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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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 지구촌 이슈 따라잡기

‘르몽드 세계사2’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8-02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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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 응전’ 지구촌 이슈 따라잡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휴머니스트 펴냄/ 232쪽/ 2만5000원

    경쟁자에게 ‘까여도’, 애인이 바람나도 절대 ‘좌절금지’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바닥을 치고 나면 날아오를 차례고, 신나게 미끄러지다 보면 정상을 향한 지름길이 보인다. 이 공식은 인생사에서 세계사로 범위를 넓혀도 유효하다. 세계를 호령하던 ‘영원한 도시’ 로마와 ‘태양이 지지 않는’ 영국은 진작 과거가 됐다. 프랑스 국제관계 전문잡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세계사 시리즈 2권 ‘르몽드 세계사2’는 이를 노래하는 시구로 시작한다.

    ‘보라, 변방이 전진하고 중심이 후퇴한다. 동양이 반드시 동양도 아니며 서양이 반드시 서양도 아니다. 정체성은 여러 가지로, 성채나 참호가 아니기 때문이다.’(마흐무드 다르위시, ‘아몬드 꽃처럼, 아니 더 멀리’ 중에서)

    제목에서 교양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르몽드 세계사’는 세계사(史)가 아닌 세계사(事)를 다룬 책이다. 따끈따끈한 주요 국제 이슈들을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새로운 국제역학관계’ ‘세계를 보는 시각’ ‘에너지의 도전’ ‘계속되는 분쟁’ ‘전환점을 맞은 아프리카’ 등 5개 뼈대에 나눠 담았다. 2008년 발간된 1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1부에서는 새로운 국제 역학관계를 조명했다. 지난 100년간 국제관계는 부침을 거듭했다. 비슷한 힘을 가진 강대국들이 힘의 균형을 찾아 역동하던 19세기를 지나, 냉전시대를 거쳐 ‘팍스 아메리카나’로 대표되는 서구 중심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구 헤게모니가 흔들리는 틈을 타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지역 중심 국가가 급부상한 것. 이런 현실을 보여주며 저자는 “판세를 읽는 눈과 그에 따른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주요 국가별 외교전략을 살폈다. 군사강국이면서 세계 제1의 채무국인 미국, 호시탐탐 G2를 노리는 중국, 대중문화로 열악한 경제상황을 타개하려는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3부에서는 진지하게 지속가능한 개발을 탐색했다. 석유, 석탄, 원자력 등 에너지의 고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장단점과 전망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4부에서는 모든 국가를 평등하게 하는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화 통합을 향한 흐름이 분쟁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했다는 것. 이어 5부에서는 국제관계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아프리카를 집중 탐구했다. 책은 “아프리카는 변방세력이지만 강대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이익이 교차하는 요지”라면서 “경제 불균형, 인구 증가, 에이즈, 빈민, 종족 갈등 등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국제 이슈 100여 개를 각각 2쪽 분량으로 정리한 이 책은 한국인 필자 6명을 포함해 경제학자, 지리학자, 국제정치학자 등 7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그래서 적은 분량이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국제 이슈에 대한 정보와 전문가들의 통찰이 담겨 있어 국제관계의 흐름을 따라잡기에 좋다. 색연필로 직접 그린 지도와 그래픽도 책 읽는 맛을 더한다.

    ‘가족, 직장 등 코앞에 닥친 문제로도 골치가 아픈데, 왜 전 지구적 상황까지 알아야 할까.’ 아프리카 경제, 중동지역 테러 등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드는 생각이다. 이런 망설임 없이 책에 흠뻑 젖으려면 ‘우리’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50년 전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일어났듯, 오늘날 아프리카 내전이 다시 우리의 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담담하게 국제 문제를 서술한 책의 밑바탕에는 관심에 대한 뜨거운 호소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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