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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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수술 후 참기 힘든 통증 운동과 주사로 훌훌~

인천나누리병원 ‘수술 후 통증 증후군 클리닉’ 이동걸 원장

  • 최영철 ftdog@donga.com

    입력2009-06-17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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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추수술 후 참기 힘든 통증 운동과 주사로 훌훌~
    의료기술의 발달과 약물의 개발은 많은 질환을 극복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문제와 더불어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강조되는 시대다. 치료나 수술을 마쳤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할 만큼 통증이 따른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형벌.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척추수술 후에 찾아오는 지긋지긋한 통증(수술 후 통증증후군)이다. 고령화,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척추질환과 그 치료를 위한 수술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술 후 통증 환자도 느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척추수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수술 후 통증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통증증후군은 척추수술 부위 또는 그 부근의 접히는 부분(분절)에 염증이나 부종,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주로 관절의 운동 부족과 신경이 얽혀 붙으면서(유착) 일어나는 까닭에 젊은 층보다는 척추 퇴행(노화)이 급격히 진행되는 노년층에서 생길 확률이 높다.

    통증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다. 척추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의 원인이 되는 추간판(디스크)이 수술 과정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거나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 신경이 나오는 부위, 즉 신경근이 수술 과정에서 들어붙는 경우, 간혹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디스크가 발생할 때도 통증이 생긴다.



    수술 후 척추관이 좁아져 생기는 척추관 협착증, 유착성 지주막염, 높아진 척추 불안정성, 추간관절 증후군, 연부조직 기능장애 등이 있어도 통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척추수술 환자의 10∼15%에서 이런 통증증후군이 발생한다.

    빨리 치료하면 쉽게 고통에서 해방

    문제는 척추수술을 받고 난 뒤 많은 환자가 이러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이를 제대로 치료할 병원이 드물다는 점이다. 개원 9개월을 맞은 인천나누리병원은 환자들의 이런 답답함을 해소해줄 조건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병원에는 척추질환 치료병원 가운데 드물게 ‘수술 후 통증증후군’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클리닉이 따로 개설돼 있다. 인천나누리병원 이동걸 원장은 “척추수술 후 통증은 오래 참으면 참을수록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환자의 부담이 커진다.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나오면 재수술하지 않고 조기에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천나누리병원 ‘수술 후 통증증후군 클리닉’ 측은 개원 후 방문한 2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그 결과 71%(153명)의 환자들이 추가 수술 없이 운동치료와 주사치료만으로 완치 효과를 봤으며, 29%(62명)는 재수술로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수술 후 참기 힘든 통증 운동과 주사로 훌훌~

    신경가지 치료술을 하고 있는 인천나누리병원 이동걸 원장(왼쪽)과 메덱스를 이용해 허리 근력을 측정하는 환자.

    수술 후 2.5~3년 이내로 통증을 앓은 환자의 78.6%가 비수술적 요법을 통해 통증을 치료한 반면, 3년 넘게 통증을 참아온 환자는 불과 21.4%만이 비수술적 요법의 혜택을 봤다. 재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통증기간은 4.5년. 결국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 시작되고 3~4년이 지나면 재수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셈이다.

    이 원장은 “척추 질환의 치료는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 나타난 경우 정확한 진단으로 그 원인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천나누리병원 ‘수술 후 통증증후군 클리닉’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 촬영과 통증도 검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수술 후 통증증후군 치료를 시작하는데, 치료법은 크게 운동치료와 주사치료로 나뉜다. 운동치료에는 메덱스(MedX), 무중력 감압교정기 등 전문 기구가 이용되며, 주사치료는 감압신경 성형술과 신경가지 치료술로 구분된다.

    그중 감압신경 성형술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경막(척수와 척추신경을 감싸는 단단한 막)에 주변 조직이 들러붙어 통증이 생긴 경우에 주로 시술된다. 꼬리뼈 쪽에 국소마취를 하고 방사선 영상증폭장치(C-arm)를 보면서 지름 2mm, 길이 40~50cm의 특수바늘(카세터)을 삽입해 약물을 주사함으로써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 부종, 흉터를 없애는 것. 시술 시간은 15~20분이며, 전신마취와 입원이 필요 없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고령자들도 안심하고 시술받을 수 있다. 허리에 부담이 적고 흉터가 남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 원장은 “감압신경 성형술은 미국 텍사스대학 가버 라츠(Gabor B. Lacz)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시술받았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반복적 시술이 가능한 데다 방법도 간단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감압신경 성형술은 수술 후 통증의 제거뿐 아니라, 여러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교통사고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신경손상 통증 등이 그 예다.

    허리 등 동시 치료, 신경가지 치료술

    신경가지 치료술은 통증을 일으키거나 전달하는 특정 신경가지에 약물을 주사해 통증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신경가지는 척추관절과 척추를 둘러싼 근육 전반에 뻗어 있는 신경으로, 후관절(등 쪽의 척추관절 부분)과 허리근육에서 발생하는 감각 정보를 척추 중심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한다. 따라서 이 치료술은 허리 디스크보다 허리 근육, 후관절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나타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신경가지 치료술의 성패는 방사선 영상증폭장치로 얼마나 정확히 통증 유발 부위, 즉 신경가지를 찾아내는지에 달려 있다. 잔뿌리처럼 생긴 얇은 신경가지에 적확하게 약물을 주입하면 통증은 단시간에 완화된다. 시술 시간은 10분 내외이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보통 2주 간격으로 반복해 치료한다. 주로 가벼운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 척추관절과 근육 이상으로 생긴 요통, 허리가 삐끗한 뒤 발생하는 ‘급성 요부 염좌’에 효과적이다.

    신경가지 치료술은 경막 외 주사요법, 척추관절 신경차단술 등 기존의 주사요법과 유사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치료술이다. 경막 외 주사요법은 경막 바깥쪽 공간에 약물을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통증 개선 효과는 좋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며 염증 반응, 하반신 마비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척추관절 신경차단술도 통증의 원인 부위(척추관절)에 약물을 주사한다는 점은 신경가지 치료와 비슷하지만, 치료 효과가 척추 후관절에 국한되며 근육의 통증을 없애지는 못한다. 반면 신경가지 치료술은 허리 근육과 후관절의 통증을 모두 잡는 데 유용하다.

    이 원장은 “통증을 참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통증 제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되도록 빨리 숙달된 전문의를 찾아가 통증의 원인을 찾아낸 뒤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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