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 감독(57)의 리버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은 아르네 슬롯 감독(46)에게 새로이 지휘봉을 맡겼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에서 자신만의 전술로 에레디비시(네덜란드 리그) 1회 우승,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젊은 감독이다. 한편 1년 만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52)과 결별한 첼시는 펩 과르디올라 사단 출신인 엔초 마레스카(44)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2022~2023시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트레블을 달성할 당시 코치로 일한 마레스카는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첫 시즌 만에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레스터 시티를 1부 리그로 승격시킨 이력이 있다.
이번 시즌 EPL에선 펩의 맨시티, 미켈 아르테타의 아스널이 여전히 유력한 우승 후보다. 리버풀과 첼시는 새 감독과 함께 이들 팀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두 팀이 새로운 사령탑을 맞아 2024~2025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살펴보자.
슬롯 축구의 핵심은 미드필더다. 2-4 빌드업에서 중앙에 자리 잡는 3선 미드필더 2명과 중앙 수비수 2명 사이에 공을 주고받는 횟수가 클롭 때보다 늘었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리버풀 미드필더가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는 과정을 보자. 2-4-4 진형에서 중앙 공격수처럼 배치된 하비 엘리엇과 왼쪽 윙으로 배치된 히카르두 카르발류(브렌트포드 이적이 유력)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로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적극 수행한다. 이때 엘리엇을 따라 상대 수비가 튀어나와 뒤 공간이 생기면 그곳을 측면 수비수와 측면 공격수가 파고드는 패턴 플레이가 많다.
리버풀의 좌우 공격도 역동성을 더하고 있다. 오른쪽은 엘리엇이 상대 수비를 끌고 내려왔을 때 수비수 뒤 공간으로 오른쪽 공격수인 모하메드 살라가 침투한다. 살라가 비운 측면 공간은 뒤쪽에 있던 오른쪽 풀백 코너 브래들리가 빠르게 올라와 메운다. 왼쪽에선 카르발류가 중앙으로 내려와 미드필더의 패스를 받아준다. 이때 카르발류가 비운 공간으로 왼쪽 풀백 콘스탄티노스 치미카스가 빠르게 침투해 측면 공격을 시도한다.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빈도가 많아진 덕에 새 시즌 리버풀 공격은 역동성을 더할 것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는지 슬롯은 세비야전에서 클롭 시절의 3-2 빌드업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때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는 지난 시즌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를 바꿔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는 형태로 경기에 참여했다.
이처럼 리버풀 축구가 세련되게 바뀐 듯 보이지만 변수는 있다. 프리시즌만으로는 EPL에서 상대할 중하위권 팀들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을지 검증이 불가능하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팀은 전원 수비 형태로 잠그는 경기 운영을 할 공산이 크다. 지난 시즌에 드러난 리버풀의 결정력 문제가 다시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리버풀 스쿼드가 가진 얇은 중앙 수비 깊이의 한계, 슬롯 축구의 핵심인 3선 미드필더가 얼마나 활약할지 여부 등이 변수다.
왼쪽 공격을 시도할 때 선수 3명 간 유기적 위치 변화가 돋보인다. 공을 받으려고 엔소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중앙에 있던 귀스토가 왼쪽 넓은 공간으로 오버래핑한다. 동시에 왼쪽 공격수 래힘 스털링은 측면에서 가운데로 침투하는 패턴이다. 오른쪽에선 은쿤쿠가 프리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동안 첼시는 수비에 나설 때면 강한 압박으로 상대에 맞섰다. 하지만 높은 수비 라인 때문에 뒤 공간을 내주는 일이 많았고 역습으로 실점도 자주 했다. 마레스카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수비 라인이 높은 것은 내 의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마 프리시즌에 수비보다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마레스카호(號) 첼시는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보는 맛’은 있을 것이다. 잘 짜인 패턴, 공간을 활용하는 우수한 연계 플레이를 통한 공격 시도가 기대된다. 하지만 중앙 수비진이 불안해 공수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리시즌에 경기를 뛴 루빈 콜윌과 브누아 바디아실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유수프 포파나와 제임스(본래 풀백이지만 최근 백3 오른쪽 센터백으로 출전)는 잔부상이 많아 경기를 잘 뛸지 우려스럽다. 탈장 후유증으로 이번 프리시즌을 푹 쉬었던 악셀 디사시도 아직 팬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센터백은 아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토신 아다라비오요는 백업 입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주전 수비진 조합을 완성하는 것에서부터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첼시다.
