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향신료 배합 예술은 아무나 하나

서울 영등포시장 대문점 오향장육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1-27 16:1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향신료 배합 예술은 아무나 하나

    오향장육은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 차이가 심한 음식이다.

    우리 땅에 화상(華商)이 들어온 것은 임오군란(1882년) 이후의 일이다. 처음엔 인천에 집단 거주하다 서울로도 들어왔다.

    화상들 음식점은 온갖 요리를 내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나 별나게 단품 요리를 내는 곳도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던 오향장육 전문점이 대표적이다. 오향장육 한 접시에 술 한 잔 마시고 만두로 마무리를 하는 선술집 형태다. 일반적인 중국집은 ‘여기는 중국집이다’ 하고 강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테리어를 하지만, 오향장육 전문점은 한국 대중음식점과 비슷한 모양이다. 서민과 부대끼면서 한국화한 것이다.

    ‘대문점’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오향장육 ‘명가’ 중 하나다. 영등포시장 한복판에서 한국 음식을 파는 여느 식당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영등포에 화상이 많이 살았고 ‘대문점’은 그때의 흔적이라고 한다. 상호가 대문점인데 손님들은 흔히 대문집이라고 부른다. 간판에는 한자로 ‘大文店’이라 쓰여 있다.

    오향장육(五香醬肉)은 오향(五香)으로 향을 낸 간장(醬)에 돼지고기(肉)를 조려낸 음식이다. 오향은 다섯 가지의 향신료, 즉 초피, 팔각, 회향, 정향, 계피를 말한다. 중국 음식에서 특히 중요한 오향은 한약재이기도 한데 서양 요리에서는 주요 향신료로 취급되고, 우리나라 음식에서는 갖은 양념 정도의 위치에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요리에 쓰는 이 향신료들은 오미(五味·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가 나는데, 돼지고기에 오미를 더해서 먹는 것이 오향장육이다. 넓게 보면 장충동 족발의 원조가 오향장육일 수도 있다.

    오묘한 돼지고기의 맛 … 장충동 족발의 원조



    오향장육은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 차이가 심한 음식이다. 음식점마다 오향을 배합하는 비율이 다르고, 어떤 것은 빼기도 하고 생강이며 통후추 등을 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오향의 질 차이가 커서 오래되고 좋지 않은 것을 쓰면 묵은내가 고기에 배어 거북하기까지 하다.

    ‘대문점’의 오향장육은 강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돼지고기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돼지고기를 조릴 때 나오는 젤라틴 성분이 굳어진 ‘짠슬’이 오묘한 향을 더한다. 오향장육 한 점에 짠슬과 오이, 파, 마늘 등을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오향장육과 함께 물 전분을 탄 계란탕을 내주는데 안에는 미역이 들어 있다. 이도 한국화한 중국 음식이다.

    오향장육을 잘하는지 알려면 짠슬 맛을 보면 된다. 돼지고기에 밴 오향보다 짠슬에 밴 오향이 강해 그 맛의 배합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향장육 내면서 짠슬이 없는 집은 ‘가짜’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음식점에서 직접 오향장육을 조리하지 않고 공장의 것을 받아다 쓰는 집도 많다.

    또 제대로 먹자면 고수(산형과의 한해살이풀)를 곁들여야 한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빈대 냄새’ 나는 고수가 어색할 수 있지만 이도 맛을 들이면 중독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면역력을 높이고 피를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음식이 쉬 상하는 열대의 날씨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도 고수 덕분이라고 한다. 고수는 우리나라 문헌에도 등장하는 우리 채소인데 어느 순간 외국의 식재료로 취급되고 있다. 바로잡을 일이다.

    대문점의 군만두도 맛있다. 파삭한 만두피에 부추 향이 살아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이므로 마음 편하게 방문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주차할 공간은 없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영등포시장 쪽 먹자골목에 있다. 길이 워낙 복잡해 근처에서 전화를 하는 게 상책이다. 02-2678-3256/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3가 15-4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