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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국립중앙박물관 가이드 북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100일을 앞두고 인터뷰를 했던 이건무 관장을 개관 7일이 되던 날 다시 만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거대한 중앙박물관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박물관에 가면 전시실 문을 열어주고, 불을 밝혀줄 것 같은 ‘박물관 지기’의 모습이다. 이런 느낌은 1973년 고고부 학예사에서 시작해 2003년 박물관장 취임 후 지금까지 하루도 박물관 밖의 삶을 생각해보지 않은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소회와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개관 열흘 만에 26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중앙박물관을 찾으셨습니다.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이 컸던 듯합니다. 저희들이 정성껏 준비한 박물관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한없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여기저기 옮겨다녔는데 이제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훌륭한 건물을 지었으니 박물관 자체가 기념물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공간도 넓고 전시물이 많은데 어떻게 관람하는 것이 좋을까요.

“1층 고고관부터 3층 아시아관까지 6개의 전시장을 꼼꼼히 돌아볼 때 동선은 약 4km, 시간은 약 11시간이 소요됩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생각을 한번 바꿔보세요. 2~3시간 안에 박물관을 다 둘러보려 하지 말고 자주 와서 ‘오늘은 고고관과 역사관, 다음 주는 미술관을 보겠다’는 식으로 생각해주십시오. 처음 와서는 전체적으로 훑어보시고, 그 다음에는 부분으로 나눠서 차근히 들여다보는 게 좋겠지요. 수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상들의 역사를 2~3시간 만에 끝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요.”



-박물관 전문가로서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기를 바라십니까.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능에는 유물의 보존과 전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겨레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고 또 긍지를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공간이라는 데 중요성을 두고 싶습니다. 번듯하게 지어진 박물관에서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우리 민족의 유물들을 자주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단체관람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찾아오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에서 꼭 이루시고 싶은 바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국민에게 사랑받는 박물관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연극, 음악회,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또 사이버 박물관을 운영하고 박물관 정보를 개방하여 ‘열린 박물관’으로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관장님이 특별히 자부심을 갖고 계신 전시실이나 시설물은 어떤 것입니까.

“사실 저는 박물관 앞 정원에 있는 미르폭포를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은 전시 유물만 보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정원에서 산책하며 사색도 하고, 자신과 만나보세요. 미르폭포는 자그마한 규모인데, 드넓은 정원과 대조의 미를 보여줍니다.”

-관람객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여러분께 무엇보다 자주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만1000여 점의 유물을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으니까요.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층에 맞는 관람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놓았으니 평생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주 와서 조금씩 보세요. 좋은 공연장도 있고 전시실 밖 정원도 훌륭합니다. 유물을 보셔도 좋고 멋진 건물 구경만 하고 가셔도 괜찮고, 그냥 정원을 거닐며 사색하셔도 좋을 겁니다.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도서관을 마음껏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참, 박물관 정원엔 거울못이라는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스케이트도 타는 박물관, 재밌겠죠?”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우리나라의 과거를 담은 곳, 그래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60년을 맞아 서울 용산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건축 면적 4만평에 15만점의 소장품, 전시품 1만2000여 점으로 국제적 박물관으로서 손색이 없는 규모다. 또한 백제 예술의 정수라 할 금동대향로나 완벽한 조형감을 가진 반가사유상 등 주요 유물들을 어느 면에서나 볼 수 있다는 점, 마치 고분에 들어온 듯한 새로운 연출법, 크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대형 불화 등을 언제나 볼 수 있고 풀어 쓴 설명문과 PDA 등을 이용해 누구나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들이다.

기획전시실과 어린이박물관, 극장 용, 강의실 등 다양한 공간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한다.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이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60년의 역사가 외적인 상황에 의해 이사와 유물수난사로 점철된 데다 새 집터가 이전에 미군 주둔지였던 때문이기도 하다.

1945년 경복궁에서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은 6·25전쟁으로 유물들이 북송될 위기와 부산 피난시절을 겪고, 53년 한 해에만 경복궁과 남산으로 두 번 이사를 했다. 1955~72년 덕수궁 석조전 시절을 보낸 뒤 현재 민속박물관에서 86년까지, 그리고 95년(?)까지 지금은 헐린 중앙청 건물에서, 2004년까지는 현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다니며 관람객을 맞았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해에 맞춰 5000년의 역사를 이용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순한 ‘유물보관소’로 빈집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2005년 10월28일 문을 연 이후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이는 사람들의 열기와 관심은 더 이상 박물관이 몇몇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독립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덕분에 새 건물 건축과 관련된 아쉬운 부분들과 개관 후의 시행착오들이 ‘국립’ 기관으로선 드물게 빠르게 고쳐지거나 보완되고 있어 박물관 운영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 역사와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을 ‘일대일’로 눈앞에서 만나 대화하는 기쁨은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에서 느낀 흥분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견하는 것은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밖 박물관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밖에는 또 다른 박물관 이야기들이 있다. 새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문적으로 경영을 담당하는 문화재단(사장 박형식)이 설립됐다는 점이다. 문화재단은 다양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음악,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805석 규모의 ‘극장 용’과 아트숍, 카페테리아, 전통찻집 등을 운영한다. 또 어린이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 특정 주제별 전시가 이뤄지는 기획전시실, 고고학과 미술사학 등 국내외 전문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 도자기 실기실 등 다양한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페테리아 등을 제외하고 ‘극장 용’ 등은 모두 열린마당을 가운데 두고 전시실(동관)의 반대편 건물(서관)에 있다.

또 미르폭포와 거울못이 어우러져 한국식 전통 정원 양식을 볼 수 있는 야외전시장에는 보신각종을 비롯하여 탑, 석등, 석비 등 귀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과 따로 들러서라도 감상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4~8)

  • 기획·취재 김민경 / 자료 정리 최정주 인하대 강사, 국립 모바일사업 어린이 팀장(유물 부문) 박미정 경희대 문화예술 경영학과 석사(박물관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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