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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천민자본주의

이 죽일 놈의 천민자본주의

이 죽일 놈의 천민자본주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한다. 요즘은 입맛 고급스러워진 고양이가 쥐를 잘 잡아먹지 않는다지만 고양이가 쥐의 천적인 것은 분명하다.

어찌 보면 철거민들은 쥐보다 사정이 더 딱하다. 쥐는 움직일 수 있는 자유라도 있지만 철거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계 터전이 철거되면 또 어디에서 먹고살지 막막할 뿐이다. 개발업자들은 철거민들에게 푼돈을 던져주고 ‘돈 받고 나갈래, 아니면 그냥 빈손으로 주저앉을래?’ 협박하기 일쑤다. 용역깡패가 가재도구를 부수며 행패를 부리는 장면은 영화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거민들은 그렇게 조금씩 코너로 몰렸다. 그러다 살기 위해 고양이를 물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조용히 해결될 문제가 ‘전철연’이라는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바람에 큰 사태로 커졌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좀더 크게 보자. 재개발만 하면, 뉴타운만 건설되면 너나없이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건물 주인들이야 보상금을 받고 나가면 되지만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책은 미미했다. 원인(遠因)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에 있다.

경찰은 또 뭐가 그리 급했을까.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속도전’을 새해의 화두로 내세운 이 정부가 그 본보기를 진압과정에서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법질서의 확립이 중요하다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은 점차 잊혀가지만 발화 원인이 무엇인지, 경찰 용역업체 동원은 없었는지 여진은 계속된다.



철거민들이 왜 망루를 세운 채 목숨 걸고 투쟁에 나서야 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발만능주의, 돈을 줬으니 잘못이 없다는 천민자본주의가 이 사태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이몽룡이 용산참사 현장을 봤다면 이런 시를 읊었을지도 모르겠다.

뉴타운 개발 자축 샴페인에 담긴 술은 철거민의 피요,

아름답게 포장돼 재개발된 아파트는 철거민의 고름이라

쏘아대는 물대포에 그들의 울음 한 움큼씩 쏟아지고

용역깡패 진압소리 높은 곳에 민초들의 원망소리 높더라.



주간동아 2009.02.10 672호 (p14~14)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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