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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美와 新권력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 니들은 예뻐서 좋겠다

빼어난 외모에 좋은 학벌과 배경… 정치·언론·법조계 등 곳곳서 두각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 니들은 예뻐서 좋겠다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 니들은 예뻐서 좋겠다

유정현 아나운서, 오세훈 서울시장,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왼쪽부터).

우리는 안다. 아름다우면 사랑받는다는 것을. 하지만 이 세상에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많다. 주목할 것은 그 수많은 미모(美貌) 가운데 한국 사회가 어떤 유형의 ‘아름다움’에 열광하느냐다.

연기자 김태희는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대표적 미인이다. 브랜드컨설팅 전문업체 Brand38(www.brand38.com)이 지난해 하반기 일반인 15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스타마케팅 조사에 따르면, 김태희는 TV 광고모델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했고 호감도는 90% 이상이었다.

김태희는 CF는 물론 각종 방송 프로그램, 나아가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존재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구미호 외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와 영화 ‘중천’ ‘싸움’에 출연한 그는 연기력 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출연한 영화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 흥행은 모두 실패 … 그런데도 CF퀸 변함없는 까닭은?

하지만 현재 김태희는 LG싸이언과 올림푸스 뮤, GM대우 마티즈, BC카드, 아모레퍼시픽 헤라, 광동 옥수수수염차, 그리고 얼마 전 모델 계약을 한 대우건설 푸르지오 등 전자·자동차·금융·건설은 물론 화장품과 식음료까지 넘나들며 CF 퀸으로서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델료가 수억원대인 톱클래스 모델임에도 그는 지난해 18편의 광고를 찍었다.



“무난하게 예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김태희를 CF 모델로 기용한 한 기획자의 말이다. 그는 “개성 강한 스타의 경우 대중의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해 위험하지만 김태희는 여러 계층에 무리 없이, 그러나 다른 연예인들과 차별점을 두고 어필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은 그 이미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희에 대한 호감은 김태희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를 모델로 내세운 많은 CF들은 김태희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똑똑함’을 강조한다. BC카드 홍보팀 관계자 역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김태희에 대한 평은 좋다. 예쁜 데다 똑똑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평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누구나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인정하는 김태희의 ‘아름다움’은 조금 특별하다. 김태희와 함께 이른바 CF 퀸으로 통하는 전지현 이효리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중 ‘5년 뒤 정치인으로 쓸 인물’을 뽑는다면, 혹은 ‘회사 신입사원’을 뽑는다면 어떨까. 아마 김태희는 우선적으로 선택될 것이다. 김태희는 신용카드 생활도 ‘천재’적으로 할 만큼 ‘똑똑’하지 않은가.

물론 CF 밖에서 김태희가 똑똑하다고 할 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보인 적은 드물다. “말수가 적고 친절한 것은 여성의 가장 좋은 장식”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김태희는 예쁜 척이나 잘난 척 대신 조용히 여성스러움을 유지한다. 그의 겸손함과 반듯함은 한국 사회에서 ‘미덕’으로 여겨지는 태도이며, 때로는 “밀려드는 CF를 마다하고 영화 촬영”을 할 만큼 연기자로서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더불어 섹시함이 범람하는 시대에 그는 결코 노골적으로 섹스어필하지 않는다. 외모로 호소하는 것은 결국 다른 여성 연예인들과 마찬가지지만, 김태희의 ‘아름다움’에는 ‘남다른’ 환상이 담겨 있다.

김태희 [명사] 21세기 초 한국 사회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존재.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좋은 학벌 혹은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타고나게 튀는 외모와 달리 행동이나 말투는 도통 튀지 않아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업무의 결과와 상관없이 두루두루 호감도가 높다.

이렇게 김태희를 한국 사회가 선호하는 유형의 ‘아름다움’, 그 대명사라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수려한 외모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최상의 조건(학벌)을 갖추고 있으며, 그런 좋은 조건에도 사회에 위협적이지 않은 자세 혹은 태도는 ‘아름답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김태희’가 될 수만 있다면 어느 영역에서든 우선순위로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실무에 외모가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많은 사회 영역에서 우리는 또 다른 김태희들을 만난다.

