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 안에 새 물결이 올 것이다. 그 물결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심지어는 투쟁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꿀 것이다.”
‘제3의 물결’에 나오는 앨빈 토플러의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매일 눈앞에 밀려오는 ‘새 물결’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인터넷이 일상 속으로, 또 안방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지금, 경제활동에서부터 정치 교육 결혼 건강 여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많은 활동은 아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함께 많은 장벽이 사라지고 있거나 이미 사라졌다. 산업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던 주장과 논리들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함께 지난 세기까지 남성의 뒷자리,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밀려나 있던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함성을 지른다. “21세기, 여성의 세기가 열렸다”고.
올해 서울대 의대 합격자 173명 가운데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1명 적은 86명(49.71%)이었다. 서울대 전체의 여학생 합격자 비율도 작년에 비해 6.7% 증가한 36.3%로 사상 최고치였다. 고시 합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화제. 올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717명 가운데 여성은 전체의 16.6%인 119명. 여성은 최근 2년 연속으로 사법고시 수석을 차지했다.
작년 노동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 현대 SK LG 등 4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비율은 아직까지 평균 8.6%에 불과하다. 그러나 테헤란밸리로 오면 사정이 다르다. 대표적인 인터넷 벤처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의 경우 여성 비율이 각각 50%, 35%에 육박한다. 이런 곳에서 ‘팀장’‘본부장’의 직함을 가진 여성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연세대 89학번으로 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당시 회사에 들어가 지금은 CPO(서비스 총괄 책임자)의 자리에 오른 이성씨(30)는 “내가 여자라서 문제가 된 건 없었다.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숭부하는 세계에서 군경력이 도움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일만 잘하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벤처기업 ‘사이버렉트’로 옮긴 신은경 팀장(29). 그는 한국통신 컨텐츠연구실에 근무하면서 포털사이트 ‘한미르’의 인터넷 지도검색서비스, 개인홈페이지 서비스 등의 솔루션을 개발했다. 당시 연구실에 근무하던 12명 중 6명이 여성이었고, 검색서비스를 전담하는 부서의 경우 직원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많은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은 21세기가 여성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디지털-정보화 시대로 요약되는
21세기는 ‘Female’(여성) ‘Feeling’(감성) ‘Fiction’(상상력)의 ‘3F 시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물리적인 힘보다 지적 능력이 중시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노동력의 성별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더구나 인터넷은 성별을 묻지 않는 또 하나의 ‘신대륙’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하원규 박사는 “역사적으로 중심계층을 살펴보면, 농업사회에서는 농민인 그레이 칼라, 산업사회에서는 블루 칼라 내지 화이트 칼라,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는 지식과 정보활용 계층을 중심으로 골드 칼라를 이루고 있다. 21세기 인터넷 사회는 창의성, 다양성, 섬세함 등에서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여성이 보다 많은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핑크 칼라’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구적 합리성이 과도하게 지배해온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의사소통적 영역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산업사회 외곽에서 살아온 주변 집단인 여성들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조금 ‘과격한’ 언사를 구사하는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인터넷은 유연하고 창조적인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혁명적인 도구”라고 강조한다.
일의 기회로부터 밀려나 있던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생산자로서의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사회는 여성들로 하여금 ‘제2의 성’이 아닌 ‘제1의 성’으로서 자신의 능동적인 삶을 실천하도록 촉구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최근의 저서 ‘제1의 성’(생각의 나무)에서 ‘여성이야말로 21세기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체’라고 단언한다.
‘거미집식 사고’(Web Thinking)와 뛰어난 언어 감각,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인간관계에 대한 중시, 사회 정의에 대한 순수한 관심 등으로 특징되는 ‘여성성’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오늘의 ‘하이보그’(복합형 조직) 환경과 글로벌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것. 지금의 시기에 여성적 마인드는 매우 유용하며, 여성들은 다시 ‘제1의 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경제계는 바로 이런 논리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 세대’의 여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여성 창업 회사가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휼렛패커드 회장 칼리 피오리나를 비롯해 인터넷 경매기업 eBAY 창업자 겸 CEO 맥 휘트먼,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수석 재무전략가 조이 코베이,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마케팅 담당 사장 잔 브랜트,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찰스 슈왑의 다운 레포 등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수 여성이 남성을 제치고 비즈니스의 최정상에 올라서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한때 “짧은 바지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20대 여성이라고 깔보지 말라”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해 백만장자가 된 여성을 일컫는 것이었다.
