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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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으로 하나임을 느껴요 [SynchroniCITY]

대~~한민국!! 파이팅!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2-12-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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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8일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슈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28일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슈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영대 현모 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니 카타르까지 가서 축구 경기도 안 보고 그냥 오셨네요?

    현모 일정상 카타르 도하에서 비행기 경유만 했어요. 2022 MAMA 어워즈 때문에 일본에 왔거든요.

    영대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 아니라, 대륙을 넘나들며 순간이동을 하시네요.

    현모 올해는 더는 없을 거 같아요. 내년 1월 유럽 출장이 또 잡혀 있긴 하지만….



    영대 요즘엔 역마살이 있어야 좋다던데, 역마살 완전 제대로 낀 거 아니에요?

    현모 그러고 보니 올해 11개국을 다녀왔더라고요. 두 번씩 간 나라들도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바다를 건넌 셈이죠.

    영대 체력왕! 일본은 요새 규제가 풀려서 여행을 많이 가던데, 어때요?

    현모 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방문이라 한 3년 만에 온 건데, 크게 새로울 건 없어요. 한국에만 있다 일본에 왔다면 모든 게 색달랐을 테지만, 유럽이나 아프리카를 다니다 일본에 오니 한국과 공통점이나 친숙한 점부터 느껴지더라고요.

    영대 그렇겠네요. 사람들 생김새도, 음식도 비슷하고.

    현모 일단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늘 느끼는 건 곳곳에 설명이 엄청 자세히 잘돼 있다는 거예요. 표지판이나 안내문, 화살표 등이 깨알같이 여기저기 써 붙어 있죠. 유럽은 친절하게 방향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거든요.

    영대 ㅎㅎㅎ 그래서 한국인 중에는 대체 어떻게 찾아가라는 거냐며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더러 있잖아요.

    현모 그죠. 관광지도 간판이 잘 안 보이고, 내가 맞게 가는 건지 불안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신기한 건 그 적은 안내만으로도 알아서들 다 찾아간다는 사실이에요! 능동적인 관광객이 될 수밖에 없죠.

    영대 그렇게 대충 표시해도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질 않으니 그냥 놔두는가 싶기도 해요.

    현모 낙후된 곳을 둘러보면 개선할 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아쉬움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너무 개발지상주의적 시선이에요. 어디든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어떤 게 좋다, 나쁘다로 단편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는 거죠. 첨단 대도시는 알기 쉽게 잘 갖춰진 대신 붐비는 단점이 있고, 역사가 오래된 작은 소도시는 시설이 부실하지만 조용하고 아담한 장점이 있으니까요.

    영대 다양하게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인데, 익숙하던 환경과 조금만 달라도 불평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인의 호텔 리뷰는 별로 참고하지 않아요. 위치가 정거장에서 멀다는 둥, 낡았다는 둥, 서울 아파트 생활을 기준으로 작성한 리뷰들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거든요.

    현모 공감해요. 한국 소비자들이 리뷰에 인색하다잖아요. ㅋㅋㅋ 여행하면서 얻는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 주는 기쁨과 그에 대한 포용력이에요. 역으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감을 갖는다면 여행은 그 자체로 고생일 뿐이죠.

    영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다양성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그 안에서 우리가 모두 닮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거 같아요.

    현모 100% 동감해요! 제가 항상 슬로건처럼 외치는 거잖아요!

    영대 이질적인 맛과 향, 풍경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거든요.

    현모 진심 저랑 너무 통하시는군요. 저도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보고 겪을수록 결국 인간은 다 비슷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크게 깨달아요. 엄밀히 말하면 다름이라는 것도 근본적으로 같음이 밑바탕을 이루기에 가능한 거고요.

    영대 그거 아세요? 그렇게 연결된 눈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니면 상대방에게도 그 바이브가 전해져 친절하고 럭키한 일이 많이 생겨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꼭 어디를 가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상대를 배우려는 자세로 대하지 않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부터 세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 오라가 결국 서로를 멀어지고 긴장하게 만들죠.

    현모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데 표면적인 차이에만 몰두하고,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그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힘들어져요.

    영대 요새 월드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이유가 비단 애국심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아요. 표면적으로는 국가를 위해 응원하지만, 엄밀히는 우리의 하나 됨을 응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현모 오~ 맞는 말!

    영대 인간은 타인과 연결되려는 욕구와 나누려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거든요. 좋은 게 있으면 공유하고 같이 즐기려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연결성이 점차 제한되고 있어요. 이런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우리가 하나로 뭉치고, 같은 집단에 소속돼 있음을 확인하는 거 같아요.

    현모 모로코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모로코 대 크로아티아 경기를 현지인들과 관람했는데, 함성이 터져 나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니까요.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 대표팀 경기도 아닌데, 그들이 한마음으로 소리치고 아쉬워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끈끈한 유대를 체감하고 감동도 한 거죠.

    영대 더는 사람들이 국가대항전이나 그에 따른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윗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삶에서 우리에게 결여된 이웃과의 연결이나 소속감 같은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 월드컵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지.

    현모 멋진 말씀에 오늘밤 축구도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사카 호텔에서 나 홀로 외쳐볼게요.

    영대 ㅎㅎㅎ 대~~한민국!! 파이팅!!!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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