고 한다.
대한경제연구원측은 이승철 의원이 받은 DDP학위는 프랑스의 교육당국에서 정식 학위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교수진과 강의 내용이 훌륭하다는 것이 연구원측 설명.
그러나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은 ‘사립 대학원’으로 ‘전문학위’를 주는 곳이다. 국내대학의 석·박사 학위와 비슷한 성격의 ‘학술학위’는 파리에선 파리1~12대학 등 국립대학에서 주로 수여된다. 이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홍보물에 프랑스 학력을 기재하기 위해 대한경제연구원에 문의해 왔다고 한다. 이때 연구원측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졸업(DDP)이라는 표현은 쓰지 마라. 파리의 국립대 정치대학원을 졸업해 학술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혼돈될 우려가 있다. DDP 대신 한글로 분명하게 ‘고위정치전문학위’라고 밝혀라.”
교육부는 10·25 재·보선 직전인 10월8일 민주당의 피선거권자 학력인정 여부 확인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고등교육법에 의거, 정부는 이승철 후보의 파리 학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학에서도 학력 인정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임”이라는 취지의 평가를 내렸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 출마 후보자는 고등교육법에서 인정하는 국내 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학위 외엔 선거홍보물에 게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의원은 “민주당과 교육부 간 유착 의혹이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까지가 ‘주간동아’가 파악한 이승철 의원 프랑스 학력의 실체적 모습이다. 이 학력이 선거홍보물에 게재하도록 한 ‘입법 취지’에 걸맞은 학력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과 구로을 유권자들의 몫이다.
민주당측은 “지난해 선거 홍보물을 본 유권자는 ‘이승철 후보가 파리에서 2년간 체류하면서 현지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른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나 보다’고 믿기 십상이었다”며 학력과장 의혹을 제기했다. 이의원은 올해 10월 초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프랑스 학력 부분을 삭제했다. 10·25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다시 공천된 뒤 후보자등록 신청서, 선거공보, 책자형 소형 인쇄물에서도 프랑스 학력 부분을 뺐다. 이의원은 “파리 학력은 선거홍보물에 실어도 법적 하자 없는 떳떳한 학위”라고 밝히면서도, 삭제한 것에 대해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10월27일 이의원은 프랑스 학력과 관련해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기초적인 프랑스어는 한다. 그러나 국제대학원이어서 영어로 수업한다. 논문도 영어로 썼다”고 답했다. ‘영어로 수업한다’ ‘논문을 영어로 썼다’는 부분이 석연치 않다.
11월17일 ‘주간동아’가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이의원은 “영어로 수업했지만 프랑스어권 교수의 강의는 한국어로 통역했다” “논문을 외국어로 썼지만 한국어로도 썼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이승철 후보의 책자형 소형 인쇄물엔 이후보가 프랑스 상원 의장석에서 마이크에 대고 연설하는 포즈의 사진이 게재됐다(사진 참조). 그 밑엔 ‘프랑스 상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세계질서라는 제목으로 연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의원이 프랑스 상원 의원들 앞에서 연설한 적이 있었구나’라고 짐작될 법하다.
그러나 최근 이 사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의원은 “파리 정치대학원 연수 프로그램이다. 상원에서 연설은 했지만 현장에 상원 의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학력·경력을 올바로 알리지 않고 시류에 따라 언행을 바꿔 왔는지 여부는 선거철이 지났다고 그냥 덮어둘 사안은 아닌 듯하다. 특히 ‘새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386 정치인’에게 더 엄격한 정직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간동아’는 이의원의 학위 취득과정 전모를 추적했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에 출마한 이승철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후보자등록 신청서, 선거공보(4쪽), 책자형 소형 인쇄물(8쪽)에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졸업(DDP)(1년) △프랑스 HEP대학원 정치실무 전문박사과정(DFS)수료(1년)라고 기록했다.
그가 다닌 곳은 서울과 파리의 공동학위 프로그램이었다. ‘대한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파리 정치대학원 서울사무실은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10층에 있다. 기자는 11월15일 이곳을 찾아 프로그램 설립자 이환식 박사의 동생이면서 실질적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환철 부장을 만났다. 이 사무실에선 이의원과 관련된 기록들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었다.
우선 확인된 것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과 ‘프랑스 HEP대학원’은 같은 학교라는 사실이었다. HEP는 ‘Ecole des Hautes Etudes Politiques’의 약자로, 이 사무실은 이를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0년 4월 총선 당시 구로을 유권자들은 이의원이 서로 다른 프랑스 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 다음은 서울사무실이 밝히는 이의원의 구체적 학업일지다.
이승철 의원은 97년 9월부터 파리 정치대학원과 대한경제연구원이 서울에 마련한 DDP(고위정치전문학위) 과정에 입학했다. 이환철 부장은 “파리 본교에도 DDP과정이 있었지만 서울의 과정은 본교 학생들과 다른 한국인만을 위한 과정이었다. 파리 정치대학원이 아시아에 진출한 첫 사례여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과정은 국내 대학원의 최고위 과정을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내용은 98년 8월까지 1년여 동안 한 달에 1회 토요일 서울대 호암관에 나와 한국인 교수로부터 논문지도를 받는 것.
