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코로나 매출절벽’에 가게 철거 의뢰 2배 증가

폐업 택한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인상, 일본 불매운동 다 견뎌왔는데 이젠 감당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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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3-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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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편의점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영철 기자]

    3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편의점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아시바 갖고 와!” “빠루로 해야겠어.” 

    3월 17일 오전 10시 경기 남양주 진접읍의 한 상가건물 1층 횟집. 광어나 활어 같은 ‘횟집다운’ 말은 들리지 않고 PT아시바(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철제 지지대), 빠루(쇠지렛대) 같은 낯선 용어가 오갔다. 폐업하는 이 식당을 정리하러 온 철거업체 인부들이 주고받는 말이었다. 그 모습을 이곳 사장 유정우(37) 씨가 연거푸 담배를 피우며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부담돼 20, 30대 직원 둘을 해고하고 64세 어머니와 둘이 장사했어요. 지난해부터는 배달비도 줄여야 할 상황이라 배달대행업체 대신 어머니가 직접 차를 몰았고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거예요. 더는 버티지 못하겠습니다.”

    “더는 못 버티겠다”

    유정우 씨가 5년 간 운영하던 경기 남양주 진접읍의 횟집 매장에 철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쌓여 있다(왼쪽). 폐업 공고문을 붙이는 
한 점포. [최진렬 기자, 뉴스1]

    유정우 씨가 5년 간 운영하던 경기 남양주 진접읍의 횟집 매장에 철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쌓여 있다(왼쪽). 폐업 공고문을 붙이는 한 점포. [최진렬 기자, 뉴스1]

    유씨가 상가건물 1층에 66㎡ 규모의 횟집을 연 것은 5년 전. 창업 대출금 6000만 원을 개업 이후 6개월 만에 모두 갚았을 정도로 장사가 꽤 잘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여파로 3000만 원이던 월매출이 2년 전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매출이 1000만 원 아래로 떨어져 결국 장사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5년간 혼신을 다해 운영한 식당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데는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씨는 권리금 1500만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수조 구입비가 포함된 시설비 4500만 원도 건지지 못했다. 그는 “1200만 원을 주고 산 수조를 인수하겠다는 횟집을 찾지 못해 결국 폐기했다”고 했다. 



    유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식당업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틸 생각. 바닥에 널브러진 깨진 타일들 사이에 선 채로 유씨가 말했다. 

    “하지만 주방 일손을 구한다는 곳이 없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드니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유씨처럼 매출 감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모임과 소비가 위축되면서 손님이 줄어 매장 유지를 위한 고정비 지출마저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요즘 같은 때 일거리가 있는 곳은 철거업체뿐”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남양주 횟집 철거를 담당한 유영식 이-맨철거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철거 의뢰가 2배가량 늘었다. 이달 들어 2주간 편의점, 카페, 실내낚시터, 옷가게 등 12곳을 철거했다. 대부분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 5명으로 밀려드는 일을 감당할 수 없어 따로 인부를 고용하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오 무렵 남양주 횟집 철거를 마무리한 인부 3명은 닭곰탕으로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오후 2시부터 인천 서구의 한 양꼬칫집을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업반장을 맡은 김용연(64·경기 부천시) 씨는 “코로나19로 불경기가 심해져 앞으로 철거 작업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며 인부들을 독려했다.

    월세 감당 못 하고 철거비도 없어

    코로나19로 인한 폐업 사실을 알리는 식당들의 SNS 공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로 인한 폐업 사실을 알리는 식당들의 SNS 공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냉장고 등 주방기기를 중고매장에 넘긴 양꼬칫집은 탁자와 의자만 남아 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부들이 쇠지렛대와 끌(목재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공구)로 벽면의 벽돌 장식재를 걷어내자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인부들은 식당에서 나온 탁자와 의자, 폐기물을 자신들이 타고 온 1t 트럭에 실었다. 이 폐기물을 처리업체에 넘기면 철거 작업은 최종 완료된다. 유영식 대표는 “요즘 폐업하는 가게가 워낙 많아 중고업체에 탁자나 의자를 팔 수 없는 경우가 잦다”며 “이 양꼬칫집도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 돼 가게를 접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하기로 결정한 자영업자가 전국적으로 적잖다. 지난해 7월 아내와 함께 부산 부산진구에 일식집을 연 문모(34) 씨는 올해 3월 4일 영업을 종료했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그는 권리금 4000만 원을 회수하기는커녕 당장 식재료비 등 대금 700만 원을 지불해야 할 처지다. 문씨는 “부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1일 이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루 매출이 70만~80만 원이었는데, 요즘은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 매달 고정비가 월세를 포함해 수백만 원이라 차라리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6세 아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일본 라멘집을 운영하다 3월 7일부터 가게 문을 닫은 정모(34) 씨의 사연도 비슷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30%가량 줄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정씨 역시 월세 등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게를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가게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면 손님들이 코로나 얘기를 꺼내며 서로를 노려본다. 중국인 손님이 들어오면 먼저 온 손님들이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 나가버린다”고도 전했다.

    ‘소상공인 폐업’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적잖다.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철거업자들에 따르면 철거 비용은 66㎡ 기준 400만 원 안팎. 고용준 전국철거민연합회중앙회 책임관리자는 “특히 건물주와 계약할 때 폐업 시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기로 한 경우 리모델링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섣불리 가게를 정리하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에게 최대 200만 원의 폐업 지원금을 지원한다”며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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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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