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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묻은 개, 뭐 묻은 개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겨 묻은 개, 뭐 묻은 개

겨 묻은 개, 뭐 묻은 개
“잘 걸렸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파문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일 터. 그간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슈퍼맨처럼 나타났다. 그 투쟁의 목적이 꼭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어도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면 ‘무조건 무조건이야’였다. 광우병 시위, 용산철거 사태 때도 오지랖 넓은 슈퍼맨은 예외 없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 투쟁 방식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경했다.

“한 번쯤 손봐줘야 할 텐데….” 민주노총이라면 대놓고 치를 떠는 사람에게도, 민주노총의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표현방식엔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이번 성폭력 파문은 그야말로 ‘호재’가 되고 있다. 그 바람에 “그래, 너는 이렇게 깨끗했냐”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기력한 여당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성나라당’으로 불릴 때면 사냥개처럼 달려들던 민주노총 아니던가! 그 말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민주노총을 옥죄고 있다. 인터넷은 ‘섹스노총’이란 신조어로 도배가 됐다. 민주노총이 지금껏 국민의 지지를 받은 토대는 도덕성이었다. 그런 도덕성이 흔들린다는 건 뿌리가 흔들린다는 얘기다.

사건의 처리 방법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조사를 하겠다던 전교조는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 가재는 게 편? 진실 규명보다는 조직 보호가 더 급했기 때문일까. ‘악법 저지’ ‘정권과의 투쟁’이라는 중차대한 목표 앞에서 ‘적전분열’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일까.

남에게는 서릿발처럼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자세를 보인다면 민주노총에 미래는 없다.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따름이다. 만년 우군 같던 누리꾼(네티즌)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마당이다. 곪을 대로 곪은 부위는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도 과감하게 도려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사퇴를 통해 제 몸에 묻은 ‘겨’를 떼어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금 민주노총을 싸잡아 비난하는 수많은 ‘뭐 묻은 개’들도 가슴이 뜨끔해질 것이다.



주간동아 2009.02.24 674호 (p12~12)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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