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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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차기 감독 유력한 ‘무패 행진’ 알론소

[위클리 해축] 올 시즌 레버쿠젠 31경기 27승 4무 돌풍… 후방 빌드업·강한 압박 전술이 강점

  • 임형철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4-02-17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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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르겐 클롭 감독이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을 떠난다. 최근 그의 행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사임 원인은 ‘번아웃’이다. 9년 가까이 리버풀을 이끌면서 들 수 있는 트로피는 모두 들어 올렸다. 이제 새로운 감독이 리버풀의 새 시대를 여는 게 필요하다고 본 듯하다.

    2004~2009년 리버풀 선수로 뛴 알론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 [GETTYIMAGES]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 [GETTYIMAGES]

    현지 언론은 리버풀의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사비 알론소를 꼽는다. 리버풀 구단이 꽤 오래전부터 알론소를 새 감독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리버풀 경영진과 알론소 감독이 이미 접촉했다는 말도 나온다. 알론소 감독은 선수 시절 리버풀에서 2004~2009년 5년간 활약했다.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지금도 리버풀의 뜨거웠던 필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추억하고 있다. 선수 시절 인연을 맺은 또 다른 팀인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도 알론소를 차기 감독으로 노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클롭 후임을 찾아야 할 리버풀이 가장 필사적으로 달려들 듯하다.

    현재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상승세는 대단하다. 올 시즌 전체 대회 성적이 31경기 27승 4무 0패(2월 11일 바이에른 뮌헨전까지 기준)로, 유럽 5대 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무패 행진 중이다. 31경기에서 93득점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3골을 넣었고, 같은 기간 18실점만 허용했다. 2월 11일 경기에선 바이에른 뮌헨을 3-0으로 잡아내면서 구단 최초 분데스리가 우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감독으로서 주가를 올린 알론소의 비결은 무엇일까. 또한 그를 차기 감독으로 영입할 경우 리버풀이 기대할 시너지 효과는 무엇일까. 알론소 감독의 전술적 특징을 분석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알론소 감독은 패스를 통해 만들어가는 ‘후방 빌드업 과정’을 중요시한다. 백3 전술을 토대로 공격 시 3241 대형을 완성하고,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도록 움직이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알론소 감독의 진정 위력적인 전술은 상대방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 전술이다.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바이에른 뮌헨전 당시 알론소 감독의 전술을 분석해보자. 이때 레버쿠젠은 선제골 득점 후 수비적 전술을 펼쳤다. 선두를 바짝 추격 중인 팀과의 경기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게다가 바이에른 뮌헨이 평소와 다르게 백3 전술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탐색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알론소 감독은 경기 초반 무리하지 않되, 상대팀에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공을 빼앗은 뒤에는 평소보다 롱패스 빈도를 늘려 바이에른 뮌헨이 비워둔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알론소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의 수를 완전히 읽었고, 상대 선수들의 발이 무거워지자 경기 스타일을 공격적으로 바꿨다. 그때부터 레버쿠젠은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끝내 3-0으로 완승했다. 알론소 감독은 리스크가 큰 경기에선 532 포메이션으로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펼치는 등 상대팀의 특징, 경기 시간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



    알론소의 유연한 전술에 상대팀 혼란

    현대 축구 트렌드는 체계적인 후방 빌드업과 강한 압박이다. 알론소 감독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 감독이다. 최근 레버쿠젠 경기를 보면 알론소 감독은 상황에 따라 후방 빌드업 대형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경기를 운영한다. 팀마다 3-2, 2-2, 3-1 등 후방 선수 배치 콘셉트가 있지만, 레버쿠젠은 이 대형이 고정되지 않는 편이다. 상대팀으로선 레버쿠젠 전술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레버쿠젠의 후방 빌드업에서 눈여겨볼 선수는 왼쪽 풀백 알렉스 그리말도다. 그리말도는 풀백의 전형적 움직임(직선 오버래핑 및 측면 공격 가담)과는 다른 형태로 경기에 참여한다. 동시에 미드필더처럼 전진 패스를 뿌릴 수 있는 패스 실력과 킥 능력을 겸비한 선수다. 알론소 감독은 그리말도를 중앙으로 좁혀 미드필더처럼 경기를 뛸 수 있게 동선을 잡아주는 편이다. 동시에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리말도의 패스를 받을 위치를 미리 선점한다. 상대 수비가 그리말도의 패스를 막고자 중앙으로 좁히면 비르츠는 측면으로 이동하고, 반대로 측면으로 벌어지면 그리말도와 비르츠가 중앙을 뚫는 식이다. 여기에 좌우로 벌려주는 롱패스 능력이 뛰어난 그라니트 자카가 또 하나의 축을 이뤄 레버쿠젠의 빌드업을 이끈다. 그리말도와 비르츠가 왼쪽으로 상대를 몰면 자카가 오른쪽으로 공을 전환하며 공간을 활용한다.

    에드몽 탑소바, 오딜롱 코수누, 피에로 인카피에 등 드리블·패스 능력이 좋은 센터백도 후방에만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올라와 공격에 동참한다. 상대팀으로선 빌드업 핵심 자원인 그리말도를 막기 위해 중앙에 붙으려 하면 측면과 반대쪽에서도 견제가 이어지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레버쿠젠의 빌드업 체계는 알론소 감독이 부임하면서 만들어졌다. 경기마다 선수들 움직임이 기계처럼 맞아떨어져 훌륭한 빌드업을 선보이고 있다.

    알론소 감독 전술의 또 다른 특징은 압박이다. 레버쿠젠은 상대팀 선수들이 빌드업을 하려 들면 일대일 마킹을 통해 강한 대인 압박을 시도한다. 공격이 끊긴 뒤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데다, 전후방 선수 모두 약속한 대로 위치를 잡아 지역마다 수적 우위를 만드는 게 포인트다. 레버쿠젠 최후방 수비수들은 대인 수비와 지역 수비를 적절히 오간다. 공 탈취가 가능한 분위기면 대인 수비로 상대 선수를 압박한다. 반면 역습을 허용할 위험이 큰 경우에는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지역 수비를 펼친다. 상대 공격수 배치에 따라 백4나 백5를 쓰기도 한다. 이처럼 강력한 수비력은 레버쿠젠이 올 시즌 전체 대회 31경기에서 18실점만 허용한 비결이다.

    리버풀에서도 알론소 감독 특유의 전술이 먹힐까. 그의 전술은 하나같이 선수들의 강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선수들이 시즌 내내 지치지 않고 매 경기 상대보다 더 많이 뛰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비해 경기 수가 많고 일정이 빡빡한 편이다. 따라서 알론소 감독이 리버풀로 자리를 옮긴 후 기존과 같은 호흡으로 전술을 펼친다면 시즌 중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1981년생인 알론소 감독은 젊다. 1군 감독 경험이 레버쿠젠뿐이고, 이마저도 두 시즌뿐이다. 다만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과 올 시즌 레버쿠젠이 일으킨 돌풍을 감안하면 알론소 감독이 리버풀에서도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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