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몰려오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일본의 아이모드(i-mode) 선풍이 국내에도 불어닥칠지 모를 상황이다. 사이버드코리아 써니텔레콤 네오비젼 엠드림 등 국내 무선 콘텐츠 업체들이 사이버드 반다이 캡콤 등 일본의 무선 콘텐츠 업체와 앞다퉈 손잡고, 현재 NTT도코모의 i-모드(i-mode)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일본의 휴대전화용 게임 콘텐츠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몇 개월 전의 상황과 사뭇 다른 것이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 회장이 “일본 인터넷산업은 한국에 비해 2년 정도 뒤졌다”고 말했을 때나,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산업화 경쟁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뒤졌지만 디지털시대 진입 경쟁에서는 두 나라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고 썼을 때, 서울의 테헤란밸리는 어깨를 으쓱했었다.
“드디어!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구나.”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단언하곤 했다. “일본에선 전화요금이 너무 비쌀 뿐 아니라 인터넷 인프라도 형편없더라. 일본이 우리를 따라오자면 멀었다.” 그럴듯한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돌연 ‘아니다’고 손사래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런 인식 변화는 바로 ‘무선 인터넷’ 때문이다. 일본전화통신(NTT) 도코모의 아이모드는 전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기세로 무선 인터넷 인구를 불려나갔다. 1999년 2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 8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 이미 유선인터넷 인구를 앞질렀다. 아이모드 이용자를 포함한 일본의 무선 인터넷 인구는 올해 11월 현재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유선 인터넷 이용자와 그 인프라를 들어 일본에 대한 비교우위를 자신했던 국내 인터넷 업계의 관계자들은 이 돌연한 역전에 당황했다. 확실히 한국이 초고속통신망 등을 바탕으로 한 유선인터넷에선 일본보다 더 잘 정비돼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 중 어느 것이 앞으로의 인터넷시장을 압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누구나 차세대의 ‘킬러 앱’(KillerApp)으로 무선 인터넷을 꼽는 마당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의 준말인 ‘킬러 앱’은 처음으로 시장에 나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을 지배, 처음에 투자한 비용을 수십 배로 회수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시쳇말로 다음 ‘노다지’가 무선에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코퍼레이션 저팬의 염종순 사장은 “일본만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가 무선 인터넷의 폭발적 붐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흔히 일본인들은 “노트북도 크기면에서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PC를 보관할 데가 없을 만큼 비좁은 일본의 주거공간에서 아이모드 같은 무선 인터넷은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 특히 아이모드는 손쉬운 접속과 조작, 값싼 이용료, 다양한 콘텐츠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NTT도코모의 아이모드는 일본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아직 결정되지 못한 무선인터넷 표준을 아이모드로 평정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전화회사인 AT&T와 손잡은 것도 그러한 행보의 일단이다. 미국인들은 일본인과 달리 무선인터넷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모드의 미국 공략에 회의적인 의견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아이모드가 무선인터넷의 또 다른 표준 후보인 왑(WAP·Wireless Application Prot ocol, 무선응용프로그램프로토콜)보다 한 수 위인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왑의 주된 약점은 다운로드 속도다. 대다수 이용자들은 이미 ISDN이나 DSL, 혹은 T1급 이상의 LAN 속도에 익숙해 있다. 이른바 ‘초고속 통신망’을 쓰지 않고 전화선만 쓰더라도 56Kbps의 속도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현행 왑폰의 최대 속도는 그 4분의 1에 불과한 14.4Kbps다. 이는, 비유하자면, 포르셰를 타고 씽씽 달리다가 내려서 자전거로 갈아타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국이다. 내부적으로 다른 기술을 쓴 아이모드는, 왑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왑폰의 또 다른 단점은 WML(Wireless Markup Language) 언어로 작성된 웹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모드는 그와 대조적으로 일반 HTML 문서로 작성된 어떤 웹사이트에도 어렵잖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돼 있을 뿐 아니라 접속 시간(초)이 아닌 ‘정보량’에 따라 요금을 물림으로써 느린 접속 속도에 따른 가외의 비용 지불 요인을 없앴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모드에서는 웹 콘텐트를 끌어오기가 쉽다. 왑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의 포털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 접속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직접 웹주소(URL)를 쳐 넣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모드는 ‘원-버튼(one-button) 브라우징’ 방식을 고안, 그러한 번거로움과 시간을 크게 덜었다.
