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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부기맨’

‘벽장 속 괴물’아 덤벼라!

‘벽장 속 괴물’아 덤벼라!

‘벽장 속 괴물’아 덤벼라!
공포영화의 소재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른들의 경험과 지식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은 당시의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순수하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영화 ‘부기맨(Boogeyman)’이 소재를 얻기 위해 취했던 방법도 바로 이것이다. 이 영화의 악역인 부기맨은 말 그대로 벽장 속의 괴물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공포’라는 도시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아이들을 놀래키던 그 귀여운 괴물들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은 픽사(애니메이션 회사) 사람들이 예쁘게 꾸민 코미디언들이고, 진짜 부기맨은 그보다 훨씬 음산하다. 부기맨은 밤에 벽장 속에서 기어나와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잡아가거나 해치는 괴물이다. 벽장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괴물은 아닌데, 그래도 그럴싸하지 않은가?

문이란 방과 바깥 세상을 연결하거나 차단하는 것인데, 벽장문은 다른 문과 똑같이 생겼으면서도 열린 바깥이 아닌 컴컴하고 알 수 없는 닫힌 공간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때문에 아무리 어른들이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해도 아이들은 쉽게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기맨에 대한 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이해될 만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팀(배리 왓슨 분)도 바로 그런 공포증을 앓고 있다. 그런데 팀은 다른 부기맨 공포증 환자들보다 더 큰 이유 때문에 공포증을 앓게 되었다. 그가 보는 앞에서 부기맨이 아버지를 벽장 안으로 납치해갔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지만 여전히 컴컴한 벽장 안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한다.

‘벽장 속 괴물’아 덤벼라!
영화의 이야기는 팀의 어머니가 죽어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15년 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두려움의 실체란 결국 벽장일 뿐일 테니─팀은 그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지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를 어쩌면 좋은가. 부기맨은 그의 상상 속이 아닌 이 세상에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떨결에 그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괴물과 정면대결을 하게 된다.



영화는 ‘주온’과 같은 일본식 호러영화와 정통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아이디어 표절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도다.

문제는 공포에 대한 개념만 가지고 있을 뿐, 개념을 구체화할 만한 아이디어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영화는 그저 사람들을 놀래키기 위해 남들이 하던 걸 그냥 한다. 더 나쁜 건 이미 이전에 거의 같은 소재를 다룬 호러영화 두 편이 연달아 나왔다는 것. 그중 하나인 ‘어둠의 저주’는 얼마 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니 한번 비교해보시길.

‘부기맨’은 어둠의 영화다.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팀과 관객들은 부기맨을 볼 수 없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어둠, 그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상상력과 싸워야 한다. 이 정도면 다른 공포물에서보다는 훨씬 예술적인 괴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간동아 2005.08.02 496호 (p58~58)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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