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에게 사람과 정보가 몰려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이총재를 만나본 사람들은 요즘 이 같은 말을 자주 한다. 뭔가 중요한 사실을 보고한 경우 이총재가 딱히 내색하지는 않지만 이미 훨씬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지난 11월8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때도 이총재는 이미 며칠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한나라당 내에 돌았다. 김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담’ 참석차 브루나이로 출국하기에 앞서 민주당 쇄신파동이 한창일 당시 한 인사가 이총재를 찾아가 “김대통령이 브루나이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하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보고했더니 이총재가 “들어서 알고 있다”며 예상 외로 덤덤한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민주당 쇄신파의 인적청산 요구에 김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 주요 인사들도 갈피잡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다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사건 등 이른바 ‘3대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이총재와 당 지도부는 이미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 검찰과 국정원 내부로부터도 상당한 제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총재에게 사람과 정보가 몰려든다는 얘기는 지난 10·25 재·보선 완승 이후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 징후로 간주된다. 재·보선은 여권에는 혼란을, 한나라당에는 대세론과 차기정권 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날 이후 이총재에게는 여론지지도, 인물, 정보, 자금 등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얼마 전 정치권과 한나라당 담당 현장팀원을 상당수 교체한 바 있다. 국정원측은 “정례적인 인사였을 뿐이다”고 말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맞아 ‘정보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이미 심각한 내부 정보유출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말기 청와대 비서진은 “아침에 대통령께 보고된 이른바 ‘어전회의’ 내용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야당 총재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며 “안기부(현 국정원)가 사실상 두 개인 셈”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측의 이 같은 사전 단속 노력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진승현 게이트 개입 혐의로 사퇴한 김은성 전 2차장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국정원 내부가 특정 지역과 인맥에 따른 사단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알력을 겪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정보가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은성 차장은 이 정부 들어 초기에 국정원 내부 개혁에 앞장서 손에 피를 많이 묻혔다”며 “당시 소외된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반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야당과 언론에 정보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김 전 차장 사건 와중에 국정원 내에 ‘김은성 사단’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특정지역 중심의 인맥에 대한 반발이 한나라당으로 연결돼 줄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검찰의 경우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한나라당 인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용호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여권 실세 K·K·P씨 배후설’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L모 의원은 최근 “검찰 내부의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를 몇 개월 전에 들었다” “검찰 주변을 잘 캐보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재·보궐선거 전 한나라당은 이용호 사건의 배후 의혹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치밀하고 단계적인 폭로작전을 구사했는데 이 모두가 사건 주변인들의 제보와 검찰 내부의 확인 등 풍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씨 사건을 비롯한 3대 게이트 문제를 다시 꺼내 김대통령에게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대선 중립화를 위한 인적쇄신을 단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동조세력이 만만찮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검찰 내 일부에서는 “이 정권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바라본다고 한다.
고위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한나라당 눈치 보기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총리실에서도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상황에 이르렀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주요 정책 등 내부 정보가 야당에 유출되는 흔적이 있다”며 “공무원들이 한나라당 눈치를 보며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은 업무 추진을 아예 뒤로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도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제주도 여행 관련 정보보고 문건 유출사건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가 보여준 과잉 대응은 경찰 내부 조직의 한나라당 줄서기를 두려워한 여권의 신경과민이 초래한 ‘참사’였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제주경찰청은 문제의 정보보고 문건을 유출한 임건돈 경사에 대해 자체 감찰을 통해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건 처리를 진행중이었는데, 상부로부터 모종의 지시가 있은 후 자체 감찰이 수사로 바뀌었고 징계가 아닌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라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시 여권과 경찰 수뇌부는 임경장 사건을 단순한 문건 유출이 아닌 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줄서기 차원으로 해석했고 쐐기를 박기 위한 일벌백계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사건 처리로 인해 임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사건만 확대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확인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는 충청권 쏠림 현상이다. 이총재 주재로 열린 19일 한나라당 당무회의에서 신경식 의원은 “지난 10년간 충북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고 자민련 지지도가 2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 한 언론사의 조사결과 한나라당 29%, 민주당 21%, 자민련 5%로 여론의 대대적인 반전이 일어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용환 강창희 두 의원 사무실에는 서울지역 자민련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면담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한나라당 내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내 일부 부총재 등을 중심으로 포스트 이회창을 대비한 권력다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대선가도가 불투명하거나 박빙일 때는 눈앞의 승리를 위해 결집할 수 있지만 대세론이 장기화하면 잿밥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대선 이후 당권이나 정치적 지분을 겨냥해 벌써부터 당내 세력간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부분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이 앞으로 13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세론이 과연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총재 스스로가 19일 총재단 회의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모든 게 다 된 양 생각하고 방만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일부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1월8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때도 이총재는 이미 며칠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한나라당 내에 돌았다. 