도코모는 또한 여러 기업, 기관들과 손잡고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에 맞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300여 웹사이트가 도코모 포털 페이지와 연결돼 있으며, 4500여 ‘비공식’ 웹 페이지들이 개인 이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 인터넷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반면 한국의 무선인터넷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휴대전화 인구는 일본 못지않지만 웹 접속기능을 갖춘 무선인터넷 단말기 보급 수준은 일본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당연히 무선인터넷용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도 일본에 한참 뒤진다. 국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일본은 우리 보다 한 발 앞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최소 2년여의 노하우와 검증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분야에서도 한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지사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업체는 반다이, MTI, 사이버드, 사이버비즈 등 줄잡아 6~7개에 이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밑 협상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중 반다이는 써니텔레콤을 통해 지난 8월 국내 시장에 진출, LG텔레콤을 통해 다래판다 등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삼성물산, 인포뱅크와 합작법인 모비닷컴를 설립한 MTI는 9월부터 LG텔레콤을 통해 만화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통신프리텔, 신세기통신, SK텔레콤 등과도 협의중이다. 또 지난 8월 한국소프트중심과 50대 50으로 합작법인 사이버드코리아를 설립한 사이버드는 ‘@AJA 서비스’ ‘동물점’ ‘캐릭터 및 벨소리 다운로드’ ‘당신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뭐든지 진단하여 드립니다’ 같은 서비스를 국내 이동통신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의 무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콘텐츠업체들이 영세한 데다, 인기 콘텐츠조차도 무료로 서비스할 만큼 그 ‘양성’ 및 ‘지원’에 인색했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책임이 크다.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일본 무선 콘텐츠 업체들 앞에서, 국내 무선 콘텐츠업체들은 당분간 강요된 다윗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것은 몇 개월 전의 상황과 사뭇 다른 것이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 회장이 “일본 인터넷산업은 한국에 비해 2년 정도 뒤졌다”고 말했을 때나,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산업화 경쟁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뒤졌지만 디지털시대 진입 경쟁에서는 두 나라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고 썼을 때, 서울의 테헤란밸리는 어깨를 으쓱했었다.
“드디어!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구나.”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단언하곤 했다. “일본에선 전화요금이 너무 비쌀 뿐 아니라 인터넷 인프라도 형편없더라. 일본이 우리를 따라오자면 멀었다.” 그럴듯한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돌연 ‘아니다’고 손사래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런 인식 변화는 바로 ‘무선 인터넷’ 때문이다. 일본전화통신(NTT) 도코모의 아이모드는 전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기세로 무선 인터넷 인구를 불려나갔다. 1999년 2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 8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 이미 유선인터넷 인구를 앞질렀다. 아이모드 이용자를 포함한 일본의 무선 인터넷 인구는 올해 11월 현재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유선 인터넷 이용자와 그 인프라를 들어 일본에 대한 비교우위를 자신했던 국내 인터넷 업계의 관계자들은 이 돌연한 역전에 당황했다. 확실히 한국이 초고속통신망 등을 바탕으로 한 유선인터넷에선 일본보다 더 잘 정비돼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 중 어느 것이 앞으로의 인터넷시장을 압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누구나 차세대의 ‘킬러 앱’(KillerApp)으로 무선 인터넷을 꼽는 마당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의 준말인 ‘킬러 앱’은 처음으로 시장에 나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을 지배, 처음에 투자한 비용을 수십 배로 회수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시쳇말로 다음 ‘노다지’가 무선에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코퍼레이션 저팬의 염종순 사장은 “일본만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가 무선 인터넷의 폭발적 붐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흔히 일본인들은 “노트북도 크기면에서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PC를 보관할 데가 없을 만큼 비좁은 일본의 주거공간에서 아이모드 같은 무선 인터넷은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 특히 아이모드는 손쉬운 접속과 조작, 값싼 이용료, 다양한 콘텐츠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NTT도코모의 아이모드는 일본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아직 결정되지 못한 무선인터넷 표준을 아이모드로 평정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전화회사인 AT&T와 손잡은 것도 그러한 행보의 일단이다. 