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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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성… 혹시 당신도 갱년기”

여성 전유물만 아닌 중년 이후 불청객…성욕 감소·건망증·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

  • 입력2005-06-2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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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남성… 혹시 당신도 갱년기”
    “어, 내 몸이 왜 이렇지?” 40, 50대 이후 몸 상태가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는 남성들을 흔히 본다.

    소위 갱년기 장애라고 하면 폐경을 맞아 급-만성의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물론 남성의 경우 여성들이 겪는 것처럼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의 전반적인 능력이 서서히 감소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남성 갱년기는 증상을 뚜렷하게 느낄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껏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남성 역시 신체 능력이 점차 저하하는 노화과정을 필연적으로 겪게 되며 이는 남성 호르몬의 점진적인 감소를 동반한다.

    왜 나타나나

    남성 갱년기 증상은 간, 신장, 내분비계 등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50세를 전후해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DHEA, 성장호르몬 등이 감소하면서 성욕과 성기능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 감소, 피로 등이 찾아오는 것이다. 얼굴이 쉬 달아오르고 여성처럼 가슴이 불룩하게 나오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은 30세 전후에 정점에 이르며 해마다 약 1%씩 줄어든다. 40∼60세 남성의 약 7%, 60∼80세 남성의 약 21%에서는 혈중 남성호르몬이 정상치 미만으로 감소된다. 남성호르몬 감소는 뇌, 골 대사, 근육질과 신체지방 분포, 성기능, 적혈구 생산,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활동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증가하거나 식욕 저하, 불면증, 골다공증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건망증, 자신감 결여, 우울증 등 심리적 증상도 따른다.

    성욕 감소와 발기부전도 나타나는데 일단 음경 강직도가 감소하고 발기 유지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다. 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남성호르몬 농도가 서서히 엷어져 하루에 생성되는 정자 수가 줄고 유전적 돌연변이의 빈도도 증가한다.

    하지만 이런 성기능 저하현상은 단순히 남성호르몬 감소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노년기 남성에겐 환경-정신적 요소도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며 상대 여성에 대한 심리적 영향도 매우 중요하다. 발기부전 원인의 약 50%는 심인성으로 성행위에 대한 불안이나 성행위 실패로 인한 공포심 등을 들 수 있다. 이혼, 배우자 사망, 실직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성기능 장애의 흔한 원인이 된다.

    남성 갱년기 장애의 또다른 증상은 근육의 양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증가하는 것. 팔과 다리보다 주로 배에 지방이 축적돼 배가 나오는 전형적인 노인 체형이 된다. 근육 및 골량의 감소는 일상 활동에도 지장을 주어 쉽게 넘어지거나 고관절 골절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의 여러 역학 연구들에 의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이 남성에게서도 적잖게 발생함이 입증돼 남성 골다공증도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즉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더 흔히 발생하지만 골 소실은 남성에게도 나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노령 남성의 척추, 골반 골절 빈도는 적어도 여성의 50%에 이를 정도다.

    이와 관련해 골 밀도 유지에 있어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 남성에겐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 의학 개념이 최근엔 남성에게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내분비 연구실은 건강한 중년 남성 14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남성의 1차성 골다공증에서 남성호르몬뿐만 아니라 여성호르몬도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내 학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진단

    대표적인 검사법으로는 남성호르몬과 혈액 및 전해질 측정, 골밀도 검사, 전립선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호르몬 검사인데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은 물론 불면증을 초래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남성 갱년기를 여성 갱년기와 같이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계에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이에 대한 치료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남성 갱년기 문제의 초점을 단순히 성기능 저하에만 맞춰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남성 갱년기 치료법은 호르몬요법이다. 호르몬요법은 그동안 폐경 이후의 중년 여성에게 주로 사용돼 왔으나 1989년 미국에서 최초로 남성 갱년기 증상 치료에 호르몬 보충요법이 실시됐다. 각종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남성호르몬 투여는 부분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의 골, 근육, 정신적 기능 강화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호르몬은 알약이나 주사제 형태도 있지만, 호르몬이 스며나오는 패치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보통 호르몬요법의 대상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치보다 낮으면서 발기력이 감퇴하고 골다공증으로 골절이나 관절통이 생긴 남성들이다.

    하지만 호르몬 제제는 △전립선암 △심폐기능 이상 △수면 중 무호흡증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절대 자가진단해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의의 치료지침을 따라야 한다. 또 전립선 질환, 비만,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거나 혈중 적혈구 수치가 높으며 심장기능이 좋지 않을 때는 호르몬 치료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호르몬요법은 치료를 시작한 지 2, 3개월 뒤 몸이 가뿐해지면 중단했다가 다시 증세가 나타나면 재개한다.

    다른 호르몬제로 DHEA나 멜라토닌 등이 한때 많이 연구되었으며 실제로 지금도 시중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남성 갱년기나 노화를 어느 정도 막아줄지는 아직 연구중인 상태다.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대다수 사람들은 주위 친지나 비전문가들로부터 들은 귀동냥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성 활동은 매우 섬세하면서도 광범위한 기전을 가지고 있기에 상식적인 방법으론 문제 해결이 잘 안 된다. 첨단 진단기구가 동원돼야 하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치료는 전문의학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음경 확장제로 비아그라 등의 경구용 약이나 바르는 약, 삽입하는 약, 주사제 등이 있는데 이 약물들은 음경 해면체 혈관을 대폭 확장하여 혈액 유입을 극대화함으로써 마치 청년시절과도 같은 강한 발기를 도와준다.

    남성 골다공증의 경우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거나 마른 사람,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 육식을 싫어하는 사람, 운동을 싫어하고 활동량이 적은 사람, 스테로이드나 쿠마딘 또는 항경련제 등의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골밀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 성기능이 저하돼 있는 사람도 저하 원인을 검사하는 한편 골 밀도 검사를 따로 해보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의 치료는 그 원인에 따라 호르몬을 보충하거나 골다공증 치료제를 사용한다.

    스스로 극복하자

    갱년기 극복에는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흡연과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삶을 가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꾸준한 성생활도 중요하다. 남성 갱년기 장애의 극복을 위해서는 호르몬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나이에 걸맞은 건전한 정신건강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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