최근 여야 정치권, 청와대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의 김태희 선호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전 대변인과 그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조윤선 대변인,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을 비롯해 얼마 전 방송국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김은혜 부대변인까지 ‘마치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뽑힌 듯한’ 미모를 자랑하는 ‘재원’들이다. 한 정당이나 대통령의 입을 대신하는 대변인에게 필요한 능력이야말로 김태희적 아름다움인 듯싶다.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 니들은 예뻐서 좋겠다

‘전문가 김태희’를 책의 얼굴로 내세운 서적들은 인기가 높다.

‘김태희 효과’에는 남녀 구분 없어

이 가운데 서울 중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나 전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성공적으로’ 김태희 구실을 해낸 대표적인 예로 꼽을 만하다. 그는 초선에 원내 대변인과 당 대변인을 거쳐 서울시장 대변인 등을 맡았다. 정치권에 몸담은 4년 남짓한 기간 중 대변인으로서 약 3년을 보낸 셈이다. 그 자신의 말대로 “자신의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열심히 한 정치인”이었다. 대중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대변인 중에는 한나라당 전여옥 전 대변인처럼 거친 입담으로 저격수 노릇을 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 전 대변인의 경우 메시지의 핵심에는 이전 대변인들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대중적 인지도와 함께 호감도도 높였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대위에 참여하면서 정치무대에 처음 발을 내디딘 그는 이제 주목받는 차세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386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단연 앞선다.

전문직 종사자 중에서도 김태희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TV 교양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전문가 집단, 즉 변호사 의사 한의사들을 보면 뚜렷한 김태희 선호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학벌이나 따기 힘든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TV에 등장해 자신의 전문지식 대신 ‘김태희식 아름다움’을 잣대로 평가받는다. 호감 가는 외모를 지닌 이 전문직 종사자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보다는 어느 정도 시사에 관심만 가지면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예의 바르고 교양 있게 전한다. 한 방송 프로그램의 PD는 “프로그램 운영이 출연자의 외모와 무관하다고 할 순 없다. 단, 무조건 예쁜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을 갖춘 데다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렇게 얼굴을 알린 이들은 CF를 찍거나 자신의 얼굴사진이 크게 박힌 서적을 들이민다(때로는 얼굴사진이 크게 인쇄된 서적이 앞서 출판되고 다른 매체에 얼굴을 알리는 식으로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은 특정 분야에서 인정받는 인사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전문직 김태희들이 표지에 등장하거나 그들의 이름을 내세운 서적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2006년 방송인 정지영 씨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사건이나 화가이자 미술전문 MC로 활동하던 한젬마 씨의 대필사건은 이러한 경향이 야기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김태희들 중에는 여성이 다수지만, 그렇다고 남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이번 총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홍정욱(서울 노원병), 유정현(서울 중랑갑) 후보의 경우는 남성 김태희라 불러도 좋을 성싶다.

TV 교양프로 출연하는 전문가들 뚜렷한 ‘김태희 선호’ 현상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TV를 통해 ‘얼짱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그는 16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정치 데뷔를 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넓은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깐깐한 물”이라는 광고카피로 기억되는 CF에 출연할 만큼 대중적 호감을 받고 있던 그는 다소 ‘갑작스럽게’ 서울시장에 출마했고, 승리했다. 오 시장의 서글서글한 미소와 반듯한 자세는 어떤 공약 못지않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강 전 장관 역시 미모였지만 ‘강효리’라는 별명 때문이었을까, 승리의 여신은 남성 김태희 오 시장 편이었다.

