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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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포기 카드 없인 6자회담 제자리걸음”

中 런민대 스인훙 교수 “북한 내부 문제 복잡 … 6자 대화 틀은 필요”

  •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입력2006-12-27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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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22일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끝났다.‘휴회(休會)’ 형식으로 막을 내린 6자회담의 내일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6자회담 휴회 선언 직후 중국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6자회담은 이전에 비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러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스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명확하게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핵무기 포기 원칙을 밝혔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핵무기 보유국임을 천명하는 등 일관성 없는 주장을 펼쳤다. 동시에 금융제재를 먼저 풀어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 핵무기와 금융제재는 별개 문제이므로 핵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결국 양국이 근본 문제에서 대립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번 회담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나.

    “그렇진 않다고 본다. 이전에는 북한의 입장이 불명확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명확해졌다. 의견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6개국이 모두 알게 된 점이 큰 성과다. 또한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양자 회담을 많이 가졌다. 북한과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에 대해 논의한 것도 진전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났다. 6자회담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6자회담은 어려워도 조금씩 진전을 보일 것이다.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2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6자회담은 새로운 양상을 띨 것이다. 이때는 확실하게 6자회담이 5대 1 대결구도로 바뀌게 되며, 북한이 받는 국제적 압력도 매우 커질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나.

    “북한의 지도자는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하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또 북한은 현재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핵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미국이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미·중·한·일·러 5국이 정전조약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고,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 문제는 사실 외부적 문제라기보다는 북한 내부의 문제 때문에 불거졌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등 5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이 일고 있는데….

    “지금까지 6자회담은 멈추다 가다를 반복했다.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도 마련하지 못했고, 회담의 정기화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북한 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은 반드시 필요한 틀이다.”

    약력)。난징(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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