젊고 대담하며 기술력을 갖춘 여성들은 일반 기업에 들어가 승진 경쟁에 매달리기보다는 스스로 최고 경영자가 되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창업을 선호한다. “우리는 여성이 손톱을 다듬기 위해 미장원에 가기보다는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부자에 들길 원한다”는 주장은 비단 미국 여성들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인터넷 사업으로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여성 기업인들이 탄생하고 있고, 대학생부터 중년 주부에 이르기까지 창업 불길이 맹렬하게 일고 있다.
자유로운 생산자… ‘제1의 성’ 회복
98년 3월부터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인증서를 발부받은 3700여 개 업체 중 여성 CEO는 211명으로 3.27%를 차지한다. 98년 말 51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최근에 창업한 여성 벤처들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분야 외에 제조업, 서비스, 의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창의성과 성실성 등이 성패를 좌우하는 벤처업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한국 벤처업계에서 우먼파워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대세다”고 입을 모은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가부장제의 낡은 논리는 석양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장밋빛 미래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여성차별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47개국 중 한국은 45위로 평가받았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가사 출산 육아 등 여성에게 주어진 짐은 여전히 여성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상태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성이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그저 여자는 꽃으로만 남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여성이 컴퓨터 문화에서 소외돼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도 아직 획기적인 개선이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연구원은 “여성인력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단순 노무직 여성의 경우 컴퓨터에 일자리를 빼앗겨 전체 여성 활동 인구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토양과 조직 시스템은 아직 여성의 사회생활에 적합치 않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질의 힘의 상징인 남성적 개념에서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성으로, 디지털 시대의 ‘권력이동’(Power Shift)은 지금 진행중이다. 사회변화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새로운 세기의 여성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제3의 물결’에 나오는 앨빈 토플러의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매일 눈앞에 밀려오는 ‘새 물결’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인터넷이 일상 속으로, 또 안방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지금, 경제활동에서부터 정치 교육 결혼 건강 여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많은 활동은 아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함께 많은 장벽이 사라지고 있거나 이미 사라졌다. 산업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던 주장과 논리들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함께 지난 세기까지 남성의 뒷자리,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밀려나 있던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함성을 지른다. “21세기, 여성의 세기가 열렸다”고.
올해 서울대 의대 합격자 173명 가운데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1명 적은 86명(49.71%)이었다. 서울대 전체의 여학생 합격자 비율도 작년에 비해 6.7% 증가한 36.3%로 사상 최고치였다. 고시 합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화제. 올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717명 가운데 여성은 전체의 16.6%인 119명. 여성은 최근 2년 연속으로 사법고시 수석을 차지했다.
작년 노동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 현대 SK LG 등 4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비율은 아직까지 평균 8.6%에 불과하다. 그러나 테헤란밸리로 오면 사정이 다르다. 대표적인 인터넷 벤처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의 경우 여성 비율이 각각 50%, 35%에 육박한다. 이런 곳에서 ‘팀장’‘본부장’의 직함을 가진 여성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연세대 89학번으로 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당시 회사에 들어가 지금은 CPO(서비스 총괄 책임자)의 자리에 오른 이성씨(30)는 “내가 여자라서 문제가 된 건 없었다.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숭부하는 세계에서 군경력이 도움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일만 잘하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벤처기업 ‘사이버렉트’로 옮긴 신은경 팀장(29). 그는 한국통신 컨텐츠연구실에 근무하면서 포털사이트 ‘한미르’의 인터넷 지도검색서비스, 개인홈페이지 서비스 등의 솔루션을 개발했다. 당시 연구실에 근무하던 12명 중 6명이 여성이었고, 검색서비스를 전담하는 부서의 경우 직원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많은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은 21세기가 여성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디지털-정보화 시대로 요약되는
21세기는 ‘Female’(여성) ‘Feeling’(감성) ‘Fiction’(상상력)의 ‘3F 시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물리적인 힘보다 지적 능력이 중시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노동력의 성별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더구나 인터넷은 성별을 묻지 않는 또 하나의 ‘신대륙’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하원규 박사는 “역사적으로 중심계층을 살펴보면, 농업사회에서는 농민인 그레이 칼라, 산업사회에서는 블루 칼라 내지 화이트 칼라,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는 지식과 정보활용 계층을 중심으로 골드 칼라를 이루고 있다. 21세기 인터넷 사회는 창의성, 다양성, 섬세함 등에서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여성이 보다 많은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핑크 칼라’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구적 합리성이 과도하게 지배해온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의사소통적 영역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산업사회 외곽에서 살아온 주변 집단인 여성들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조금 ‘과격한’ 언사를 구사하는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인터넷은 유연하고 창조적인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혁명적인 도구”라고 강조한다.
