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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 풀 수 없나

조력자 자수 릴레이 “모른다” 일관, 수사 난망 …측근들 행적 밝혀야 실마리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 풀 수 없나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 풀 수 없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 조력자‘신엄마’ 신명희, 양회정, 그리고 김명숙과 유희자(왼쪽부터).

“연일 비슷한 패턴으로 자수해와서 검찰도 기자도 힘든 것 같다. 양회정 씨가 아침에 또 와서 조사된 게 별로 없는 상황이고….”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밝혀줄 유력한 인물로 지목된 양회정(56) 씨가 7월 29일 오전 검찰에 자수했다. 전날 검찰이 유 전 회장의 도피 총책으로 두 달여를 쫓았던 ‘김엄마’ 김명숙(59) 씨와 양씨의 아내 유희자(52) 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데 이어 ‘자수 릴레이’가 벌어진 것이다. 인천지방검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자수 릴레이가 싫지는 않지만, 힘들다”고 푸념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7월 22일 유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고, 25일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측근들에 대해 “자수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의 후임인 강찬우 인천지검장(직무대리)은 취임 일성으로 “유병언 씨가 사망했기에 도피 조력자의 처벌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달 안으로 자수하면 불구속 수사 등 선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처 대상으로는 범인 도피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운전기사 양씨 부부, 김씨, ‘신엄마’ 신명희(64·구속기소) 씨의 딸이자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수경(34) 씨 등을 지목했다.

조직적으로 각본 짜고 수사 대응 의심도

말이 떨어지기 무서웠다. 그날 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체포조 8명은 “대균 씨가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G오피스텔에서 대균 씨와 구원파 ‘호위무사’로 알려진 조력자 박씨를 체포했다. 일가 계열사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19.44%)를 비롯해 다판다(32%) 등 4개 계열사 대주주인 대균 씨는 아버지인 유 전 회장과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등을 공모한 혐의로 5월 13일 A급 지명수배가 떨어졌다.



대균 씨는 계열사 매출의 0.375∼0.75%를 상표권료 명목으로 지급받고 일명 ‘바지사장’(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는 것)으로 월급을 받는 등 매달 5000만∼1억 원을 개인적으로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이 확인한 대균 씨의 범죄 수익 99억7106만 원 중 71억126만 원이 ‘상표권료 수입’이었다.

대균 씨가 1997년부터 올해 3월까지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는 ‘춘향호’ ‘둑도(纛島)나루’ ‘CMC청해진’ ‘세월따라’ ‘오!하마-나’ 등 238건에 이른다. 청해진해운은 대균 씨가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는 대가로 평상시에는 월 매출의 0.75%를, 경기 안성시 금수원 내 판촉행사 시에는 0.375%를 페이퍼컴퍼니 ‘SLPLUS’에 제공하는 ‘전용사용권 설정 계약’을 맺었다. 대균 씨는 이 계약을 근거로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08차례에 걸쳐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4062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듯 그는 청해진해운의 회사 돈을 마구잡이로 빼가면서 지난해 선원 안전교육엔 단 54만 원을 사용했다. 검찰이 그를 세월호 참사의 간접 책임자로 지목한 이유도 거기 있다.

검찰이 그토록 찾던 수배자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사흘 뒤다. 김씨와 유씨는 7월 28일 오전 6시쯤 인천지검 당직실로 전화를 걸어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발신지는 서울 노원구 태릉 일원. 이들은 곧바로 오전 8시 30분쯤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 현관에 내려 조사실로 올라갔다.

김씨는 “선처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유 전 회장이 도피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행적까지 확인할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금수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씨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주말마다 금수원에서 신도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등 ‘구원파의 대모’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과 함께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에게 “거처를 마련해주라”고 지시한 것도 김씨라는 것이다.

압박수사 못 해 선처 약속 성급 비판도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 풀 수 없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위)과 구원파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

검찰 조사에 따르면 4월 23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탈출한 유 전 회장은 ‘신엄마’의 언니 집을 거쳐 이튿날 유씨의 동생 유희경(47·여) 씨와 한상욱(49·구속기소) 씨 부부의 집으로 이동해 9일간 머물렀다. 이어 5월 3일 김씨는 유 전 회장, 비서 신모(33·여·구속기소) 씨 등 6명과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전남 순천시 별장 ‘숲 속의 추억’으로 이동했다. 특히 김씨가 순천 별장 인근 야망연수원에 머물며 유 전 회장을 보좌해온 양씨로부터 수시로 전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와 유씨는 첫날 검찰 조사에서 “금수원에서 머물다 (5월 25일 검찰의 별장 수색 이후인) 5월 27일 또는 28일쯤 함께 나왔다. 그후 양씨와는 연락된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씨는 5월 25일 수색 당일에도 양씨와 연락한 적이 없고, 유 전 회장의 행적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의 사망 소식에 대해서도 “TV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 대균 씨가 체포됐을 때와 비슷한 발언이라 사전에 이들이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5월 25일까지 순천에 머물렀던 양씨가 자수하거나 체포된 뒤에야 유 전 회장의 최후 행적 미스터리의 퍼즐이 맞춰질 것으로 봤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와 유씨가 자수한 이튿날 오전 6시 20분쯤 인천지검 당직실로 양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발신지는 금수원이 있는 경기 안성시였다. 하지만 양씨 진술도 다른 조력자들과 입을 맞춘 듯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양씨는 “5월 24일 밤 유 전 회장의 은신처였던 ‘숲 속의 추억’ 별장에서 유 전 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인근 야망연수원에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5월 25일 오전 2시쯤 야망연수원으로 들이닥쳤지만 이들은 연수원 근처만 수색하고 별장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을 구하러 별장으로 가면 붙잡힐 것 같아 겁이 나서 급히 전북 전주시에 있는 처제 집으로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또한 유 전 회장이 검찰의 별장 압수수색을 피해 들어간 비밀공간에 대해 “원래 있던 공간에 손을 좀 본 것뿐이다. 유 전 회장이 어떻게 그곳에 숨었고 이후 어떻게 도피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양씨 행적을 파악하던 검찰을 당황하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6월 11, 12일 이틀간 김씨와 양씨 등이 금수원에 있을 것이라 판단해 경찰 등 1만 명의 인원을 투입, 금수원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양씨는 자수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재창고 쪽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그 안에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순천 별장의 통나무 벽 비밀공간에 있던 유 전 회장을 놓친 데 이어 양씨조차 코앞에서 놓쳤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검찰은 자수 릴레이와 주요 피의자들이 수색 및 감시에도 금수원을 오간 정황으로 미뤄 금수원 측이 조직적으로 각본을 짜고 수사에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선처하겠다”는 약속이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약속 때문에 유 전 회장 도피 조력자를 대상으로 강한 압박 수사도 못 해보고 아무런 성과 없이 수사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바로 그것. 5월 25일 검찰이 순천 별장을 수색할 당시부터 27, 28일쯤 유 전 회장이 홀로 순천 매실밭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까지 유 전 회장 측근들의 행적에 대해 검찰이 명쾌하게 밝히지 못할 경우,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영원히 미궁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주간동아 2014.08.04 949호 (p26~27)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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