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1981년 달랑 직원 2명으로 창업하고선 “5년 이내 100억 엔, 10년 후엔 500억 엔, 언젠가는 1조 엔대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한 뒤 이튿날 직원들이 그만두는 사태를 맞았다. 저서인 ‘미래쇼크’를 통해 1970년에 이미 인간과 동물의 복제를 예측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국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생명공학)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괴짜와 생명공학. 이 둘을 조합한 사람이 이계호(50) 코리아내셔널리그 회장(STC그룹 회장)이다. 그는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회사에 출근한다. 미혼이다. 업무와 관련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담배를 끊은 지 6년 됐다고 하고선 여전히 ‘금연껌’을 씹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만난 그는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이 회장은 자유 복장을 하는 토요일이라 편하게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2009년 매출 12조, 2010년 30조원 달성 목표입니다.” 축구 얘기 하자고 해서 만났는데 두서없이 사업 얘기부터 꺼낸다.
실업축구 국민 관심 모으기 지상과제
사업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국민은행의 K리그행 거부에 대해 물어봤다. 이 회장은 “부도덕한 행위로 다른 실업팀에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은 물론, 실업축구 전체가 맥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대답했다. “현실적으로 2위팀(할렐루야)을 올리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2005년 회장 취임 당시 공약했던 승강제 도입을 성공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승강제 도입 배경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축구계는 ‘유소년축구`-`원자재, 내셔널리그(실업축구)-`중간도매상, 프로축구`-`소매상”이라는 비유로 설명했다. N리그가 K리그 선수를 육성하거나, K리그에서 부진한 선수들을 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실업팀의 붐이 먼저 이뤄져야 프로축구도 내실을 갖추고 한국 축구 전체의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괴짜다운(?)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외국에서 전도유망한 선수들을 영입해 관심 있는 이들에 한해 투자금을 배당하고, 그 선수를 프로팀에 진출시킬 때 얻는 수익금을 나누자”는 것. 물론 수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업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자는 취지에서다. 프로축구에 대해서는 “선수 몸값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다. 프로팀마다 우승이라는 1차 목표가 아닌, 실제로 팀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과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국제경기에서 둘쭉날쭉한 성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과의 축구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한다”며 “남한 축구팀이 평양에서 경기를 하거나, 북한 축구팀이 남한에서 경기하는 것도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개인 이력에 대해 이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이 다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과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걷다가 32세 때(1989년) 생명과학기업 ‘STC그룹’을 창업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고. 가족이 없다는 그에게 가족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서 미국에 가서 일만 보고 곧바로 돌아오는 무박 3일 해외출장도 다녀왔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는 그는 정몽준 의원과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스포츠산업진흥법안과 관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를 방문해 실업축구 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