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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트럼프 시대 개막 1

외교안보 지축이 흔들린다

미·중·러 패싸움에 극한 위기 몰리는 한반도

  •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외교안보 지축이 흔들린다

외교안보 지축이 흔들린다

1월 20일 아시아 해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왼쪽)[출처 ·위키원드] 와 남중국해역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 두 항공모함의 출동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출처 ·런민망]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호가 외교안보의 삼각 파고에 심하게 표류하고 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 공세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한꺼번에 몰려와 탄핵정국으로 비상 상황에 처한 국가의 위험지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예측 불허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한다.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지도자의 등장, 중국과 일본의 파상 공세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축이 통째로 흔들리는 형국이다. 외교안보의 위기 상황과 그 대응 방안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한반도 안보 지형을 순식간에 뒤흔들 첫 번째 진원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변칙적인 대외 행보와 인선으로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의 긴장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1월 20일부터 각국 대외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며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권 출범 전야의 긴장

지난해 12월 20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이 상대국을 위협해 불안하게 만들어 양보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상대국에 공포를 유발하는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대에게 광인처럼 행동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전략이다. WP는 중국의 수중드론 나포에 대한 대응을 그런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해군은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미 해군의 수중드론 1대를 압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중국은 수중드론을 나포한 지 엿새 만에 반환했다.

미치광이 이론의 원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그는 1969년 베트남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베트콩의 귀에 ‘닉슨이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홧김에 핵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콩의 배후였던 소련을 겁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치광이 이론의 최대 난점은 전략의 종착지를 알기 어렵고, 안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의 존 페퍼 소장도 “트럼프가 보이는 행동 스타일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추악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 대외정책은 언제부터 본모습을 드러낼까. 먼저 이달 중순부터 진행되고 있는 새 행정부의 인준 청문회와 차관급 인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 안보 사령탑인 국방장관이 이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경파와 친(親)러시아 인사들을 이 자리에 앉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세계의 화약고’로 알려진 중동에서 매파의 명성을 쌓아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역시 군사력 개입을 선호해온 강경파다. 43년간 해병대에서 잔뼈가 굵은 매티스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협상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플린과 매티스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다.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내정자가 3성 장군 출신인 플린의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육군 장성 인사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여기에다 깜짝 발탁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변수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내정자는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간 인연을 맺어왔고, 플린과 매티스의 강경 노선을 추종할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 안보팀 인선…한반도 인사는 공백

외교안보 지축이 흔들린다
국무부 부장관은 1월 11일까지 지명되지 않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틸러슨 내정자가 유럽을 맡고, 신임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정책을 좌우하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인선도 끝나지 않았다. 최 부원장은 “공화당 내 이견 및 의회와 갈등으로 인선이 늦어지고 있어 아시아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가 한동안 빈자리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그도 공화당 내 보수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강경 노선을 택할 공산이 크다.

안보 라인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워싱턴 정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과연 러시아와 어떻게 손잡고 갈 것인지에 온통 관심을 쏟았다. 미국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안보팀이 대러시아 정책을 놓고 내분을 겪고 있다고 1월 5일 전했다.

친러를 표방했던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에서 틸러슨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친러그룹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외정책 실무 라인에서는 반대의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로 안보팀 중 의회 인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백악관 내 실무자나 전략가들이 반(反)러 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캐슬린 맥팔랜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이 같은 부류로 꼽힌다.

남부사령관 출신인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도 반러그룹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켈리 내정자는 “미국의 리더십을 잠식하는 러시아의 활동이 중국보다 더 걱정거리”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반러그룹은 친러 일변도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균형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력 배치 속에서 플린 내정자가 대선 전부터 설계해온 대외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플린 내정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맞서려면 러시아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페퍼 소장은 “플린 내정자는 중국과 북한도 이슬람 세력과 연계됐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압박할 경우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사드 배치에 반대 목소리를 더 강경하게 내거나 군사적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달 20일 무렵 아시아 태평양해역에 도착하면 중국이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출동시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반러 참모진을 통해 균형을 잡아간다면 미국과 중국의 정면 충돌 우려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안보팀의 의견 조율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짐 울시 전 CIA 국장은 “참모진의 의견을 조정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울시 전 국장은 1901~1909년 재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처럼 러시아에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루스벨트의 러시아 접근법은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는 큰 것을 갖고 있어라”다. 미국은 루스벨트의 이 말을 60년대 소련과 핵협상 등 대외전략의 모토로 삼았다. 울시 전 국장은 “부드러운 말만 해서는 러시아와는 어디에도 함께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과 대외정책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높다. 외교안보 라인의 매파가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맞춰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 돌발 카드를 꺼내놓으면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한국은 한순간 위기에 휩싸이거나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관전자에서 팻감으로 떨어져?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시아와 한반도를 담당할 고위급 인사들의 자리가 공백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출범 직후부터 강대국 간 힘겨루기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끔찍한 순간을 맞게 된다. 최근 중국이 군용기 10여 대를 동원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것이나 한국산 화장품 수입 금지 등으로 사드 철회 압력을 높이는 것도 한반도를 미·중의 힘겨루기 판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중국이 여기에서 트럼프의 군사·외교적 대응력의 임계점을 시험할 경우 한반도는 미·중 대리전의 전초기지가 된다. 양측의 압력으로 선택을 강요받게 되면 예전처럼 경기를 관전하는 갤러리의 지위도 유지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소녀상)을 문제 삼아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인 것도 미국 새 행정부의 인선 공백을 틈탄 작전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국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를 상대할 때도 종전 같은 파트너 지위를 잃고 팻감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한국의 사정을 어디에다 호소하지도 못한 채 관전만 하다 위기의 소용돌이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대국 간 대결 끝에 국제질서가 재편되면 국제사회의 북한 핵 대처 옵션도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반대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러시아를 견인할 경우 중국만 북한을 두둔하는 국가로 남게 된다. 그럼 북한 선제 타격론을 흘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매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핵 선제 타격설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 부과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통해 중국에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고강도로 압박하는 방안, 일본이나 한국의 핵무장을 통한 압박 카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반면 강대국 간 패권 쟁탈전이 유럽이나 중동에 집중돼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가 될 경우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반대 관측도 나온다. 






주간동아 2017.01.18 1072호 (p20~22)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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