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이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다주택자 보유세 경감 대책 등이 예고되면서 3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중 전고가 대비 상승 상위 10개의 평균 매매가가 7억 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마지막 주 통계를 보면 ‘강남 4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1%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하락 거래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4월 5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에 따르면 대선 직후인 3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전고가 대비 하락 거래 비중은 67.1%로 전월(62.5%)보다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지난해 9월 35.1%를 기록한 이후 40.5→46.1→54.5→57.5→62.5%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이런 상황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상승과 하락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지금 부동산은 버블 꼭짓점으로, 장기 하락이 시작되는 조정기 초입 단계에 있다”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거래절벽에 향후 예정된 공급 폭탄까지 더해지면 집값은 현재의 4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교수는 부동산시장을 30여 년간 분석해온 전문가로, 현재 한국부동산경제협회장을 맡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 [조영철 기자]
“규제 완화 신호로 일시적 반등”
현재 서울 집값을 어떻게 봐야 하나. 서울 분양시장에서도 미계약 단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소강 사태 같은데 신고가도 자주 나온다.“요즘 부동산시장을 보면 혼란스러울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규제 완화 신호를 던지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진단하면 7~8년 장기 하락장 초입에 있다. 부동산시장 열기가 식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지만 그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2020년 소위 ‘영끌’로 불리는 매수가 일어날 때 서울 아파트 월 거래량은 1만~1만5000건이었다. 2008년부터 누적 통계를 보면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월 6100~6200건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NH농협 전세자금 대출 중단 사태 전 이미 6월부터 거래량이 3000건대로 줄어 있었다. 여기에 이주열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났다. 한마디로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매물은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서울 집값을 떠받친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그런데 대출 규제로 전세가가 주택 가격을 못 받쳐주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이뤄지니 급기야 전세자금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싼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은 상승과 하락 압력이 공존하나 여러 지표는 이미 하방을 가리키고 있다. 더욱이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임계점을 넘었다. 지금 몇몇 이유로 일시적 반등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이 집값 전체를 끌어올리는 상승 요인이 될 수는 없나.
“재건축과 재개발이 호재라고 하면 대선 이후 ‘재건축 호재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신속통합기획에 포함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지금 엄청나게 거래가 이뤄지면서 불이 났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전멸 상태다. 투자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산가들이 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 3월 두 차례 신고가 기사가 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2건 모두 상당히 이상한 거래다. 1월 거래는 개인이 자신이 대표인 법인과 거래한 경우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간 지 한 달 됐고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거다. 3월 거래는 직거래다. 앞서 얘기한 아파트 가구를 다 합치면 4만 가구이니 한 달에 200~250건은 거래가 이뤄져야 정상적인 시장이다. 그런데 3월 직거래를 포함해 단 2건 거래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다시 얘기하면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은 통계 불확실성으로 빚어진 착시 효과이고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거래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입주로 부동산 하락 본격화”
부동산 하락을 확신할 수 있는 요인이 더 있나.“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금융취약성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12월 기준 통합지수가 50 초반이었다. 지수는 다시 주식, 채권, 부동산으로 세분화되는데 주식과 채권은 각각 50~60 사이, 부동산은 100이었다. 이 지수는 1에서 100까지 있고 101이라는 수치는 없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한계에 왔다는 뜻이다. 또 피케티지수(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국민순소득으로 나눈 값)라는 것이 있는데 그 수치가 6, 7, 8일 때 미국, 일본, 스페인이 버블이 꺼지는 경험을 했다. 한국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말 11.3을 찍었다. 그래서 지금 금융당국자나 경제를 아는 사람들은 조심하고 있다. 현재 국가 경제와 해외 경제, 여러 지표를 볼 때 상승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 지금 조정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확연하니 이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본격적인 하락을 기다리는 것이 자산관리 측면에서 현명하다.”
집값 조정기 초입 단계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는 미분양, 전세가, 거래량 등 3가지다. 상승을 얘기하는 일부 전문가는 이 중 전세가와 관련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 만료를 앞두고 전세대란이 일어나면서 전세가가 상승해 집값을 밀어 올릴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리라고 예상한다. 임차인 가운데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풀(full)로 받은 사람이 많지만, 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아 오른 전세가를 부담하기 어렵다. 또 금리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싸 월세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을 고려할 때 전세 폭등 대란은 있을 수 있겠으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90%라고 본다. 대선 이후 분위기, 계약갱신청구권제 관련 이슈가 잠잠해지면 부동산시장은 7~8월부터 가라앉을 거다.”
“주택 거래량 살아나는 시점이 매수 적기”
[GettyImages]
“부동산시장의 본격적인 하락은 2023년 시작된다. 3기 신도시 사전분양 물량이 확실히 공급된다는 신호를 받으면 주택 구매 희망자들 사이에서 입주 열풍이 강해질 것이다. 3기 신도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는데, 새로 지어질 아파트들은 이전 주택과 비교도 안 되게 좋으면서 가격은 저렴하다. 단적인 예로 단지 내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도 이뤄진다. 이런 주택이 2030년까지 공급되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오면 40%, 완만한 하향세를 유지하면 20% 하락할 거라고 본다.”
무주택자에게 올해는 집을 사지 말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가을 이후 매수를 고려하라고 말씀드리는데 그때도 아마 선뜻 사기는 힘들 거다. 부동산 가격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로 오른 데다, 상승세가 꺾이면 하락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무주택자라면 사전청약에 적극 도전하면서 기존 주택시장도 지켜볼 것을 권한다. 언제 사는 게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관련 뉴스를 계속 보면서 ‘거래량이 살아나는 시점’에 사면 된다.”
더 좋은 입지, 더 큰 평형으로 갈아타고 싶은 1주택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한가.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주택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매도하는 것도 좋은 자산관리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집값이 떨어졌을 때 다시 사는 거다. 이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3기 신도시 주택 공급까지 시작되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재 계획된 주택 공급 물량이 250만 호이고 윤 당선인도 150만 호를 수도권에 공급한다고 공약했다. 80만 호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의 2배 물량인데 주택 구매 여력은 예전보다 약하다. 최악의 경우 집이 남아도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 조금만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답이 나올 거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6억708만 원에서 12억7334억 원이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나.
“정치적 시나리오로 접근한 아마추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주요한 이유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미래를 위해 잘한 결정이다.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전세자금 대출 문제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거였는데,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도처럼 일부 악용된 핀셋 정책도 보완하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걸로 본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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