미국인들은 일본인과 달리 무선인터넷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모드의 미국 공략에 회의적인 의견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아이모드가 무선인터넷의 또 다른 표준 후보인 왑(WAP·Wireless Application Prot ocol, 무선응용프로그램프로토콜)보다 한 수 위인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왑의 주된 약점은 다운로드 속도다. 대다수 이용자들은 이미 ISDN이나 DSL, 혹은 T1급 이상의 LAN 속도에 익숙해 있다. 이른바 ‘초고속 통신망’을 쓰지 않고 전화선만 쓰더라도 56Kbps의 속도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현행 왑폰의 최대 속도는 그 4분의 1에 불과한 14.4Kbps다. 이는, 비유하자면, 포르셰를 타고 씽씽 달리다가 내려서 자전거로 갈아타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국이다. 내부적으로 다른 기술을 쓴 아이모드는, 왑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왑폰의 또 다른 단점은 WML(Wireless Markup Language) 언어로 작성된 웹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모드는 그와 대조적으로 일반 HTML 문서로 작성된 어떤 웹사이트에도 어렵잖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돼 있을 뿐 아니라 접속 시간(초)이 아닌 ‘정보량’에 따라 요금을 물림으로써 느린 접속 속도에 따른 가외의 비용 지불 요인을 없앴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모드에서는 웹 콘텐트를 끌어오기가 쉽다. 왑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의 포털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 접속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직접 웹주소(URL)를 쳐 넣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모드는 ‘원-버튼(one-button) 브라우징’ 방식을 고안, 그러한 번거로움과 시간을 크게 덜었다.
도코모는 또한 여러 기업, 기관들과 손잡고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에 맞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300여 웹사이트가 도코모 포털 페이지와 연결돼 있으며, 4500여 ‘비공식’ 웹 페이지들이 개인 이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 인터넷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반면 한국의 무선인터넷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휴대전화 인구는 일본 못지않지만 웹 접속기능을 갖춘 무선인터넷 단말기 보급 수준은 일본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당연히 무선인터넷용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도 일본에 한참 뒤진다. 국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일본은 우리 보다 한 발 앞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최소 2년여의 노하우와 검증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분야에서도 한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지사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업체는 반다이, MTI, 사이버드, 사이버비즈 등 줄잡아 6~7개에 이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밑 협상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중 반다이는 써니텔레콤을 통해 지난 8월 국내 시장에 진출, LG텔레콤을 통해 다래판다 등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삼성물산, 인포뱅크와 합작법인 모비닷컴를 설립한 MTI는 9월부터 LG텔레콤을 통해 만화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통신프리텔, 신세기통신, SK텔레콤 등과도 협의중이다. 또 지난 8월 한국소프트중심과 50대 50으로 합작법인 사이버드코리아를 설립한 사이버드는 ‘@AJA 서비스’ ‘동물점’ ‘캐릭터 및 벨소리 다운로드’ ‘당신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뭐든지 진단하여 드립니다’ 같은 서비스를 국내 이동통신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의 무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콘텐츠업체들이 영세한 데다, 인기 콘텐츠조차도 무료로 서비스할 만큼 그 ‘양성’ 및 ‘지원’에 인색했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책임이 크다.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일본 무선 콘텐츠 업체들 앞에서, 국내 무선 콘텐츠업체들은 당분간 강요된 다윗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