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0

2010.06.07

“미적분 부활! 아, 큰일났네”

2012년 수능에 출제, 문과 교실 비상 … 대학과 고등학교 교사는 찬성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6-07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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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적분 부활! 아, 큰일났네”
    ‘dx, f(x), sin(x), cos(x)….’

    복잡한 문자가 가득한 미분과 적분(이하 미적분) 교과서를 보며 한숨을 푹푹 쉬던 기억이 새롭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그 한숨 소리가 다시 고등학교 교실을 채울 것 같다. 2005학년도 제7차 교육과정 문과 수학1에서 제외됐던 미적분이 7년 만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란 과목으로 부활했다. 그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수리 ‘나’ 영역에는 수학1에서만 30문제가 나왔으므로 문과생들은 미적분을 배우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고2들이 치는 2012년 수능에는 수학1과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각각 15문항씩 나오므로 문과생도 반드시 미적분을 배워야 한다.

    대치동 학원가 미적분 학원 연일 마감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수학 전문학원들이 미적분을 선행학습 하려는 학생들 덕분에 호황을 맞았다. 스터디마스터 공부법 연구소 신진상 소장은 “요즘 대치동에서 가장 잘되는 게 수학 전문학원”이라고 전했다. 본래 미적분은 고2 정규과정인 수학1의 통계 부분과 연계해 수학1을 마치고 배우는 게 정석. 그러나 현 고2 문과생 대부분은 학교에서 아직 수학1을 마치지 않았으므로 미적분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치동 수학 전문학원의 미적분 수업은 연일 마감이다. 드림스터디 장병훈 강사는 “강남에 사는 고2생 중 3분의 2는 이미 학원에서 미적분 선행학습을 마쳤다. 3월에 시작한 미적분 입문반은 3일 만에 20명 정원이 다 찼는데 문의전화가 계속 온다. 여름방학에는 더 많은 수업을 개설할 예정인데 다른 학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교과과정이 늘어난 것에 학생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치동 모 수학학원 박신욱 강사는 “문과생 중 상당수가 수학에 자신 없어 문과를 선택한 경우라 겁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대부고 2학년 김정윤 군 역시 “미적분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공부할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수능 관련 정보가 많은 인터넷 카페에는 “미적분 공부 어떻게 해야 해요?” “문과인데 미적분 너무 어려워요. 어떡하죠” 등 관련 글이 끊이지 않는다.



    미적분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공포의 과목’이다. 올해 대입시험을 치른 조민욱(20) 씨는 “고등학생 때 문과 친구 중에는 미적분 때문에 문과를 가거나 수학을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도 코사인(cos), 사인(sin) 등이 들어간 미적분이 나오면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고 공식만 외워 풀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미분과 적분은 정확한 계산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미적분은 워낙 계산 과정이 복잡한 데다 대입값이나 계산식 하나만 틀려도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한다. 게다가 고1 때 배우는 공통수학의 함수 부분과 관계가 많아서 미적분을 잘 이해하려면 공통수학 공부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미적분을 잘하려면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메가스터디 신승범 강사는 “상대적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문과생들은 고2 이전에 미리 공부해두지 않으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적분의 부활로 실질적인 공부 부담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2005학년도 7차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늘어난 꼴이지만 6차 교육과정까지는 미적분을 배웠고, 미적분 비중이 늘어난 만큼 수1의 순열, 지수로그 등의 내용이 쉬워졌다는 것. 서울 덕원여고 송수용 교사는 “6차 교육과정에서 수1에 들어 있던 미적분 내용이 8차 교육과정에서는 별도 과정으로 만들어졌을 뿐, 양이 늘어나거나 복잡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수1에 들어 있던 내용을 별도의 책으로 만든 만큼 더 과중하게 느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학원가에서는 일부러 수학 1반과 미적분 반을 따로 만들어서 수업 2개를 듣게 하죠. 게다가 참고서도 두 권 사야 하니 당연히 사교육비 부담이 늘 수밖에요.”

    고3 수험생들 재수 크게 줄 듯

    “미적분 부활! 아, 큰일났네”

    2012년 수능은 미적분 고지를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미적분의 부활에 가장 겁을 먹은 건 2011학년도 수능을 보는 현 고3 학생들이다. 지금은 미적분을 배우지 않지만 재수해 2012학년도 수능을 치르려면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그 때문에 ‘무조건 재수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분명히 재수생이 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하향 안전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면서 미적분이 부활한 이유는 대학 현장의 요구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과생들이 치르는 수학 ‘가’와 형평성을 맞춰 이들이 수학 ‘나’를 교차 응시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문과생 상당수가 경제, 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대학으로 진학해 미적분을 이용하는데 고등학교 때 기본 개념을 쌓지 않으면 어려움을 느끼기에 다시 넣었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 7차 교육과정 첫 세대인 고려대 경영학과 임나현(24) 씨는 “생산관리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너희는 어떻게 미적분을 모르느냐’며 어이없어했다. 미적분 안 배운 게 내 잘못도 아닌데, 마치 내가 열의 없는 학생이 된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경영학과 이은혜(24) 씨는 “미적분을 모르니 마케팅 심화 등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들었다”고 했다. 서울 중하위권 대학 경영대 학장은 “이른바 SKY 학생들이야 기본 수학개념을 아니까 대학에서 몇 시간 가르치면 미적분을 이해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다. 회복이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미적분의 부활을 실제 대학 상경대 교수들은 대찬성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전병헌 교수는 “기존 통계분포, 평균 등을 설명하려면 미적분 개념을 다시 가르쳐야 했기에 진도가 더뎠고, 학생들이 이해를 잘 못해 답답했지만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고 들어오면 훨씬 가르치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원대 표정규 강사는 “확률, 면적 등을 설명할 때 적분을 쓰면 설명이 쉬운데 7차 교육과정에서 빠져 학생들이 모르니 피상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미적분을 가르치면 수업 시간에 설명도 쉬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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