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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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값 인하 정부 압박 직면한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선택은…

추경호 부총리 “국제 밀 가격 50% 안팎 하락에 맞춰 라면 값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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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3-06-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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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한 시민. [뉴스1]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한 시민. [뉴스1]

    정부의 라면 값 인하 압박에 라면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18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현재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9, 10월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지난해 (라면 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해 라면 값 인하에 불씨를 댕겼다.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업체들은 현재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속으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농심은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것은 없지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오뚜기 측은 “당장 가격 인하 계획은 없으며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라면업계는 최근 국제 밀 가격 하락이 라면 제조비용에 곧바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업체에 국제 밀 가격 하락이 반영될 때까지는 3~9개월 시차가 있다”며 “라면업체들은 밀이 아니라 대형 제분회사의 밀가루를 쓰기 때문에 밀 가격 하락이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라면 값 10% 안팎 올라

    지난해 가을 라면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밀과 팜유 가격이 급등하자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9월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고, 오뚜기는 10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0% 올렸다(표 참조). 이어 삼양식품은 11월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농심 신라면은 736원에서 820원으로, 오뚜기 진라면은 620원에서 716원으로 인상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라면’에 따르면 2021년 라면 제조에 사용된 소맥분(밀가루) 사용량은 38만5033t으로 전체 원료 사용량의 56.6%를 차지했다. 이어 팜유가 17만4159t(25.6%)으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됐고, 밀은 1만1528t으로 전체 사용량의 1.7%였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은 내림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 정보에 따르면 미국 시카코상품거래소(CME)에서 빵이나 면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국제 소맥(HRW)의 6월 가격은 t당 295달러(약 38만 원) 수준이다. 가장 높게 치솟았던 지난해 5월 453달러(약 58만 원) 대비 35%가량 떨어졌다(그래프 참조). 다만 가격은 지난해 최고점에 비해 떨어졌지만, 2021년 상반기 220~240달러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업계의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도 가격 인하 압박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농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영업이익은 85.8% 늘었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4%, 10.7%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국제 밀 가격 내림세

    다만 1분기 라면업계는 지난해보다 원재료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은 1분기 소맥분 등 원재료 매입 금액이 25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82% 늘었다. 같은 기간 포장재 등 부재료 매입 금액 또한 10.48%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에 매입한 소맥분 값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4%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비용뿐 아니라 가스비, 전기료, 물류비, 인건비 인상이 원가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심과 오뚜기의 1분기 수도광열비(전기료와 수도료, 가스비, 연료비 등을 합친 비용)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7%, 33.3%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 정부의 라면 값 인하 요구가 재연되고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정부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업계뿐 아니라 제빵, 과자 등 식품업계에 가격을 인하하라며 압박을 가했고,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농심은 라면 가격을 평균 4.5%, 오뚜기는 6.7%까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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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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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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