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방탄소년단)가 발간한 악보 ‘BTS PIANO SHEET MUSIC’. [사진 제공 · 빅히트뮤직, 사진 제공 · YES 24]
유튜브에는 팬들이 케이팝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커버 영상’이 수두룩하다. BTS 곡도 물론 많다. 대개 제 나름의 해석으로 편곡한 연주이고, 흔히 말하는 뉴에이지풍의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도 흔하다. 이번 BTS 악보 발간을 알리는 티저 비디오에도 감상적인 연주로 ‘Permission To Dance’가 흐른다. 한동안 ‘리액션 비디오’ 등 팬 영상 포맷이 케이팝산업에 역수출되는 사례가 흔히 있었듯이, BTS의 악보 발간은 팬과 대중이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경로 중 하나로서 피아노 연주를 포착한 기획으로 보인다.
건반 위를 흐르는 BTS 히트곡
또한 최근 BTS의 활동이 코로나19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던 점을 연상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후 기타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혼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기타를 선택하는 이가 많았던 것이다. 피아노 연주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취미다. 특히 이번에 발간된 ‘Permission To Dance’와 ‘Life Goes On’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희망을 노래한 곡들이기에 더욱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는 인상을 준다.물론 이 악보들이 음악산업이나 현시대에 가지는 의미를 부풀려 해석할 일은 아닐 것이다. 초판에만 포함된 특전이나 동봉되는 아트 포스터 등 기념품으로서 의미도 돋보이는 상품이다. 바이닐(LP) 애호가들이 같은 음반 커버라도 바이닐 특유의 큼직한 판형이 주는 만족감을 이야기하듯이, 히트곡들의 커버를 대략 A4 용지 크기 판형으로 소장하는 일도 남다른 감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아티스트들이 판매하는 다양한 ‘굿즈(부가상품)’ 중 하나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게 옳을 듯싶다.
그러나 꽤 흥미로운 발상의 상품임에는 분명하다. 악보는 음악을 기호화한 것이라서 원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감상 단계에서도 이런 차이가 다시 생길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음악을 소장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인 것 역시 사실이다. 음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스트리밍으로도 모자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콘텐츠를 소유하는 것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다. 쇠퇴일로를 걷던 CD 판매량이 한국에서 유독 반등한 사례도, 바이닐이 부활해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CD 판매고를 능가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일찍 정액제 스트리밍 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 유별나게 화려하고 풍성한 패키징으로 CD를 판매하는 케이팝을 경유해, 2022년 종이 악보를 굿즈로 발매하는 일을 보게 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케이팝 시장만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