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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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답하고 뻐근 혼자 판단하면 병 키운다

  • 정남식/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2004-11-12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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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답답하고 뻐근 혼자 판단하면 병 키운다

    가슴이 아프다고 모두 심장병은 아니다. 심장병에 대한 오해는 또 다른 질환을 부를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장이란 단어는 우리 몸 가운데서 ‘마음’이 담긴 가장 중요한(중심, 中心) 장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심장’의 그리스어 및 라틴어 어원은 중심부(‘kardia’, ‘cor’)를 뜻하는 단어이며, 실제로 어떤 곳의 중심을 말할 때 우리는 ‘~의 심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때도 ‘가슴이 메인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다’ ‘가슴이 벅차다’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 ‘가슴이 뭉클하다’와 같이 심장이나 가슴을 인용하는데, 이는 심장이 우리 몸의 중심인 동시에 의식의 지배를 가장 많이, 예민하게 받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인에게 가장 많은 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이차적으로 육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의학용어로는 정신육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이라고 부른다. 심장은 의식과 정신의 지배를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되면 곧바로 뇌신경을 통해 심장에 전달된다. 그러면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이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이럴 경우 우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숨을 더 빨리 몰아 쉰다. 이러한 빠른 호흡은 호흡 근육의 피로를 가져와, 정신육체질환 환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터질 것 같은 증세를 호소한다. 심한 경우, 호흡이 빨라져 혈액이 알칼리성으로 바뀌면 손발이 저리고 의식이 혼미해지기도 하며, 몸이 축 처지면서 전신마비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심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신육제질환 환자가 가슴이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뇌’의 작용 때문으로, 이때 심장은 아무 문제 없이 성실하게 뛰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정신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혹은 다른 일에 열중하다 보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심장질환 환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심한 운동이나 일을 할 때 아무런 증상이나 불편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을 펌프질을 통해 골고루 보내주는 일을 하는 심장에 실제로 이상이 있는 심장병 환자는 대부분 운동할 때 심장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가슴의 답답함, 호흡곤란 또는 흉통을 느낀다.

    문제는 정신육체질환 환자들처럼 심장에 이상을 느껴 약물을 오용하거나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제로 심장병이 있는 환자와 스트레스로 인해 이차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은 엄밀히 구분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슴이 뻐근하거나 심장에 이상 증세가 있다고 느낄 경우, 혼자 판단해 병을 키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도록 하자.
    이 답답하고 뻐근 혼자 판단하면 병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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