김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담’ 참석차 브루나이로 출국하기에 앞서 민주당 쇄신파동이 한창일 당시 한 인사가 이총재를 찾아가 “김대통령이 브루나이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하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보고했더니 이총재가 “들어서 알고 있다”며 예상 외로 덤덤한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민주당 쇄신파의 인적청산 요구에 김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 주요 인사들도 갈피잡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다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사건 등 이른바 ‘3대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이총재와 당 지도부는 이미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 검찰과 국정원 내부로부터도 상당한 제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총재에게 사람과 정보가 몰려든다는 얘기는 지난 10·25 재·보선 완승 이후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 징후로 간주된다. 재·보선은 여권에는 혼란을, 한나라당에는 대세론과 차기정권 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날 이후 이총재에게는 여론지지도, 인물, 정보, 자금 등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얼마 전 정치권과 한나라당 담당 현장팀원을 상당수 교체한 바 있다. 국정원측은 “정례적인 인사였을 뿐이다”고 말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맞아 ‘정보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이미 심각한 내부 정보유출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말기 청와대 비서진은 “아침에 대통령께 보고된 이른바 ‘어전회의’ 내용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야당 총재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며 “안기부(현 국정원)가 사실상 두 개인 셈”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측의 이 같은 사전 단속 노력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진승현 게이트 개입 혐의로 사퇴한 김은성 전 2차장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국정원 내부가 특정 지역과 인맥에 따른 사단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알력을 겪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정보가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은성 차장은 이 정부 들어 초기에 국정원 내부 개혁에 앞장서 손에 피를 많이 묻혔다”며 “당시 소외된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반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야당과 언론에 정보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김 전 차장 사건 와중에 국정원 내에 ‘김은성 사단’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특정지역 중심의 인맥에 대한 반발이 한나라당으로 연결돼 줄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검찰의 경우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한나라당 인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용호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여권 실세 K·K·P씨 배후설’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L모 의원은 최근 “검찰 내부의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를 몇 개월 전에 들었다” “검찰 주변을 잘 캐보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재·보궐선거 전 한나라당은 이용호 사건의 배후 의혹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치밀하고 단계적인 폭로작전을 구사했는데 이 모두가 사건 주변인들의 제보와 검찰 내부의 확인 등 풍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씨 사건을 비롯한 3대 게이트 문제를 다시 꺼내 김대통령에게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대선 중립화를 위한 인적쇄신을 단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동조세력이 만만찮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검찰 내 일부에서는 “이 정권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바라본다고 한다.
고위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한나라당 눈치 보기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총리실에서도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상황에 이르렀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주요 정책 등 내부 정보가 야당에 유출되는 흔적이 있다”며 “공무원들이 한나라당 눈치를 보며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은 업무 추진을 아예 뒤로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도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제주도 여행 관련 정보보고 문건 유출사건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가 보여준 과잉 대응은 경찰 내부 조직의 한나라당 줄서기를 두려워한 여권의 신경과민이 초래한 ‘참사’였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제주경찰청은 문제의 정보보고 문건을 유출한 임건돈 경사에 대해 자체 감찰을 통해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건 처리를 진행중이었는데, 상부로부터 모종의 지시가 있은 후 자체 감찰이 수사로 바뀌었고 징계가 아닌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라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시 여권과 경찰 수뇌부는 임경장 사건을 단순한 문건 유출이 아닌 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줄서기 차원으로 해석했고 쐐기를 박기 위한 일벌백계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사건 처리로 인해 임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사건만 확대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확인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는 충청권 쏠림 현상이다. 이총재 주재로 열린 19일 한나라당 당무회의에서 신경식 의원은 “지난 10년간 충북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고 자민련 지지도가 2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 한 언론사의 조사결과 한나라당 29%, 민주당 21%, 자민련 5%로 여론의 대대적인 반전이 일어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용환 강창희 두 의원 사무실에는 서울지역 자민련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면담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한나라당 내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내 일부 부총재 등을 중심으로 포스트 이회창을 대비한 권력다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대선가도가 불투명하거나 박빙일 때는 눈앞의 승리를 위해 결집할 수 있지만 대세론이 장기화하면 잿밥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대선 이후 당권이나 정치적 지분을 겨냥해 벌써부터 당내 세력간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부분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이 앞으로 13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세론이 과연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총재 스스로가 19일 총재단 회의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모든 게 다 된 양 생각하고 방만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일부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