일의 기회로부터 밀려나 있던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생산자로서의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사회는 여성들로 하여금 ‘제2의 성’이 아닌 ‘제1의 성’으로서 자신의 능동적인 삶을 실천하도록 촉구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최근의 저서 ‘제1의 성’(생각의 나무)에서 ‘여성이야말로 21세기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체’라고 단언한다.
‘거미집식 사고’(Web Thinking)와 뛰어난 언어 감각,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인간관계에 대한 중시, 사회 정의에 대한 순수한 관심 등으로 특징되는 ‘여성성’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오늘의 ‘하이보그’(복합형 조직) 환경과 글로벌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것. 지금의 시기에 여성적 마인드는 매우 유용하며, 여성들은 다시 ‘제1의 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경제계는 바로 이런 논리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 세대’의 여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여성 창업 회사가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휼렛패커드 회장 칼리 피오리나를 비롯해 인터넷 경매기업 eBAY 창업자 겸 CEO 맥 휘트먼,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수석 재무전략가 조이 코베이,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마케팅 담당 사장 잔 브랜트,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찰스 슈왑의 다운 레포 등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수 여성이 남성을 제치고 비즈니스의 최정상에 올라서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한때 “짧은 바지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20대 여성이라고 깔보지 말라”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해 백만장자가 된 여성을 일컫는 것이었다.
젊고 대담하며 기술력을 갖춘 여성들은 일반 기업에 들어가 승진 경쟁에 매달리기보다는 스스로 최고 경영자가 되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창업을 선호한다. “우리는 여성이 손톱을 다듬기 위해 미장원에 가기보다는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부자에 들길 원한다”는 주장은 비단 미국 여성들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인터넷 사업으로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여성 기업인들이 탄생하고 있고, 대학생부터 중년 주부에 이르기까지 창업 불길이 맹렬하게 일고 있다.
자유로운 생산자… ‘제1의 성’ 회복
98년 3월부터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인증서를 발부받은 3700여 개 업체 중 여성 CEO는 211명으로 3.27%를 차지한다. 98년 말 51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최근에 창업한 여성 벤처들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분야 외에 제조업, 서비스, 의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창의성과 성실성 등이 성패를 좌우하는 벤처업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한국 벤처업계에서 우먼파워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대세다”고 입을 모은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가부장제의 낡은 논리는 석양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장밋빛 미래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여성차별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47개국 중 한국은 45위로 평가받았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가사 출산 육아 등 여성에게 주어진 짐은 여전히 여성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상태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성이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그저 여자는 꽃으로만 남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여성이 컴퓨터 문화에서 소외돼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도 아직 획기적인 개선이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연구원은 “여성인력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단순 노무직 여성의 경우 컴퓨터에 일자리를 빼앗겨 전체 여성 활동 인구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토양과 조직 시스템은 아직 여성의 사회생활에 적합치 않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질의 힘의 상징인 남성적 개념에서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성으로, 디지털 시대의 ‘권력이동’(Power Shift)은 지금 진행중이다. 사회변화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새로운 세기의 여성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