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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의료 민영화 논쟁의 진실

“어느 나라 의료정책이 국민 건강권 위협하나”

인터뷰 | ‘의사 총파업’ 결의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어느 나라 의료정책이 국민 건강권 위협하나”

“어느 나라 의료정책이 국민 건강권 위협하나”
의료계의 ‘강경 보수파’로 알려진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 2012년 5월 제37대 의협 회장으로 당선되기 전에도 의사 단체 중에선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전국의사총연합 회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지금 정부의 제4차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투자대책) 때문에 촉발한 ‘의료 영리화’ 또는 ‘영리병원’ 반대 투쟁의 최선봉에 서 있다. 1월 12일 의협 소속 회원 500여 명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법과 ‘영리병원’에 반대하며 3월 3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 회장은 ‘보수는 시장경제를 우선시하고 영리화를 추구한다’는 등식을 보기 좋게 깨고 있다.

“원격의료법과 투자대책이 동네 의원을 말살하고 민간자본의 병원 체인화를 가속화해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종국에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노 회장의 판단이다.

의료전문 직역단체 역사상 최초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과 공동 투쟁을 이끌고 있는 노 회장에게 원격의료법과 정부의 투자대책을 비판하는 이유, 총파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노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총파업을 선언한 이유는.



“보건복지부는 지난여름부터 줄곧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의협은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 계속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는 기어이 원격의료법을 입법예고했다. 여기에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정책을 강행하자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총파업 여부는 앞으로 전체 회원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다.”

원격진료 오진 위험 높아

▼ 원격진료 추진은 누가 왜 시작했나.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오진 가능성이 높고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집전화 진료, 휴대전화 진료와 컴퓨터(온라인) 진료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우리도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지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 압박이 너무 심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뒤에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 동네 의원에서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휴대전화 진료다. 휴대전화 진료가 허용되면 적지 않은 국민이 진료의 부정확성에도 뛰어난 편리성 때문에 원격진료를 선호할 것이다. 의사에겐 휴대전화 진료가 비윤리적이다. 비윤리적 진료를 열심히 하는 의사는 돈을 벌고,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환자가 줄어들어 경영에 타격을 입는 모순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겠다. 2000년 어느 의사가 당시 불법이던 원격진료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의사 5명이 이틀 만에 원격진료한 환자 수는 놀랍게도 13만여 명이었다. 그중 7만8000명에게 처방전이 발급됐다. 이 사례는 원격진료의 편의성 때문에 원격진료를 선호하는 환자가 많다는 사실과 이들이 비윤리적인 의사를 만나면 의료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진 위험도 크다. 예컨대 A형간염 환자의 경우, 초기 증세가 감기처럼 찾아오는데 초기 진료 시 가벼운 황달을 놓쳐 조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부정확한 휴대전화 진료가 생명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 도서벽지, 산간마을 주민에겐 원격진료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한민국은 엄밀히 말하면 무의촌이 없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국방의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근무한다. 도심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도 많으니 이들을 재배치하거나 정부가 의사를 고용해 방문 진료를 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해결될 문제지, 원격진료를 도입할 게 아니다.”

▼ 정부는 원격진료와 중·대형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이 민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영리자회사 설립은 편법적인 영리병원 허용이나 영리병원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해석될 수 있다. 원격의료의 경우, 안전성 검증을 위한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경제부처는 국민 건강권이 아닌 기업을 위한 산업육성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투자대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병원(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가 모병원의 부동산을 양도받아 병원으로부터 임대 수익 명목으로 진료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그동안 금지됐던 일이다. 더욱이 병원 소유주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자회사가 취급하는 의료기나 소모품을 구매해 사용할 것을 종용할 수 있어 환자와 의사의 권리 침해 우려도 크다. 또 의료법인의 인수합병도 허용돼 재벌이 병원 네트워크를 손쉽게 만들고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 의협은 공공의료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해온 것으로 안다. 의협의 ‘영리병원 반대’ 원칙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모든 의사와 의료기관이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과 강제적으로 계약하게 돼 있고, 이것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라 부른다. 정부가 이 강제계약을 빌미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계약을 의사에게 강제하자 의협이 정부에게 불합리한 계약관계와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려고 계약 해지를 압박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다.”

▼ 정부는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병원과 의료법인의 형평성을 맞추려고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했다고 밝힌다. 또한 모법인과 영리자회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막아 부작용을 차단하겠다고 한다.

“학교법인 병원은 대부분 개인 소유주가 없기 때문에 영리자회사를 통한 편법적인 유혹에 빠질 이유가 없지만, 오너가 있는 중소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의료법인과 재단법인 등은 모병원에서 발생한 진료 수익을 영리자회사를 통해 빼내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기 때문에 편법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또한 자법인과 모법인의 거래는 타법인과의 교환거래 등 편법을 통해 얼마든 가능하다. 병원이 편법적 영리병원의 구조를 갖출 때 과잉 진료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환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다. 정부 주장처럼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 비율대로 투자자에게 배분하지 않고 모법인에게 모두 환원한다면 오히려 배임 등 법에 위배된다.”

“비보험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

▼ 국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국회 차원의 논의에 참여할 용의가 있는가.

“의협은 국회 차원에서 의료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

▼ 일각에선 의협의 ‘영리병원 반대’ 투쟁이 건강보험수가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밑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의협 주장을 폄하하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다. 의협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건강보험수가 현실화가 아니라, 공보험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사는 양심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자는 거다. 현재 건강보험체계는 수가는 지나치게 싸게 책정해놓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은 비보험을 통해 보충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비보험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 국민은 이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이중 지출을 하고 있다. 의협은 이 왜곡된 구조를 바꾸자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파업 선언에 대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협의 잠정적 총파업 결정으로 많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잡는 의사의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잡는 것은 잘못된 의료정책이다. 지금 의사들은 이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고,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려는 직업 소명에서 출발한 간절한 마음이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응원을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

“어느 나라 의료정책이 국민 건강권 위협하나”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에서 노환규 대한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회사 중 목에 칼을 대고 긋는 위험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4.01.20 922호 (p36~37)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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