이의원이 파리 본교에서 교육받은 시기는 98년 6월. 교육기간은 ‘2주일’이었다. 120시간 진행됐다는 수업의 대부분은 프랑스어권 교수가 강의하면 통역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통역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외적으로 일부 수업만 영어로 진행됐다. 시험은 한 번 치러졌는데 문제는 한국어로 통역해 주며 답안지는 한국어로 썼다.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면 탈락이지만 응시생 10여명 중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의원이 낸 논문의 제목은 ‘긴급이행명령제도의 비교정책적 연구’. 이환철 부장에 따르면 수강생들의 논문은 한국대학원 석사논문보다 분량이 적은 60~70쪽 정도. 논문은 한국어로 작성되며 수강생들은 프랑스어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논문 요약본 10여쪽만 프랑스어로 번역해 본교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부장은 “쉽게 말해 이 과정은 영어나 프랑스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프랑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는 매우 이례적 과정”이라고 밝혔다.
논문 탈락자는 한 명도 없어 전원 DDP학위를 받았다. 이부장은 “논문심사는 까다롭지 않았다. 각주, 참고문헌 등 양식에 맞게 제출한 논문은 모두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의원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도 받은 것이다. 그가 지출한 금액은 950만원쯤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의원은 DDP학위를 받자마자 다음달인 98년 9월, 같은 대학이 서울에 개설한 DFS(정치실무 전문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수업은 DDP과정과 유사했다.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한국인 교수로부터 논문지도를 받는 방식이었다. 파리 본교 교육은 99년 5, 6월께 ‘3주간’ 실시됐다. 현지 수업·시험은 모두 한국어 통역으로 진행됐다. 이의원을 포함한 응시자는 모두 시험에 통과돼 수료증을 받았다. 이의원이 DFS를 수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대략 1100만원 선이라고 한다.
대한경제연구원측은 이승철 의원이 받은 DDP학위는 프랑스의 교육당국에서 정식 학위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교수진과 강의 내용이 훌륭하다는 것이 연구원측 설명.
그러나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은 ‘사립 대학원’으로 ‘전문학위’를 주는 곳이다. 국내대학의 석·박사 학위와 비슷한 성격의 ‘학술학위’는 파리에선 파리1~12대학 등 국립대학에서 주로 수여된다. 이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홍보물에 프랑스 학력을 기재하기 위해 대한경제연구원에 문의해 왔다고 한다. 이때 연구원측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졸업(DDP)이라는 표현은 쓰지 마라. 파리의 국립대 정치대학원을 졸업해 학술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혼돈될 우려가 있다. DDP 대신 한글로 분명하게 ‘고위정치전문학위’라고 밝혀라.”
교육부는 10·25 재·보선 직전인 10월8일 민주당의 피선거권자 학력인정 여부 확인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고등교육법에 의거, 정부는 이승철 후보의 파리 학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학에서도 학력 인정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임”이라는 취지의 평가를 내렸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 출마 후보자는 고등교육법에서 인정하는 국내 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학위 외엔 선거홍보물에 게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의원은 “민주당과 교육부 간 유착 의혹이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까지가 ‘주간동아’가 파악한 이승철 의원 프랑스 학력의 실체적 모습이다. 이 학력이 선거홍보물에 게재하도록 한 ‘입법 취지’에 걸맞은 학력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과 구로을 유권자들의 몫이다.
민주당측은 “지난해 선거 홍보물을 본 유권자는 ‘이승철 후보가 파리에서 2년간 체류하면서 현지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른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나 보다’고 믿기 십상이었다”며 학력과장 의혹을 제기했다. 이의원은 올해 10월 초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프랑스 학력 부분을 삭제했다. 10·25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다시 공천된 뒤 후보자등록 신청서, 선거공보, 책자형 소형 인쇄물에서도 프랑스 학력 부분을 뺐다. 이의원은 “파리 학력은 선거홍보물에 실어도 법적 하자 없는 떳떳한 학위”라고 밝히면서도, 삭제한 것에 대해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10월27일 이의원은 프랑스 학력과 관련해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기초적인 프랑스어는 한다. 그러나 국제대학원이어서 영어로 수업한다. 논문도 영어로 썼다”고 답했다. ‘영어로 수업한다’ ‘논문을 영어로 썼다’는 부분이 석연치 않다.
11월17일 ‘주간동아’가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이의원은 “영어로 수업했지만 프랑스어권 교수의 강의는 한국어로 통역했다” “논문을 외국어로 썼지만 한국어로도 썼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이승철 후보의 책자형 소형 인쇄물엔 이후보가 프랑스 상원 의장석에서 마이크에 대고 연설하는 포즈의 사진이 게재됐다(사진 참조). 그 밑엔 ‘프랑스 상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세계질서라는 제목으로 연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의원이 프랑스 상원 의원들 앞에서 연설한 적이 있었구나’라고 짐작될 법하다.
그러나 최근 이 사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의원은 “파리 정치대학원 연수 프로그램이다. 상원에서 연설은 했지만 현장에 상원 의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