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

분쟁 몸통(?) 유태인 ‘바로 보기’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2-30 14: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분쟁 몸통(?) 유태인 ‘바로 보기’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고 각종 루머만 떠돈다. 유럽에서는 유태인들이 이번 테러를 사전에 알고 피했기 때문에 유태인 희생자가 거의 없다는 소문도 있다. 어떤 근거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가 이번 테러의 원인 제공자로 은근히 유태인을 지목하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미국을 대표하는 시설이 있는 모든 곳과 유태인 공동체가 살고 있는 모든 곳에 전쟁의 그림자가 배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테러참사는 우리 사회에 ‘이슬람 제대로 알기’ 열풍과 동시에 ‘유태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주었다. 재미 저널리스트 김종빈씨가 쓴 ‘갈등의 핵, 유태인’은 바로 이에 대한 대답이다.

    저자는 가나안(팔레스타인) 땅에서 수천년 간 이어진 유태인과 이웃 민족(한때 바빌론이기도 하고 페르시아나 그리스계, 로마, 오늘날에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범아랍권)간 대결이 21세기에 뉴욕과 워싱턴으로 장소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왜 하필 미국인가는 더 이상 따질 것도 없다. 유태인들이 자본주의 국가의 총본산인 미국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다면 이번 테러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자명하다. 부시 대통령이 선포한 ‘21세기의 새로운 전쟁’은 곧 유태교와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한 서구 자본주의 사회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정신이 부활한 이슬람교의 범아랍민족권간 충돌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유태인들은 세계분쟁의 몸통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유태인 탓만 할 수 없다는 게 김종빈씨의 설명이다. 그는 유태인들이 온몸을 던져 언제나 새로운 한계에 도전했고 그로 인해 정치·경제·문화·사회 모든 면에서 갈등과 분쟁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옹호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태인은 분명 뛰어난 생존능력을 지녔고, 형극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바꾼 민족이다. 특히 세계사는 유태인을 빼놓고 이야기되지 않을 정도다. 아인슈타인, 마르크스, 프로이트, 스피노자, 트로츠키 같은 과학자나 철학자 혹은 정치가뿐 아니라 작고한 ‘워싱턴포스트’ 명예회장 캐서린 그레이엄,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돌프 오크스도 등도 유태인으로, 미국 언론계와 연예계까지 모두 유태인의 손안에 있다. 1901년 이래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21%, 미국 변호사 중 15%, 미국 의사 중 15%, 미국 400대 재벌 중 23%가 유태인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 책은 크게 6개의 장으로 나뉜다. 제1장 ‘작은 거인들’편은 위에서 언급한 특출한 능력의 유태인들을 소개했고, 제2장 ‘작은 강대국’편에서는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제3장 ‘유태인은 누구인가’에서는 백인종 가운데 셈족에 속하는 유태인의 기원과 135년 로마에 의해 완전히 멸망한 유태 왕국의 흥망사를 다뤘다.

    제4장은 그 후 유태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제5장에서는 종교로서 유태교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 뒤, 제6장에서 유태인과 한국인에 대한 비교를 시도했다.

    각 장의 구성으로도 알 수 있듯저자는 독자들에게 유태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즉 유태인과 유태교 입문서인 셈.

    분쟁 몸통(?) 유태인 ‘바로 보기’
    ‘갈등의 핵, 유태인’이라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유태민족의 우수성과 강인함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배울 점을 도출해내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저자는 고난의 역사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고, 민족 고전과 문화를 충분히 익히며, 기부와 자선행위를 일상화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유태민족의 특성을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 추적한 유태인의 실체’라는 이 책의 부제에 접근하려면 최근 미국 내 유태인 사회의 모습과 이번 테러사건 전후로 유태인들의 움직임 등이 첨가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능력은 특출할지 몰라도 결국 이웃 민족과 더불어 사는 데 실패한 유태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갈등의 핵, 유태인/ 김종빈 지음/ 효형출판 펴냄/ 335쪽/ 9500원





    화제의 책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