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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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부동산 딜레마… 시장 안정·규제 완화 ‘두 마리 토끼’ 잡기

서울 강남 아파트 신고가 행진… “장기적으론 가격 안정”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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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4-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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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부동산 ‘대못’ 규제를 대폭 손보겠다고 밝혔다. 주택 수급을 꼬이게 하는 과도한 세제와 재건축 규제부터 풀어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런데 이 방침이 발표되자 서울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하락세이던 ‘강남 4구’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 폭등으로 마음고생을 한 국민이 적잖은 터라 새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 여파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 보유자, 재건축 투자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역대급 규제를 가했다. 그 결과 다주택 보유자가 강남권 고급 아파트 중심으로 자산을 재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됐고 서울 도심 내 신축 아파트 공급도 줄었다. 역대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도리어 집값이 급등하거나 부동산시장이 과도하게 침체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맞았다. 고무줄 규제가 반복되면서 정권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등락하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겪기도 했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 앞에는 ‘규제도 풀어야 하고 시장도 안정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어찌 보면 모순되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다.

    직전 거래가 대비 16억 원 오른 곳도

    당장 가시화된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 1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3월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과세를 강화했다. 현재 2주택 보유자는 기본세율(6~45%)보다 20%, 3주택 보유자는 30% 중과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다주택 보유자를 부동산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지만, 부동산 매물 잠김을 심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수위는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다주택 보유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 집값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인수위가 발신한 정책 신호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최근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3월 주택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전세가 상승률은 전달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3월 전국 주택의 평균 매매 가격은 0.1% 상승해 한 달 전 상승률(0.21%)보다 0.11%p 낮아졌다. 2020년 5월(0.14%)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내놓은 후에도 당장 시장에 다량의 매물이 풀리진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강남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가가 급등한 곳은 강남권 고급 아파트 단지나 재건축 예정지다. 강남구 삼성헤렌하우스는 3월 11일 50억 원(전용면적 217.86㎡)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 34억 원보다 16억 원이 올랐다. 재건축 후 서초구 대장 아파트로 부상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3월 24일 직전 최고가 51억 원(전용면적 129.97㎡)보다 12억 원 오른 63억 원에 거래됐다. 재건축 기대주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단지도 3월 19일 51억 원(전용면적 158.54㎡)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36억 원)보다 15억 원 급등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가 완화하려는 도시정비사업 규제는 재초환, 안전진단, 용적률 기준 등이다. 인수위는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기준을 기존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고, 초과이익 구간에 따라 10~50%인 현 부과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주택 장기 보유자의 부담금을 감면하는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재초환 ‘대수술’ 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기존 20%에서 50%로 상승했다. 건물 노후도를 엄격히 평가해 재건축사업 진행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다. 새 정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30% 수준으로 조정할 전망이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250% 선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늘리고 서울시 측과 협의해 재건축 층고 제한을 푸는 방안도 제시됐다.

    규제 완화에서도 핵심은 재초환 ‘대수술’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조합원 인당 평균 3000만 원 이상 개발 이익을 얻으면 그중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처지에선 재건축사업으로 본 수익의 절반을 잃는 셈이다. 재초환은 부동산시장에 사실상 ‘재건축하지 말라’는 신호를 줬다. 2006년 처음 실시된 재초환은 2013~2017년 유예 기간을 거쳐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부활했다(표 참조). 2018년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사업을 완료한 단지가 대상이다. 현재까지 전국 63개 재건축 단지, 약 3만4000가구가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통보받았다.

    재초환 적용 사정권에 들어선 단지들은 최대 수억 원으로 예상되는 부담금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서울 은평구 은평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은 적정 공시가격 산정 등의 문제로 부담금 부과가 지연됐다. 완공 시점에 해당 단지에 통보된 예상 부담금은 5억6000만 원으로 가구당 7700만 원이었다. 같은 해 8월 완공돼 강남권 첫 재초환 대상이 된 서초구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옛 반포현대아파트)도 같은 문제로 부담금 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 단지에 통보된 부담금 예정액은 108억5500만 원으로 가구당 1억3570만 원 규모였다. 새 정부가 재초환을 대폭 손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 시내 각 자치구는 부담금 부과를 보류한 상황이다.

    이처럼 규제 완화 시그널이 나오자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규제 완화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시장의 속성을 새 정부도 피할 순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이 제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4월 4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차원에서 (재건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속도가 빨라지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방법론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재건축 조합 설립에서 안전진단 통과 단계로 앞당기는 등 투기 방지책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똘똘한 한 채’ 선호 심화될 수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동아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동아DB]

    재건축 단지 신고가 행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일부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상승은)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정책을 다시 세팅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실물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그간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고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통한 변칙적인 주택 공급에 의존해 서울 내 주택 공급량이 크게 부족했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서울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일어날 뿐이며 장기적으론 서울 아파트 공급량 확대로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자본이 서울 일반 아파트로까지 몰려 집값이 전반적으로 폭등했다”며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단기적 가격 불안이 있을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소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대해선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이 1년으로 짧기 때문에 다주택 보유자가 비(非)서울, 비강남 지역 부동산부터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부동산 가격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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