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화두지만 실제로 100세를 산 사람은 손에 꼽는다. 그렇게 희소한 삶을 살아온 대표 인물이 올해 104세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인 그는 “얼마나 오래 살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 답은 김 교수의 신간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에서 엿볼 수 있다.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면 좋다. 더는 일도 못 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도 베풀지 못하게 되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나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행복 기준으로 둔다. 신간 역시 김 교수가 행복을 나누는 방식일 것이다. 모두가 그에게 묻는 행복하게 오래 사는 법을 들여다본다.
또 다른 장수 비결은 건강한 식사다. 김 교수는 몇십 년 동안 똑같은 아침밥을 먹고 있다. 오전 6시 반이면 우유 반잔과 호박죽 반 접시, 반숙란 한 개, 생채소 샐러드를 먹는다. 토스트와 찐 감자는 하루씩 번갈아 섭취한다. 신체 활동보다 정신적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가급적 조금씩 먹는 것이 그의 식생활방식이다. 술과 담배는 일절 하지 않지만 분위기에 따라 와인은 몇 모금 마신다.
그렇다고 신체 활동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오전 중 자택 뒷산을 오른다. 노인이 오르기엔 다소 버거워 보이는 비탈길도 끄떡없다. 20년 넘게 오른 길이라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수영도 36년간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1주일에 2번 정도 수영장을 찾는다. 20분간 하고 나면 피곤이 없어지고 말끔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꾸준한 신체 활동과 절제된 생활 습관이 김 교수의 장수 비결이다.
“그런데 인격은 혼자서 생겨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사랑을 쌓아야 인격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 역시 인간관계가 쉽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연애, 결혼, 이별, 사별…. 얼핏 보면 일반적인 삶의 경험 같지만, 이를 겪어본 사람은 그 무게를 안다. 깨 볶는 연애와 신혼 생활은 잠깐일 뿐,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별과 사별 뒤 찾아오는 공허함도 크다. 관계에 지친 이들을 위해 김 교수는 책 중반부에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법과 사랑을 담은 관계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일본 도쿄 유학 시절 이야기, 아내를 20년 동안 간병한 이야기 등 100년 인생 무게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중에는 김 교수와 인연이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큰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도 나온다. 윤동주 시인과 황순원 작가와 있었던 일 등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양 숭실중학교 재학 시절 김 교수는 윤동주와 한 반에서 같이 공부했다. 그러다 일본 총독부가 신사참배 불복종을 이유로 학교를 폐교하겠다고 하자 윤동주는 만주로 떠났고, 김 교수는 자퇴했다. 알고 보니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윤동주와 김 교수 둘뿐이었다.
김 교수는 종종 120세까지 살라는 덕담을 듣는다. 그럴 때 그는 “인간이 120세까지 사는 과정에서 병든 몸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그리 살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누구보다 삶의 수고스러움을 잘 아는 그다. 그런데 간혹 “저희와 함께 오래 있어주세요” “저희를 위해 좀 더 오래 수고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그가 바라는 사랑의 본질인 공존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공동체적 사랑을 삶의 큰 원동력으로 여긴다. “100년은 긴 세월이었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기도 했으나 더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그가 스스로 인생을 되돌아보며 남긴 한 줄 평이다.
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동아DB]
소년 시절엔 20세까지만이라도 사는 게 소원
지금은 세 자릿수 나이를 자랑하는 김 교수지만 10세 때만 해도 병약했다. 자주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고, 눈을 뜨면 어머니 품 안이었다. 그가 쓰러질 때마다 어머니는 울었다. 몸이 약한 아들이 스무 살까지만이라도 사는 게 어머니 소원이었다. 그래서 김 교수는 건강에 손해가 되는 해로운 건 무엇이든 피하는 습관이 들었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일을 많이 맡아 스트레스를 자초하지도 않았다. 100세가 넘은 지금도 직접 원고를 쓰고 꼿꼿한 허리로 강연을 하는데, 마감 1주일 전이면 준비를 마친다. 마감이 가까워져 일에 쫓기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술과 담배, 스트레스 외에 ‘이기주의자’도 건강에 해롭긴 마찬가지다. “상대가 이기주의자라는 판단이 확실히 서면 안 만나는 것이 좋다.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 김 교수가 이기주의자를 만나지 않는 이유다.
또 다른 장수 비결은 건강한 식사다. 김 교수는 몇십 년 동안 똑같은 아침밥을 먹고 있다. 오전 6시 반이면 우유 반잔과 호박죽 반 접시, 반숙란 한 개, 생채소 샐러드를 먹는다. 토스트와 찐 감자는 하루씩 번갈아 섭취한다. 신체 활동보다 정신적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가급적 조금씩 먹는 것이 그의 식생활방식이다. 술과 담배는 일절 하지 않지만 분위기에 따라 와인은 몇 모금 마신다.
그렇다고 신체 활동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오전 중 자택 뒷산을 오른다. 노인이 오르기엔 다소 버거워 보이는 비탈길도 끄떡없다. 20년 넘게 오른 길이라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수영도 36년간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1주일에 2번 정도 수영장을 찾는다. 20분간 하고 나면 피곤이 없어지고 말끔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꾸준한 신체 활동과 절제된 생활 습관이 김 교수의 장수 비결이다.
해로운 건 무엇이든 피하는 습관
건강은 100세 인생의 기본이고, 행복은 장수를 완성하는 열쇠다. 김 교수는 행복한 인생을 강조한다. 책 역시 행복의 중요한 특징으로 시작한다.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나, 행복만큼은 다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는 것이다. 국가 행복 순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차지하는 한국인에게는 행복은 가깝고도 먼 단어다. 행복을 바라지만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는 독자에게 김 교수는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다. 사람은 자기 인격만큼 사랑을 누린다.” 물질과 돈만이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만큼만 행복하듯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격만큼 행복하다고 김 교수는 믿는다.
“그런데 인격은 혼자서 생겨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사랑을 쌓아야 인격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 역시 인간관계가 쉽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연애, 결혼, 이별, 사별…. 얼핏 보면 일반적인 삶의 경험 같지만, 이를 겪어본 사람은 그 무게를 안다. 깨 볶는 연애와 신혼 생활은 잠깐일 뿐,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별과 사별 뒤 찾아오는 공허함도 크다. 관계에 지친 이들을 위해 김 교수는 책 중반부에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법과 사랑을 담은 관계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일본 도쿄 유학 시절 이야기, 아내를 20년 동안 간병한 이야기 등 100년 인생 무게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중에는 김 교수와 인연이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큰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도 나온다. 윤동주 시인과 황순원 작가와 있었던 일 등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양 숭실중학교 재학 시절 김 교수는 윤동주와 한 반에서 같이 공부했다. 그러다 일본 총독부가 신사참배 불복종을 이유로 학교를 폐교하겠다고 하자 윤동주는 만주로 떠났고, 김 교수는 자퇴했다. 알고 보니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윤동주와 김 교수 둘뿐이었다.
김 교수는 종종 120세까지 살라는 덕담을 듣는다. 그럴 때 그는 “인간이 120세까지 사는 과정에서 병든 몸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그리 살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누구보다 삶의 수고스러움을 잘 아는 그다. 그런데 간혹 “저희와 함께 오래 있어주세요” “저희를 위해 좀 더 오래 수고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그가 바라는 사랑의 본질인 공존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공동체적 사랑을 삶의 큰 원동력으로 여긴다. “100년은 긴 세월이었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기도 했으나 더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그가 스스로 인생을 되돌아보며 남긴 한 줄 평이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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