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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에 李는 위협감+기대감, 尹은 꼰대+카리스마”

임명묵 작가 “2030이 反권위주의? 권위가 주는 매력 싫어할 사람 없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청년층에 李는 위협감+기대감, 尹은 꼰대+카리스마”

임명묵 작가가 11월 17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임명묵 작가가 11월 17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이준석·홍준표 현상에서 나타난 것처럼 ‘팬덤정치’ ‘정치의 엔터테인먼트화’가 청년층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임명묵(27) 작가의 진단이다. 이어 그는 “청년은 산업화·민주화 등의 가치보다 재미를 중시한다. 재미와 즉각적인 효능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를 지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1994년생으로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임 작가는 ‘이대남 현상’ 속에서 유명 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K를 생각한다’를 출간하며 또래 세대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대선후보 지지 유보 현상이 지속되자 정치권은 연신 청년층을 향해 구애를 펼치고 있다. 대선을 넉 달여 앞둔 시점,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청년에게 어떤 캐릭터로 다가올까. 임 작가의 진단은 양면적이다. 이 후보는 ‘위협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는 인물’, 윤 후보는 ‘카리스마 있는 꼰대 아저씨’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임 작가를 만나 대선주자에 대한 2030세대의 시각을 물었다.

“‘경제 중요’는 절반만 맞는 얘기”

2030세대에서 유독 ‘지지 유보’ 현상이 관찰된다.

“한국 현대사는 세대별로 비전을 공유하며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었다. 노년층은 산업화 비전을, 40대는 민주화 비전을 공유했고 이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연결됐다. 반면 청년층, 특히 1990년대생으로 내려오면 국가적 단위에서 성취감을 느낄 만한 공통 비전이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치세력이 더 매력적인지가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남 혹은 이대녀에 주목하자” “이대남은 허구다, 계급에 주목하자” 등 이들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다양한데.

“청년층을 규정하는 키워드로 ‘디지털 네이티브’를 꼽는다. 온라인 환경이 공기와도 같은 상황에서 태어나 자랐고, 여기서 정치적·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한 세대다. ‘일자리·부동산 문제가 안정되면 다 사라질 문제 아니냐’ ‘결국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식의 분석은 절반만 맞다. 문화가 경제적 요소에 종속된다는 식의 분석은 잘못됐다. 올해 청년 사이에서 이슈가 된 여러 젠더 갈등 중에는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한 이슈가 많다. 메갈리아 손가락 모양 논란, 알페스(RPS: 아이돌 등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창작한 동성애 음란물) 소설, 챗봇 이루다 논란 등이 대표적 예다.”



임 작가는 청년세대를 나타내는 캐릭터로 2019년 개봉한 영화 ‘조커’를 꼽는다. 영화는 코미디언으로서 성공을 꿈꾸는 광대 아서 플렉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조커로 거듭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임 작가는 “진보 진영에서는 ‘백인 남성을 과하게 연민하는 영화’라고 비판했지만, 남녀 구별 없이 요즘 젊음 사람은 다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커는 절대적 결핍보다 주관적 결핍을 갖고 있다. 어쨌든 그 나름 집도 있지 않나. 어머니가 병을 앓지만 조커가 느끼는 불행의 핵심은 아니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면서 느끼는 좌절감이 분노 기저에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년의 상황과 유사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상황이다. 각자 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삶을 산다. 과거에는 사회운동 등을 통해 불만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이재명 찍는다=新죽창론

이재명 후보의 경우 청년층 사이에서 불만과 관련된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나 콘텐츠)으로 소비된다.

“SNS, 20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커플의 연애 사진 등을 보고 배 아파하며 ‘어디 다 같이 한번 망해보자’는 심정으로 ‘이재명 찍기로 결심했다’ ‘이재명 바이럴(홍보)하냐’ 등의 댓글을 다는 유머코드가 있다. 열등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파괴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밈이다. 이 후보가 20대 남성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방식은 2014년부터 유행한 ‘죽창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죽창론은 ‘금수저라도 죽창에 찔리면 단번에 죽는다’는 파괴적 함의를 담고 있다. 눈앞의 상대가 꼴 보기 싫으니 혼란을 유발해서라도 배 아픔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찍는다’라는 밈이 갖는 의미도 유사하다.”

