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세븐’ 한봉호 타스톡 대표는 11월 30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상승장에서 낸 수익을 하락장에서 유지하고 다음 상승장 때 복리 효과를 보는 게 올바른 투자법”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1999년 주식투자를 시작해 현재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된 한봉호 타스톡(주식교육 법인) 대표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11월 30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한 대표는 주식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람 심리가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본명보다 ‘마하세븐’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서 20회 이상 입상했을 때도, 지난해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AI와 주식투자 대결을 해 승리했을 때도 모두 이 닉네임을 썼다. 투자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8년부터 3년간 광운대 경영대학원 주식트레이딩전공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웹툰 ‘허영만의 6000만 원’에는 한 대표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한 대표는 현재 하락장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에게 “지금은 주식이 아니라 시장을 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웹툰 ‘허영만의 6000만 원’을 엮은 단행본 1권 표지. 한봉호 대표는 이 웹툰 속 ‘여의도 타짜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작가이자 주인공인 허영만 화백에게 주식투자 관련 팁을 알려준다. [알라딘]
주식 ‘위험자산’이라는 것 인지해야
1년간 언론 인터뷰 등 외부 활동이 전혀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증시가 안 좋다 보니 주식은 거의 쉬었다. 주로 사용하던 스캘핑(초단기매매) 투자법은 하락장에서도 물론 유효하지만 상승장일 때 훨씬 수익률이 좋다. 거래량이 많고 주가 변동 폭이 클 때 빠르게 들어갔다 나오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스톡도 법인만 존재할 뿐 현재는 교육을 거의 안 하고 있다. ‘마하세븐 주식공감’ 카페에서 개인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지난해까지 광운대 경영대학원 주식트레이딩전공 교수를 지냈다. 어떤 내용을 가르쳤나.
“실전 투자에 관한 과목을 가르쳤는데,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은 학교 공부하듯 주식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 관련 서적을 읽고 거기 나온 특정 투자법이 정답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주식에 ‘절대 비법’은 없다. 또 한 가지 강조했던 건 ‘주식은 위험자산’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잘 잊는다. 말 그대로 원금 손실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인데, 투자자들은 보통 ‘내가 안전한 예적금 대신 주식에 투자하니까 적어도 그것보다는 더 벌어야 돼’라고 인식한다. 그러다 보면 오직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투자금을 다 잃을 때까지도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초기 자본금 100만 원으로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됐다. 비결이 있다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쯤 딱 하나 보이는 게 있었다. 2000년 초는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증시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였다. 다만 당시는 하락장이어도 거래는 활발했다. 그러다 보니 주가 변동 폭이 컸는데 계속 떨어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반등하고, 반등으로 돌아선 뒤 쭉 오를 것 같다가도 다시 떨어지더라. 일정 가격 수준 안에서 이게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상승과 하락이 멈추는 구간을 연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때였지만 더 오를 것 같을 때 팔고, 더 떨어질 것 같을 때 사면 수익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투자했더니 몇 개월 뒤 수익률 1000%를 찍더라. 투자했던 종목 중 기억나는 건 ‘새롬기술’(현 솔본)이다.”
매매는 1파 상승 때 무조건 마무리
단기매매를 주로 했다는 뜻인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소위 ‘단타’로 돈 벌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사람 심리가 개입돼 그렇다. 단기매매는 매수, 매도, 손절을 정말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스캘핑은 투자금을 분할하지 않고 한꺼번에 넣었다 한꺼번에 빼는 투자법이라서 머뭇거리다간 손해 보기 십상이다. 하락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좀 더 버티면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계처럼 던지질 못한다. 요즘에는 알고리즘 매매라는 것도 있지만 투자금이 일정 수준 이상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사람 손으로 제때 사고팔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제때를 어떻게 알 수 있나.
“이론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종목은 눌림목(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쏟아지면서 한 번 하락하는 것)에서 사고, 떨어지는 종목은 자율반등(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다 가격 원리에 따라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 구간에서 사면 된다. 사실 매수 시기보다 중요한 건 매도 시기다. 1파 상승 때 무조건 팔아야 된다. 위험 구간에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아도, 더 오를 것 같아도 2파, 3파를 기대하지 말고 1파 상승 때 매매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회하고 싶으면 주식 보지 마라”
32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가 현재 2400대다. 하락장에서 손해를 봤거나 종목에 물린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단기투자자(트레이더)라면 일단 투자를 멈추는 게 맞다. 손실을 보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 손실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물린 투자자의 경우 해결책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참 어렵다. 성장하는 산업의 종목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은 가격이 70%, 80%씩 빠졌을 텐데, 가계에 위기를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손절하라고 권하고 싶다. 투자금이 너무 크다면 지금은 주식을 보지 말고 다음 상승장이 언제, 어떤 계기로 오게 될지 시장 자체를 공부하면서 만회 타이밍을 노려야 할 때다.”
저점 매수 차원에서 신규로 주식시장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도 있다. 이들에게 추천하는 투자법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사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웃음). 이미 다 물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초년생으로서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분할매수를 통한 가치투자로 입문할 것을 추천한다. 길게는 전기차나 빅테크, 짧게는 항공, 엔터테인먼트 같은 성장 산업 종목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코스피가 10년 안에 1만까지 간다는 얘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떠돈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증시가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기적적인 수익을 바라지는 말라는 의미다.”
향후 증시를 전망한다면?
“일단 현 증시는 공포 구간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 정책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다. 여기서 시야를 약간 틀어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깨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국 우선주의, 공급망 붕괴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시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선 결국 세계가 다시 하나로 복원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시장을 분석하면서 대응하는 게 유일한 방법 같다.”
주식 이외에 투자하는 다른 분야가 있나.
“2017년부터 금에 투자하고 있다. 저성장이 계속되면 저금리로 경기를 부양해야 하니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지 개념으로 수익 중 일부를 계속 금에 투자해왔다. 수익률은 30% 정도 된다. 주식도 초기와는 투자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단기매매보다 가치투자 비율이 더 높다. 다만 일반 가치투자와는 다르다. 특정 가치주가 저평가돼 있거나 저점이라고 생각할 때 스캘핑처럼 한꺼번에 매수한다. 추후에 팔 때도 한 번에 판다. 최근에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얘기가 나오고 있어 어차피 비슷한 세금을 낸다면 미국 주식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미국 주식을 공부하고 있다.”
말처럼 투자가 쉽지 않다. 투자 고수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투자자 대부분이 스스로 어떨 때 무너지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마음이 불안해져 주식을 던지지 못하는지 자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눈앞에 아주 크게 적어놓기라도 하라. 상승장에서 낸 수익을 하락장에서 유지하면 다음 상승장에서는 복리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투자가 올바른 투자라고 본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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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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