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장 한나라당은 법원의 무죄 판결을 두고 ‘사법정치’라며 맹비난했습니다. 법관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자 한다면 법복을 벗고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고(故)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에 감정이 쌓인 민주당은 법원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국회 내 특위 구성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법원이냐 검찰이냐,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보수냐 진보냐 두 쪽으로 나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과연 문제의 시발점이 된 광우병에 대한 진실은 얼마나 밝혀졌을까요.
사실 PD수첩의 언론보도 문제, 명예훼손 여부에 앞서 그동안 광우병을 둘러싼 과학 및 의학적 논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되돌아봤어야 합니다. 법원에 가기에 앞서 소위 광우병 전문가들이 더 치열하게 싸우고 논쟁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촛불집회 그때뿐이었습니다. 이후 광우병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2008년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는 한때의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정작 중요한 광우병의 진실에 대한 고민은 실종된 채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간동아 722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