첼시는 좌우 윙에 대한 우려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로부터 페드로 네투를 영입함으로써 덜어냈다. 다만 미하일로 무드릭과 스털링은 기대 이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 윙 노니 마두에케도 지나치게 드리블만 우선시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첼시를 지탱한 오른쪽 윙 콜 파머가 건재하고, 네투가 왼쪽 윙으로 출전해 무드릭과 스털링의 부족함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 상황에 따라 은쿤쿠, 니콜라 잭슨도 측면에 기용될 수 있기에 첼시 날개 공격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전방 공격수는 바르셀로나의 마르크 기우를 영입함으로써 잭슨과 함께 어린 공격수 듀오 구성을 마쳤다. 세 선수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왼쪽)과 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 [뉴시스, GETTYIMAGES]
젊은 감독들, 맨시티·아스널 아성 넘을까
슬롯은 프리시즌 기간 클롭과 확실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클롭은 왼쪽 풀백을 변형 백3 형태의 후방에 배치해 3-2 빌드업을 시도했다. 반면 슬롯은 왼쪽과 오른쪽 풀백을 모두 좌우로 넓게 전진시키는 2-4 빌드업을 시도하고 있다. 클롭의 리버풀은 빠르게 상대 진영에 공을 보내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단점을 드러냈다. 롱패스에 의존하거나 중앙 공간을 만들기 위한 패턴 플레이가 부족했던 것이다. 반면 슬롯은 다채로운 전개와 체계를 중시하는 등 클롭의 공격 방식을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슬롯 축구의 핵심은 미드필더다. 2-4 빌드업에서 중앙에 자리 잡는 3선 미드필더 2명과 중앙 수비수 2명 사이에 공을 주고받는 횟수가 클롭 때보다 늘었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리버풀 미드필더가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는 과정을 보자. 2-4-4 진형에서 중앙 공격수처럼 배치된 하비 엘리엇과 왼쪽 윙으로 배치된 히카르두 카르발류(브렌트포드 이적이 유력)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로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적극 수행한다. 이때 엘리엇을 따라 상대 수비가 튀어나와 뒤 공간이 생기면 그곳을 측면 수비수와 측면 공격수가 파고드는 패턴 플레이가 많다.
리버풀의 좌우 공격도 역동성을 더하고 있다. 오른쪽은 엘리엇이 상대 수비를 끌고 내려왔을 때 수비수 뒤 공간으로 오른쪽 공격수인 모하메드 살라가 침투한다. 살라가 비운 측면 공간은 뒤쪽에 있던 오른쪽 풀백 코너 브래들리가 빠르게 올라와 메운다. 왼쪽에선 카르발류가 중앙으로 내려와 미드필더의 패스를 받아준다. 이때 카르발류가 비운 공간으로 왼쪽 풀백 콘스탄티노스 치미카스가 빠르게 침투해 측면 공격을 시도한다.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빈도가 많아진 덕에 새 시즌 리버풀 공격은 역동성을 더할 것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는지 슬롯은 세비야전에서 클롭 시절의 3-2 빌드업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때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는 지난 시즌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를 바꿔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는 형태로 경기에 참여했다.
이처럼 리버풀 축구가 세련되게 바뀐 듯 보이지만 변수는 있다. 프리시즌만으로는 EPL에서 상대할 중하위권 팀들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을지 검증이 불가능하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팀은 전원 수비 형태로 잠그는 경기 운영을 할 공산이 크다. 지난 시즌에 드러난 리버풀의 결정력 문제가 다시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리버풀 스쿼드가 가진 얇은 중앙 수비 깊이의 한계, 슬롯 축구의 핵심인 3선 미드필더가 얼마나 활약할지 여부 등이 변수다.
리버풀과 첼시, ‘빌드업 체계’ 만드는 중
마레스카의 첼시도 빌드업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임 포체티노가 시즌 내내 후방 빌드업 패턴을 확실히 만들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레스카는 좌우 측면 수비수를 ‘인버티드 풀백’ 역할로 활용하는 감독이다. 인버티드 풀백은 기존 측면 수비수처럼 좌우에 넓게 배치되지 않고, 빌드업 시 중앙으로 들어와 미드필더처럼 경기에 참여하는 풀백이다. 마레스카는 오른쪽 풀백 리스 제임스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왼쪽 풀백 말로 귀스토를 미드필더로 삼는 3-2 빌드업을 시도하고 있다. 엔소 페르난데스와 크리스토퍼 은쿤쿠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된다.
왼쪽 공격을 시도할 때 선수 3명 간 유기적 위치 변화가 돋보인다. 공을 받으려고 엔소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중앙에 있던 귀스토가 왼쪽 넓은 공간으로 오버래핑한다. 동시에 왼쪽 공격수 래힘 스털링은 측면에서 가운데로 침투하는 패턴이다. 오른쪽에선 은쿤쿠가 프리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동안 첼시는 수비에 나설 때면 강한 압박으로 상대에 맞섰다. 하지만 높은 수비 라인 때문에 뒤 공간을 내주는 일이 많았고 역습으로 실점도 자주 했다. 마레스카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수비 라인이 높은 것은 내 의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마 프리시즌에 수비보다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마레스카호(號) 첼시는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보는 맛’은 있을 것이다. 잘 짜인 패턴, 공간을 활용하는 우수한 연계 플레이를 통한 공격 시도가 기대된다. 하지만 중앙 수비진이 불안해 공수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리시즌에 경기를 뛴 루빈 콜윌과 브누아 바디아실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유수프 포파나와 제임스(본래 풀백이지만 최근 백3 오른쪽 센터백으로 출전)는 잔부상이 많아 경기를 잘 뛸지 우려스럽다. 탈장 후유증으로 이번 프리시즌을 푹 쉬었던 악셀 디사시도 아직 팬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센터백은 아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토신 아다라비오요는 백업 입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주전 수비진 조합을 완성하는 것에서부터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첼시다.
첼시는 좌우 윙에 대한 우려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로부터 페드로 네투를 영입함으로써 덜어냈다. 다만 미하일로 무드릭과 스털링은 기대 이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 윙 노니 마두에케도 지나치게 드리블만 우선시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첼시를 지탱한 오른쪽 윙 콜 파머가 건재하고, 네투가 왼쪽 윙으로 출전해 무드릭과 스털링의 부족함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 상황에 따라 은쿤쿠, 니콜라 잭슨도 측면에 기용될 수 있기에 첼시 날개 공격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전방 공격수는 바르셀로나의 마르크 기우를 영입함으로써 잭슨과 함께 어린 공격수 듀오 구성을 마쳤다. 세 선수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