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PD수첩 난타전 속에 광우병 진실은 실종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1-26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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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이어 광우병 파동의 시발점이 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자 대한민국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보수시민단체들은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대법원장이 탄 관용차에 달걀세례를 퍼붓기까지 했습니다. 보수-진보 언론 간에는 매서운 논쟁이 오갔고, 당사자인 검찰과 법원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장 한나라당은 법원의 무죄 판결을 두고 ‘사법정치’라며 맹비난했습니다. 법관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자 한다면 법복을 벗고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고(故)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에 감정이 쌓인 민주당은 법원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국회 내 특위 구성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법원이냐 검찰이냐,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보수냐 진보냐 두 쪽으로 나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과연 문제의 시발점이 된 광우병에 대한 진실은 얼마나 밝혀졌을까요.

    사실 PD수첩의 언론보도 문제, 명예훼손 여부에 앞서 그동안 광우병을 둘러싼 과학 및 의학적 논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되돌아봤어야 합니다. 법원에 가기에 앞서 소위 광우병 전문가들이 더 치열하게 싸우고 논쟁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촛불집회 그때뿐이었습니다. 이후 광우병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PD수첩 난타전 속에 광우병 진실은 실종
    그런 논의가 없다 보니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조차도 미국 수입소가 광우병 소인지, PD수첩이 허위보도를 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만일 학계에서 논쟁을 통해 미국 수입소와 광우병이 관계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PD수첩의 보도는 허위겠죠. 그럼 취재과정에서 고의가 없었더라도 중대한 과실에 의해 과장보도가 이뤄졌다면 PD수첩 제작진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다면 PD수첩의 주장은 진실을 밝힌 것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2008년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는 한때의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정작 중요한 광우병의 진실에 대한 고민은 실종된 채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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