이번 18대 총선에는 잘생긴 미국 하버드대 우등 졸업생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홍정욱 씨와 전 SBS 아나운서 유정현 씨가 출마했다. 이들은 딱히 눈에 띌 만한 정치경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별 이견 없이 한나라당 공천을 통과했고, 4월2일 현재 정치경력으로는 대선배인 상대 후보들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좋은 배경과 잘생긴 외모, 늘 반듯한 태도를 보이는 남성 김태희라는 점이 ‘범인(凡人)’들과 선을 그으며 출발을 순조롭게 한 것이다.

연기자 김태희를, 나아가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을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다. 따라서 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대중이 좋아하는 김태희들은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다만, 김태희들이 늘 그들의 외모처럼 빛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에는 수정이 필요하다.

미모 이용해 경력 쌓았을 것이라는 편견에도 시달려

연기자 김태희의 경우 모델 선호도에서는 1위였지만 마케팅 효과 면에서는 15위에 그쳤다(2007년 하반기 Brand38 조사 결과). 지난해 모 이동통신업체에서는 미모의 최연소 임원으로 주목받아온 한 여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저러한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의 많은 김태희들은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뒤에는 끊임없이 그 능력에 의심과 공격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들이 임원직에 지원할 경우, 그들은 미모를 이용해 경력을 쌓았을 것이라는 편견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므로 상위 위치를 지원하는 경우에는 미모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선호된다. …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능력을 의심받을 정도로 지나치게 섹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라고 ‘경제주간’지는 여성 독자들에게 충고한다.”(울리히 렌츠, ‘아름다움의 과학’ 중에서)

나경원 전 대변인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호감 가는 인상은 분명 이득이다”라면서도 “정치인으로서의 활동보다 여성으로서의 겉모습에만 주목하는 보도에 외모가 되레 역이용당한다는 느낌도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 사회의 아름다운 김태희들이 권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쉽게 오른 건 어느 정도 맞다. 단, 그 엘리베이터가 종종 안전사고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에 얽힌 흥미로운 실험들

캐나다 선거에선 잘생긴 후보가 3배가량 많은 표 얻어


한국 사회의 김태희들 니들은 예뻐서 좋겠다

TV 토론 출연은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예쁘면 다 착하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여류시인 사포가 한 말이다. 그리고 이 같은 논리는 2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듯 보인다. 아름다움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결과들을 모았다.(출처 : 울리히 렌츠, ‘아름다움의 과학’)

- 미국 텍사스대의 발생심리학자 주디 랭로이스는 생후 3~6개월의 신생아들에게 매력 정도가 다른 여학생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실험결과 아기들은 어른들이 가장 예쁘다고 평가한 얼굴을 가장 오랫동안 쳐다봤다.

- 영국 심리학자 애드리안 노스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20명의 팝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평가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최고의 뮤지션으로 선정된 이는 가장 잘생긴 음악가였다.

-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랜디와 해럴드 시걸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여고생들이 쓴 작문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작문 점수는 사진을 첨부하기 전후가 상당히 달랐다. 사진 첨부 후 예쁜 학생은 점수가 1.5점 오른 반면, 매력적이지 않은 사진은 0.7점 정도 내려갔고 아주 못생긴 사진이 붙은 경우엔 2.7점이 내려가기도 했다.

- 미국 텍사스대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와 미시간주립대 제프비들은 ‘직업시장에서의 아름다움’을 연구했다. 이들은 답변자의 미모를 5단계로 분류하고 연구를 시행했는데, 아름다운 사람에 해당하는 3분의 1은 보통보다 5% 정도 돈을 더 벌었고, 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보통에 비해 5~10% 덜 받았다.

- 캐나다 학자들은 의회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들을 세 등급의 매력 카테고리로 나눴다. 선거 후 잘생긴 후보들이 그렇지 않은 후보들보다 3배가량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 역사학자 아서 마윅은 자신의 저서에서 1960년 9월 케네디 후보의 첫 TV 토론 출연이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케네디는 이 TV 출연을 계기로 200만 표를 얻고 11만2000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반면 라디오 토론을 청취한 사람들은 상대 후보였던 닉슨을 뽑았다고 한다.




주간동아 2008.04.15 631호 (p40~43)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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