임 작가는 “이런 밈은 이 후보의 장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는 방증이다. 후보에 대한 호오와 별개로, 심지어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청년도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인가 바뀌긴 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소리다. 이 후보로부터 위협감과 기대감을 함께 느끼는 탓에 나오는 반응이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은 어떤가.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답한 꼰대 아저씨’ 인상을 가진 이가 많다. 말을 해도 씨알조차 안 먹힐 것 같은 사람으로 여긴다. 다만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적의가 퍼진 만큼 이를 끌어안을 만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왜 꼰대로 다가왔을까.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초반 갈등, 실언 논란,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모습 등이 그렇게 비친 것 같다. 다만 이는 활용하기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윤 후보는 이전까지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다. 카리스마 있는 검찰총장으로 비쳤다. 꼰대 이미지는 답답함을 주기도 하지만, 뒤집어보면 강렬한 카리스마로 다가온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선거캠프에서 초기에 장단점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노출할지에 대해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SNS 활동 등을 했는데 역효과만 나지 않았나. 카리스마를 더 강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윤 후보는 경선 중이던 8월 21일 ‘민지야 부탁해’ 캠페인을 벌였다. 민지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를 의인화한 것으로, 청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취지에서 캠페인이 기획됐다. 윤 후보가 영상에서 직접 ‘민지’를 부르며 열연했지만 ‘아재 감성’이라는 싸늘한 반응만 뒤따랐다.

임 작가는 청년이 윤 후보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민지를 부르는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들이 애초에 기대한 이미지는 양복 위에 코트를 걸치고 범죄자를 털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민지야 부탁해’ 이러고 있으니 “이게 뭐지?”라며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권위적 모습에 부정적이다”라는 통념이 있어 그런 것 같다.

“권위, 카리스마가 주는 매력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나. 리엄 니슨(영화 ‘테이큰’ 주연), 숀 코네리(영화 ‘007’ 시리즈 초대 제임스 본드) 등이 나오는 각종 영화가 꾸준히 흥행하는 이유다. 젊은 세대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기성세대와 충돌하고 갈등을 겪는 건 맞다. 다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을 시키는 사람만 아니라면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도 크게 상관없다. 일상 영역에서 부딪히는 것과 이미지 마케팅으로서 접근은 별개로 봐야 한다.”

“이대녀 투표장 가기도 어려운 상황”

이재명, 윤석열 두 대선후보에 대한 청년층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1월 8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관련 정례조사’에 따르면 18~29세, 30대 모두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전체 평균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의 경우 △지지 후보 없음(10.9%) △잘 모름(7.8%)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두드러졌다(표 참조).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들 세대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주요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비선호 현상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20대는 남녀 표심이 극히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인이 청년층 남녀 유권자로부터 보편적이고 확고한 지지를 받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대 남성의 경우 ‘민주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다’는 정서가 강력하다.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직후 여러 논란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20대 남성의 지지를 흡수했다. 이 후보 역시 청년층에 누적된 불만을 잘 끄집어낸다면 가능성이 있다.”

20대 여성의 경우는 어떤가.

”여성이 아니다 보니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20대 여성은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비토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 후보 역시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여성이 불쾌함을 느낄 만한 사안과 엮여 있다. 20대 여성 표심이 오갈 곳 없는 상황이다. 투표장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굉장히 난감하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방법이 정말 없을까.

“이번 대선에서는 봉합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게 파여 있다. 올해 유독 심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는 ‘대한민국의 젠더 분쟁’이라는 문서가 있다. 연도별로 젠더 분쟁 이슈가 정리돼 있는데, 올해는 분기로 나눠 올라갔다. 국가 지도자가 20대 남녀 중 ‘한쪽 집단만 끌고 가겠다’고 할 수 없지 않나. 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길 원할 텐데, 한쪽 목소리를 들어주면 반대쪽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

표심을 위해 20대 소득세 면제, 상무 e스포츠 선수단 창단 등도 언급하는데.

“청년만 따로 떼어내 ‘주거·일자리 등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적절치 않다. ‘사회 시스템을 이렇게 바꿔 너희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 등 대통령 비전을 보여주는 보편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산업화·민주화 다음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 대선후보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한다면.

“뭔가 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실점 요소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젠더 이슈와 관련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가 본인 철학에 따라 끝장을 보겠다는 수준으로 대응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발언을 삼가길 권한다. 득점은 어렵고 실점만 쉬운 구조다. 청년은 후보가 진심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본다.”





주간동아 1315호 (p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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