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DB]
이번 ‘마이웨이’ 결정은 안 대표 나름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합당 후 대선 경선을 치르며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략하는 것을 경계한 것. 중도층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막판 단일화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당분간 안 대표는 독자 행보로 중도층 내 세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막판까지 존재감을 극대화한 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 중도 지지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달라진다.
안 대표가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손잡고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이사장직을 사임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8월 18일 방송통신대 고별강연 후 취재진과 만나 “뚜벅뚜벅 제가 생각하는 길인 정치세력 교체를 하기 위해 갈 것”이라며 안 대표와 만날 계획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제3지대 연대’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선을 그은 모양새지만 국민의당 측이 접촉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여야 대선 구도가 박빙으로 치닫게 되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反)문재인’ 이미지를 가진 안 대표가 중도층 표심을 결집시킬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다. 안 대표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밝힌 대선 불출마 및 국민의힘과의 합당 약속을 스스로 깬 점은 정치적 부담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전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힘의 입지가 단단해진 상황에서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 후보 출마 가능성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맞서려던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 대선 막판까지 상당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