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장기투자를 해오고 있는 기존 투자자나 꿈을 피워보겠다고 회사를 일군 영세기업 또는 벤처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큰 파고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을 때 나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결정이라 많은 부문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큰 저수지의 둑이 터지고 나서야 나온 대책이니, 투자 손실을 입은 기존 투자자나 영세기업은 누구에게 하소연한단 말인가.
무지와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
정부 당국자들의 자본시장과 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할지 모르겠지만, 기존 투자자와 영세기업인의 상처는 너무 크다. 주식투자와 자본시장은 가진 자의 전유물이라는 생각, 돈 있는 자본가만이 누리는 시장이라는 생각, 기업인만이 누리는 시장이라는 생각, 서민들과는 관계없다는 생각, 자본시장과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생각, 연금이 보장된 공직자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의 무지와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왜 우리 삶의 터전인 기업과 세금의 원천인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까. 많은 의구심이 들면서 국민 세금으로 지탱하는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 국민의 자산과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의 주된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주식투자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투자는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그 결과도 오롯이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주식투자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터전을 편안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서비스나 재화에 투자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너무 앞선 생각일까.
당장 먹고살려고 동분서주하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 모두는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종사하고 투자하며 소비자로 살아간다. 자본시장은 우리의 일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한 나라의 경제지표인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잘 돌아가면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본시장이 서민에게도 희망이 되는 세상을 얘기하고 이러한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외국인이 지배하는 한국 자본시장
필자는 자본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머니게임장이 아니라, 배당을 통해 기업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건전한 자본시장을 기대하고 꿈꾸며 투자해왔다. 하지만 우리 자본시장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배려하거나 동업자 정신으로 상생하기를 외면하고 각자 이익에 충실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러한 시장 참여자들이 만든 자본시장은 기업과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우리 자본시장은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투전판 같은 시장이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외국인 자본이 지배해 그 나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성과를 공유하는 훌륭한 기업이 됐다. 반대로 우리는 이러한 기업들에서 단순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서글픈 현실에 처해 있다. 그 어렵던 외환위기 시절 우리 국민이 금 모아 은 모아 응원하고 힘을 보탠 기업들 아니던가.반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짜 중견·중소기업들은 자본시장을 통해 크게 성장한 후 자신만의 구중궁궐을 만들어 호위호식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치만 보고 투자한 선량한 가치투자자들은 쥐꼬리만 한 배당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이어지는 사익 편취에 마땅히 대항할 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그들이 떨어져나가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자본시장을 통해 한몫 챙기고 자신만의 구중궁궐이 만들어지면 그들은 낮은 가격으로 부의 대물림을 하고자 치밀한 장기계획에 들어간다.
이는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순자산가치가 아니라 당시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기간 쥐꼬리 배당을 하거나 방치해두면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들은 낮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고 부의 대물림을 완성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유망한 중견·중소기업 중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 미만에서 거래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기이한 현상이다.
‘한국 주식시장에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주식도 한국에 있고, 제일 싼 기업도 한국에 있다’는 미국 한 펀드매니저의 얘기가 씁쓸하게 들린다. 기업인들은 투자자가 없으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존재 이유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종업원이자 소비자인 동시에 투자자다. 서로 배려하면서 함께해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식시장 안정조치.
최고 공유시스템
최근 코로라19 사태로 온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세계 자본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러한 공포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동안 세계는 자유무역을 통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자유무역과 자유시장경제의 틀에서 크게 성장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부존자원이 없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는 세계경기가 침체되면 앞을 내다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자유시장경제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몫하고 있다. 일정 부분은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한 기업 활동도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자유시장경제 틀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는 언제나 전대미문으로, 이번엔 다르다’고 하면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위기들을 잘 극복해왔다.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 공유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이번에 다가온 코로나19 사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럴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세계에 내놓아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고 그 기업들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증권시스템도 잘 발달돼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잘 작동되도록 각자가 맡은 위치에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했다.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사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하면 대한민국은 부자국가가 돼 세계 중심은 물론, 글로벌 리더도 될 수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현재 국가 재난사태인 만큼 개인당 100만 원씩 지원하자고 한다. 지원 예산은 51조 원이다. 재원은 세금 또는 정부의 부채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어렵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 4분의 1 이상의 국민에게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씁쓸하게 들린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난관을 극복해왔다. 우리의 방역체계나 의료시스템, 사회조직망과 SOC(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비롯해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정부와 자원봉사자들, 각지에서 쏟아지는 성금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다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일체된 마음가짐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당 100만 원씩 지원한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극복하지 못하면 세계 어떤 국가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역경은 축복’이라고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코로라19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13일 서울 광화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51조 원 자본금의 주식회사
김경수 경남도시사가 얘기한 개인당 100만원을 차라리 우리 기업들에 투자한다면 51조원 자본금의 주식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이 되고 얼마나 많은 재화나 서비스가 우리에게 주어지겠는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들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얘기하며 일자리 창출을 실행해왔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 오히려 쉽다. 기존의 일자리를 통해서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방안들이 많이 있다.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들이 상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벤처기업들도 기회를 찾게 된다. 이 모든 선순환 구조가 자본시장을 통해서 활성화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수동적인 일자리 창출은 지속성과 확장성이 없다. 자유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지속가능성을 배가시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부의 일자리주도 창출은 한계가 있다.인터넷으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세계의 벽이 허물어졌다. 그 결과 투자의 기회도 대상도 넓고 다양해졌다. 우리 자본시장과 기업들에게 투자할 이점이 없으면 돈도 사람도 기업도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본가들이 아니라 중산층 서민들이 설자리가 없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산층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자본시장이 서민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업들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들을 집단지성을 통해 이겨내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에게는 돈이 쌓일 것이다. 그러한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길은 기업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우리는 누구나 증권시장을 통해서 약간의 수수료와 거래세만 부담하면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기업의 주인이 되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복지고 우리가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유일한 넓고 큰 길이다. 기업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책들과 함께 그 성과를 배당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투자자들에게도 장기투자를 통해서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업인들이 배당을 통해서 성과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우리의 고질적인 불투명한 기업의 지배구조문제도 해소가 될 것이고 장기투자 문화도 정착이 될 것이다. 그리하면 가계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국가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더불어 법인세나 배당종합소득세, 그리고 총세수의 2%도 안 되는 상속증여세 문제도 큰 틀에서 제고해야 하는 시기다. 내년부터 또다시 강화되는 주식양도세 대주주 요건도 유예하거나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세수를 거두는데 급급하지 말고 우리의 경제 파이를 키워 세수를 늘리는 정책이 절실하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
증시가 크게 빠졌다. 기존 투자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기다. 인내하면서 투자한 기업과 꾸준히 소통하고 교류하라. 기업 가치를 알면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부족해 주가가 크게 왜곡돼 있다. 연기금의 패시브 투자전략,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중심의 단기매매가 우량한 중견·중소기업의 가치를 크게 하락시켰다. 펀드 규모도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방향을 틀 때가 됐다. 이는 투자자에게 큰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당 시가배당률이 5%가 넘는 기업이 넘쳐난다. 심지어 10%가 되는 기업들도 있다. 곳간에 현금이 쌓여 있는 기업이 많다. 주가는 언젠가는 기업의 본래 가치대로 회귀한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 어려울 때 투자해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기업을 돕는다는 심정으로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본질 가치를 믿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될 시기다.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한 기업의 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주식투자는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투자자들에게 큰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