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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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최소 자본으로 지배구조 개편 나섰다가 ‘진퇴양난’ 빠져

두산 측 합병비율 고수에 이복현 금감원장, ‘무제한 정정’ 강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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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8-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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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제공]

    [두산 제공]

    “(두산그룹이 낸) 정정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월 8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정정 증권신고서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최근 두산그룹은 로봇 사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이 사실상 반대 뜻을 표명한 것이다. 사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금감원이 이렇듯 강하게 제동을 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당초 두산그룹 의도대로 개편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이 두산그룹에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바뀌지 않은 최초 합병비율’이 있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내용 중 자회사 간 합병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8월 6일 수정 없이 금감원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두산 개편안, 밸류업 정책 기조와 상충

    두산그룹이 8월 6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정정 증권신고서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제한 없는 정정 요구” 방침을 밝혔다. [뉴스1]

    두산그룹이 8월 6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정정 증권신고서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제한 없는 정정 요구” 방침을 밝혔다. [뉴스1]

    현재 두산그룹은 미래 성장성이 큰 로봇 사업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붙이는 형태의 구조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이때 ‘두산밥캣 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라는 합병비율에 대해 주주들 불만이 큰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시가총액, 주가 수준 등을 고려한 적정 비율이라고 설명하지만, 주주들은 현 시점 두 기업의 실적,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에 차이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연간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주식을 만년 적자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 받게 된 데다, 당장 주가 수준이 더 낮다는 이유로 교환 비율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두산그룹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금감원은 ‘밸류업 자승자박’에 빠지게 된다. 금감원이 기업가치 제고, 주주 권익 보호를 골자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매진하고 있는 와중에 불공정 합병 논란의 중심에 선 두산그룹 증권신고서를 통과시키면 정책적 일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에 주주 권익을 보호할 다른 선택지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합병가액 산출 시 자본시장법상 할인·할증 조항(10% 내)을 적용하거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두산로보틱스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자본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 희석 없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다가 이런 사달이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8월 8일 “기업 밸류업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에도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시하는 기업 경영 사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와 시장 참여자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 “원전에 1조 투자하겠다”

    두산그룹은 주주들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는 서한에서 “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병비율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에 따른 사업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목적”이라면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연결 영업이익의 95%를 차지하는 두산밥캣이 분할되면서 향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명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서한에서 “두산밥캣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발생하는 1조 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을 원전 사업에 투입하겠다”며 “향후 5년간 (최근 수주한)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배당 수익 감소분 이상의 원전 투자 수익률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득에도 주주들 원성이 가라앉지 않고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두산그룹은 내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금감원은 두산그룹이 합병비율을 바꾸기 전까지 증권신고서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 발표 이후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오르고 두산밥캣 주가는 떨어졌기에 합병비율을 바꾸더라도 1 대 0.5 수준으로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합병비율을 어렵게 조정해 주주총회를 열더라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액을 두산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별개 문제”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체코 원전 수주 당시 주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고,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모두 저조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해 현재 주가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가 거의 없는 상태다. 주주들은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대부분 행사하려 할 테고, 그러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모두 막대한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애초에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로봇 투자용 현금을 조달하고자 벌인 일인데, 되레 현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두산그룹도 다른 길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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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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